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뽑아야 되나?’


추석을 앞두고 추석인사 일정을 알리는 지역 정치권의 메일이 쏟아진다. 지난 명절에도 없던 일은 아니지만 유독 올 추석은 그 빈도와 세기가 한층 강하게 느껴진다. 바야흐로 2018 지방선거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채 8개월도 남지 않았다.


최근 김기현 울산광역시장도 입을 열었다고 한다. 지역언론에 따르면 김기현 울산시장은 최근 열린 시청 기자단 간담회에서 ‘누가 나와도 자신 있다’는 발언을 하면서 시장 재선 도전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고 한다.


보수 정치권 내에는 자유한국당 후보가 현역 프리미엄이 있는 김기현 울산시장으로 굳어졌다는 이야기도 있고 아직 정갑윤 시당위원장이 이런저런 행사에 얼굴을 내비치면서 시장선거 출마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에 내부 경선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 이들도 있다.


선수들이 나온다


많은 주자들이 저마다 울산 미래의 청사진을 내걸고 시장 도전에 나서는 건 고무적인 일이다. 걱정되는 것은 왜 울산의 정치인들은 서로 자신이 유리하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 지다. 정치인의 자질 중에는 권력의지의 유무가 중요하다는 얘긴 들었다. 또 내부 표 단속을 하려면 자신감을 내보이는 게 당연한 제스처이겠으나 그걸 굳이 세상 밖으로 드러내는 건 또 왜일까.


추석연휴를 전후로 많은 매체들이 지방선거 출마 예상자들을 앞 다투어 보도했다. 수권여당으로 거듭난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여러 인물들이 울산시장 후보로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울산의 식수 해결과 반구대 암각화 문제를 캠페인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송철호 인재영입위원장과 지역의 각종 노동 현안 해결사를 자임하고 있는 심규명 시당 노동위원장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시민사회에서는 김연민 울산대 교수가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시민의 지성으로 똘똘 뭉친 매혹의 도시를 주창하면서 시장선거 출마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쳤다.


울산이 구멍인가


이웃 부산에서는 자유한국당에서 서병수 현 시장이 나오면 더불어민주당이 이긴다는 전망이 파다한 모양이다. 서병수 시장은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박근혜 마케팅을 내세워 오거돈 후보를 겨우 따돌렸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마저 서병수 아닌 다른 대안을 논하는 상황.


대구는 권영진 현 시장도 탐탁지는 않지만 그보다 더 나은 사람도 없다며 미워도 다시 한 번을 내거는 모양새다. 더군다나 김부겸 행정자치부장관과 권 시장이 본선에서 맞붙을 경우 오차범위 내에서 김 장관이 권 시장을 누른다는 언론사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나오면서 대구시당에 빨간 불이 켜진 상황이라는 전언. 외려 김기현 울산시장이 더 느긋한 셈이다.


신고리의 폭발력


“신고리 5,6호기가 공사를 멈춰도 문제지만 재개하면 민란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남구 종하체육관에서 열린 천인 토론회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공론화위원회 토론회를 다녀온 사람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찬핵 진영의 화력 지원과 보수 진영의 여론몰이도 만만치 않다. 원자력발전을 포기하면 핵무기도 요원해진다는 조선일보의 사설은 노골적이기까지 하다. 자유한국당 내 찬핵 전령사로 호투(?)를 펼치고 있는 이채익 국회의원의 모습도 예사롭지 않다. 물론 이따금씩 반민주적인 언사로 자충수를 두고 있지만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이다. 이런 우려 섞인 논조에 찬동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봐야할까.


결국 반핵진영과 찬핵 진영이 총집결할 것으로 예상되는 공론화위원회 울산 토론회가 지역 여론지형의 큰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친원전 인사의 공론화위 자문위원 참여 문제로 탈핵진영의 강한 반발을 자초했기 때문이다. 이는 공론화 과정의 공정성에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다.


웃음거리 된 울산


인터넷뉴스 상에서 울산의 보수여론, 정치권의 모습이 웃음거리로 전락할 때마다 같은 울산시민 입장에서 마음이 개운치 않다. 전국적으로는 개혁진영에 대한 혐오와 반 민주당 정서가 지탄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지역 내부에서 이 전략이 먹힐 수 있다는 건 상상만으로 무서운 일이다. 국회로 간 지역 정치인들의 거듭된 강경 발언은 이렇듯 묘한 지역 정서를 공략하는 것으로 봐도 무방할까. 촛불 민심은 허상이고 지방선거는 총선이나 대선과는 다르다는 수구 기득권의 주장은 냉정한 판단일까 두려움의 또 다른 표현일까.


탈핵이 아킬레스 건?


‘보수진영은 이길 수 있는 곳을 공략해야 한다.’


한반도 정세 경색과 함께 핵 논쟁은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 건으로 작용할 거라는 게 보수진영의 판단이지만 신고리를 목전에 둔 동남권의 민심은 이와 입장이 다르다.


최근 환경운동연합 양이원영 사무처장의 울산 강연에서 ‘핵폐기물 문제는 애써 외면하면서 신재생에너지는 경제성이 없고 국토를 훼손시킨다는 주장을 하는 원자력계 인사들의 침소봉대에는 문제가 있다’는 발언에 탈핵 민심은 갈채를 보냈다.


추석연휴를 앞두고 서면 쥬디스태화 앞에서 진행된 탈핵집회에서는 울산환경운동연합 김형근 사무처장이 직접 나섰다. 부산과 울산은 신고리 5,6호기를 놓고 남의 일이라 할 수 없다며 연대사가 아니라 한마음으로 투쟁사를 하러 왔다는 인사에 박수가 쏟아졌다.


친원전계 인사를 팩트체크를 담당하는 공론화위 자문위원으로 선정한 것은 공론 과정의 공정성을 해친다는 김형근 처장의 주장에 앞서 풀뿌리 민주주의 운동의 본보기인 주민투표로 해수담수화 플랜트를 막아낸 기장군민의 응원도 힘을 보탰다.


핵발전 반대와 따로 생각할 수 없는 송전탑 투쟁에 헌신하고 있는 밀양 할머니의 절절한 외침이 서면 밤하늘에 메아리쳤다.


“부산 시민 여러분, 젊은이들! 신고리 5,6호기 저지는 남의 일이 아닙니다. 여러분들 생명이 걸린 일입니다!”


이채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