하반기 연중기획을 통해 각 지자체의 도시재생에 대해 다뤘으나 정작 울산의 도시재생을 본격적으로 짚어본 적은 없다.


그렇다면 울산의 도시재생은 어디까지 왔는가. 군데군데 의미 있는 시도들이 포착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아쉬운 점이 더 많다. 최근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울산의 도시재생을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지역별로 점검해본다. <편집자 주>


삼호동 도시재생대학


삼호동 주민센터 3층 강당에서는 최근 남구 주도로 도시재생대학이 진행됐다.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에 발맞춘 행보다.


첫 강연에는 남구의 삼호동 도시재생 계획이 소개됐는데 도시재생이라고 부르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내용들이 많이 소개됐다.


일례로 첫 강연 주자로 나선 서동욱 남구청장은 공유주차 개념을 소개하면서 삼호동 공영주차장 건립 계획을 설명했는데 누가 봐도 이는 공유주차 개념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미국 뉴욕이나 서울 금천구의 사례를 보면 공유주차는 골목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주자 전용주차구역 제도에서 벗어나 거주자가 주차공간을 사용하지 않는 시간대에는 주차공간이 필요한 다른 사람들에게 주차 공간과 시간을 빌려주는 제도다. 골목길 주차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 주민들은 자신의 주차공간을 빌려주고 작은 소득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남구청장이 제시한 공유주차 사례는 이 같은 개념과 전혀 상관이 없는 공영주차장 계획이 건립 예정지 건물주들의 반발로 난항을 겪고 있다는 하소연뿐이었다.


한편 남구는 향후 철새 및 재생에너지 순환을 주제로 한 삼호동 도시재생 사업을 주민들과 추진할 방침이다.


염포동 도시재생


문재인 정부의 선택은 염포동이었나. 북구에 따르면 염포동 현대자동차 앞마을에 도시재생 예산으로 50억 원 가량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국가예산도 포함될 전망이다.


일견 북구 염포동을 선정한 것에 대해서는 적절하다는 호평이 뒤따른다. 울산의 자동차 산업 성장과 궤를 같이 하며 현대자동차 노동자들과 애환을 함께해 온 염포동 현대자동차 앞 일대는 7080 시기 급속도로 팽창한 울산의 옛 모습이 그대로 간직된 공간이다. 성원상떼빌 아파트 건립 이후로 그렇다 할 개발 계획이 없고 건물 노후화와 좁은 도로 등으로 인해 개량의 필요성이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재건축의 가능성도 낮은 이곳에 정부 예산을 투입해 염포동 주민들의 주거 편의를 높인다는 계획인데 초기 단계부터 동네 사람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바탕으로 짜임새 있는 도시재생을 추진해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보수 정치권 일각의 아쉬운 소리를 잠재울 필요가 있겠다.


방어진 일본인거리


일제 강점기 어업 등의 발달로 지나가는 개도 만 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녔다는 방어진의 도시재생은 세월의 무게만큼이나 지지부진하다. 동구청장이 밀어붙이고 있는 일본인 가옥 복원 계획에 대해서는 지역 시민사회가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체성 없고 역사의식이 결여된 일본식 가옥보다는 울산지역 독립운동의 산실인 보성학교 터 복원이 먼저라는 것이다.


방어진이 한때 일본인 거리로 이름을 날렸다지만 일제강점기 역사유적, 특히 일본 제국주의가 한국에 지은 시설은 철저한 역사적 고증을 바탕으로 아픈 역사를 잊지 말자는 뜻의 다크투어리즘으로 접근할 부분이지 과거 학성공원 내 왜성 건물 건립 계획처럼 관광객 유치를 위해 섣불리 나설 게 아니라는 얘기.


이처럼 민족의 상흔을 들출 수밖에 없는 일제강점기 역사를 다루는 문제는 단순히 관광지 개발을 통한 수익 확대로 접근해서는 곤란한 대목이 많다. 그럼에도 남산 동굴피아는 역사문화관광지라는 기치를 내걸었지만 유료화 이후에는 수변시설을 찾기 꺼리는 비수기에 접어든 만큼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고 있다. 단순 관광 목적으로 역사 문제에 접근하는 것은 실리적으로나 명분상으로나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방어진은 울태원?


앞서 방어진에서는 꽃바위 해양플랜트사업부 일대에 외국인 엔지니어들이 많다는 이유를 들어 울산의 이태원이라는 뜻의 울태원 거리를 조성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해양플랜트 산업의 침체로 유야무야됐다.


바다와 맞닿아 있는 지리적 특성상 이국적인 문화를 이식하려는 시도 역시 빈번했다. 최근 관광객 유치 목적으로 학성공원 왜성을 복원하려는 계획도 비슷한 맥락인데 왜성에 대한 고증을 바탕으로 한 복원이 아닌 젊은 층 사이에 호감을 얻고 있는 일본식 건물을 지으려는 계획을 내세워 질타를 받은 바 있다. 본질적으로 동구의 방어진 일본식 가옥 복원도 역사성보다 관광수입을 중시한 것 아니냐는 의혹 속에 시민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울주 원도심이라 할 수 있는 언양읍성 복원은 때늦은 관심을 얻고 있는데 최근 성곽에 반미 구호를 락카칠로 쓴 사람이 경찰에 붙잡히면서부터다. 지역언론이 테러(?)사건이라고 대서특필하면서 읍성을 모르던 사람도 이를 알게 됐는데 뒤이어 조만간 경상일보에서 주최하는 언양읍성 길놀이대회가 열리게 된 것도 공교로운 일이다. 울주군과 울주군의회의 지원 아래 언양읍성 콘텐츠가 영남알프스에 이어 또 하나의 역사문화관광 동력이 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다만 성곽의 하드웨어를 뒷받침할 만한 멋드러진 소프트웨어가 아직까지는 보이지 않는다. 삼산동 디자인거리나 달동 왕생이길 같은 또 하나의 그저 그런 거리 조성 기획이 될 것인지 아닌지는 언양읍성의 역사적 고증에 대한 좀더 사려 깊은 성찰은 물론이요, 미나리꽝도 언양초등학교도 몰아내고 본의 아니게 버려진 땅처럼 되어버린 지금의 언양읍성 ‘진공 공간’에 언양만의 어떤 상상력을 불어넣을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처럼 돈을 어떻게 어디에 써야할지 주체할 수 없는 모양새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어떤 일이든 사업은 착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유무형의 가치 창출을 위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채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