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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 우정동 원도심 모습.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이채훈 기자


올해 광역시 승격 20주년을 대대적으로 기념했지만 아직 울산에는 스스로 광역시라고 하기에 부족한 면들이 많다. 산재모병원이나 반구대 암각화 보존 문제도 그렇지만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부각이 된 것들을 정리해본다. <편집자 주>


경전철이 없다


울산의 관문은 신복로터리도 있고 무거동에서 웅상을 지나 부산과 이어지는 국도 7호선, 언양을 거쳐 밀양으로 이어지는 국도 24호선이 있다. 모두 출퇴근 시간대에는 꽉 막히는 동맥경화 구간이다. 이들 구간은 모두 광역교통망 확충 명분을 들어 경전철 계획이 종종 거론됐거나 논의되고 있는 구간이다. 또 경제적 타당성 부족을 이유로 번번이 추진이 좌절된 경험이 있다.


추진의 적기를 놓친 감이 적잖아 있지만 경전철 역시 포기하기에 아까운 계획 중 하나다. 경제적으로 타 지역에 흡수될까봐 때마다 광역교통망 확충에 미온적이었던 걸 떠올리면 참 어리석은 일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저렴한 집값과 편리한 교통망은 외려 사람들을 더 많이 끌어 모은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이는 신도시, 아이들이 많은 지역의 특징이기도 하다.


울산은 뻘이 많아서 그동안 전철을 놓지 못했다고 했는데 요즘 들어 지상에 경전철을 도입한 다른 지역 사례를 참고해볼 만하다. 다른 지자체들이 돈 먹는 하마라는 비판을 들어가면서도 경전철을 도입하는 데에는 그만큼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고 대중교통 확대가 시민의 삶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대전에서는 노면전차인 트램을 도시철도 2호선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중앙버스전용차로를 도심 각지에 시범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건축비용 절감과 환승의 편리함, 교통약자의 탑승 편의 등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경전철 도입은 관광객 증가로 이어지기도 한다. 대구 도시철도 3호선은 고가 모노레일로 지어진 이후 차창 밖으로 볼 수 있는 빼어난 경관을 또 하나의 관광상품으로 알리는 전략을 펴고 있다. 칠곡에서 수성을 잇는 구간에는 명소도 많아 수성못에서 축제나 행사가 있는 날이면 수성못역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서문시장은 물론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입구와 직결되는 서문시장역에는 언제나 손님이 바글바글하다.


보통 전철을 지상으로 지으려고 하면 주민들의 반발이 극심하다. 대구 고가 모노레일도 마찬가지였다. 대구 3호선은 타 보면 가끔 운행 중에 차창이 뿌옇게 변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들어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에는 특별히 기술적으로 차창 밖을 볼 수 없게 처리한 것이다. 지자체가 못 사는 동네는 타지 사람들에게 안 보여주려고 그런 거 아니냐는 핀잔도 들었지만 뿌연 창문 자체는 대구시가 고가 모노레일 추진을 얼마나 세심하게 했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손꼽힌다.


울산도 더 늦기 전에 대중교통 혁신의 차원에서 대구와 대전처럼 대안 교통수단의 도입을 고민해봐야 한다. 도시가 성장기를 지나 적기가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오히려 더 늦기 전에 대중교통이 시민들의 외면을 받는 현실을 고쳐나가야 한다. 답답할 정도의 교통흐름이 인구유출은 물론 도시의 발전을 발목 잡는 데 한 몫 한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자동차 위주의 도로 확충 정책, 공항 활성화에만 신경 쓰는 게 교통정책의 전부는 아니다.


서구가 있더라면


가끔 무거동과 범서읍 일대의 교통체증을 보며 이들 지역을 남구와 울주군에서 분구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울주군 범서읍에 굴화와 천상 구영리, 남구의 무거와 삼호동 등을 한데 묶어 서구로 재편했더라면 울산이 균형 있게 성장하는 데 발판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창원 엔씨와 부산 롯데의 가을야구를 보면 이런 생각도 든다. 한때 롯데그룹에서 현 문수야구장 부지 지하에 롯데마트와 롯데시네마 건립을 허가해주는 조건으로 롯데자이언츠의 홈구장 울산 이전을 제안한 적이 있다. 대규모 상업시설을 추진할 때마다 조건을 들이미는 롯데가 얄밉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홈구장 이전은 터무니없는 얘기처럼 들리긴 하지만 타 지자체 월드컵경기장들처럼 사후 활용 방안 미비로 애물단지로 전락한 문수구장의 모습을 보면 그때 왜 그 제안을 전향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인근 양산 서창에도 조만간 대기업 영화관이 생기는데 무거동에는 아직 복합영화관은커녕 대규모 상업시설도 없다. 상권 규모를 따져보면 아쉬운 일.


대전의 자치구도 다섯 개 뿐인 것을 생각해보면 요원한 일처럼 들리겠으나 만약 서구로 분구됐더라면 울산의 모습은 지금과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울주군은 석유화학단지에서 끌어들인 막대한 예산을 상대적으로 낙후된 서부권과 남부권 개발에 집중하면서 새로운 동력을 확보했을 것이다. 지역개발이 더 절실했을 것이기에 청량면 율리에 사리에 맞지 않은 대규모 청사를 짓거나  신불산 케이블카 같이 환경을 파괴하는 어줍잖은 관광시설을 짓는 데 헛돈을 쓰는 무리수를 두지 않았을 것이다.


남구는 남구대로 울산의 강남처럼 거대화되지 않고 알맞은 범위 내에서 지역의 역량을 집중시킬 수 있었을 테다. 선거구 자체가 남구갑과 남구을으로 쪼개지면서 발생하는 여론의 왜곡 현상, 중구와 함께 남구를 보수의 아성으로 만들어버린 보수의 과점 현상도 완화됐을 것으로 보인다. 고인 물은 썩는다. 지금처럼 지역 보스인 박맹우 이채익 국회의원을 좇아 남구 을 지역구 의원들과 남구 갑 지역구 의원들 간에 알력으로 남구의회가 파행을 겪는 일도 서구가 있었으면 완화됐을 수 있다.


남구 주민들의 45퍼센트 이상이 진보개혁진영을 대통령선거에서 선택했다. 이들의 의사를 배반하는 지역 정치권의 행태를 언제까지나 울산의 중심에서 시민들이 두 눈 뜨고 당한 채로 지켜볼 수만은 없다.


고인 물은 썩는다


무엇보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많은 사람들이 살고 연담화가 어느 정도 됐음에도 행정구역이 나뉘어 있고 울주군과 남구에 묶여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무거와 범서 두 지역이 한 목소리를 내면서 지역 현안을 전향적으로 해결하는데 큰 전기를 마련했을 것이다.


이렇듯 아직 청년 광역시인 울산에는 도시 발전의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는 잠재 현안이 많다. 위와 같이 울산을 위한 새로운 생각과 언론의 다양성을 위해서는 민언련(민주언론시민연합)처럼 시민들이 언론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시민단체가 절실하다. 신고리 5,6호기 논쟁에서 볼 수 있듯 지금처럼 시민들이 지역 언론들의 논조가 천편일률적이고 대동소이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는 때도 없다. 오죽하면 신고리 관련 보도 언론 모니터링도 진행되고 있다.


지역에서 의미 있는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작은 언론이 힘을 펴지 못하는 데에도 민언련의 부재는 적잖은 아쉬움을 남긴다. 방송통신위원회 시청자미디어센터가 생긴 건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미디어 교육, 마을 미디어 등의 중요성이 커지고 팟캐스트나 유튜브 동영상 등에서 볼 수 있듯 시청자 노릇에서 벗어나 스스로 미디어를 만드는 주체로 변화하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면 울산 지역 민언련 발족 논의는 지금도 많이 늦은 편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부산에도 민언련이 있고 경남에도 민언련이 있는데 울산에만 민언련이 없다. 전국적으로도 민언련이 없는 곳은 매우 드물다. 경남민언련은 1999년에 생겼다.


울산지역 언론들도 나름 지역발전에 기여한 바가 없진 않으나 평기자들이 애써 취재한 기사가 데스크나 사주의 입김으로 잘려 나가고 지역 대기업이나 토호의 압박으로 마땅히 보도돼야 할 기사가 나오지 않은 일이 없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각자 맡은 자리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일선 기자들이 무능하다고 할 일인가. 생계유지가 어려울 정도인 미디어 종사자들에 대한 처우는 어떤가.


울산에 민언련이 꼭 있어야 하는 이유는 지금도 차고 넘친다. 울산에 민언련을 만들자.


이채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