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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심 내 대구 현대백화점. 대구의 지금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장면이 아닐까.


도시의 매력, 울산의 숙제 <4> 대구 편
달성에 뺏긴 현대중공업 가슴 아파
소비도시화 전략, 울산에 알맞을까


‘대구의 뿌리, 달성 꽃피다’(달성군 홍보문구)


올해까지는 기초 지자체 중 군 단위 경쟁력 전국 1위가 울주군이었다. 그러나 내년에는 그 순위가 바뀔지 모른다. 바로 대구 달성군이 있기 때문이다.


울주군이 청량면 율리에 군청사 건립 막바지에 들어간 반면 달성군은 이미 대구시청사를 압도하는 군청사를 논공읍에 세웠다. 상대적으로 군의 지리적 중심이면서 아직 이렇다 할 대규모 택지나 산업단지가 들어서지 않은 곳에 앵커시설을 지은 것.


이미 인구수에서 울주군을 제친 달성의 성장배경에는 일자리를 끌어모으는 대규모 국가산업단지 조성과 이에 따른 배후 택지개발이 있다.


비슬산의 메아리


대구 달성의 진산인 비슬산을 등지고 대구국립과학관이 아이들을 반기고 있다. 빈땅에는 군에서 심어놓은 코스모스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운동장 한켠에 조성된 파크골프장에는 어느 노부부가 호젓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역언론 일각에서는 테크노폴리스의 중심인 달성 유가면 일대가 주인을 찾지 못하고 방치돼 있다는 기사가 올라와 있지만 어느 곳인들 개발 초기에 그렇지 않았던 곳이 있었을까. 부산의 분당이라던 양산 물금신도시 조성에 20년이 걸렸고 북부순환도로를 끼고 원도심과 마주하는 우정혁신도시도 조성 10여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빈 땅이 많은 것을 생각할 때 유가면 테크노폴리스의 성장 속도는 매우 빠른 편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지금도 달서구와 달성군 경계에 있는 도시철도 1호선 대곡역 인근에서 테크노폴리스로 출발하는 급행8번 버스는 시작부터 콩나물시루 같은 만원버스로 운행한다. 현재 15분 남짓인 배차간격을 차량 증편 등으로 줄이고 비슷한 노선을 새로 도입하는 것도 매우 급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원래도 이렇게 조용한가요. 아님 추석 연휴 전이라 그런가요?”(기자)
“에이, 무슨 소리야. 아직 퇴근 안 해서 그래. 일곱시 이십분 되면 바글바글해요.”(유가면 상인)


러시아워 전에 미리 저녁을 비우고 이름부터 휘황찬란한 테크노폴리스를 서둘러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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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군 유가면의 아파트촌. 달성은 울주군의 경쟁력을 거세게 추격하고 있다.


김광석거리의 밤


대구 원도심이 관광지로 전국적인 주목을 받게 된 데에는 중구 대봉동 '김광석거리'의 공이 컸다.


이상호 기자의 영화 <김광석>이 개봉한 뒤라 씁쓸한 마음으로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을 찾았다.


사실 김광석거리가 다시 조명을 얻고 있는 배경에는 가수 김광석과 그의 딸 서연 양의 죽음에 관한 의혹과 씁쓸한 가정사가 자리 잡고 있다. 부수적으로 서해순 씨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면서 김광석길 조성 이후 대봉동 상인들과 서 씨 간의 갈등도 부각되고 있다. 서 씨가 관여한 김광석 스토리하우스를 가기 꺼려하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다.


흔히 이 길을 김광석길 김광석거리라 부른다. 그러나 정식 명칭을 보면 알 수 있듯 벽화 중심의 그리기 길이다. 물론 거리가 활성화되고 난 뒤에 방천시장 문화마을 축제도 열리고 김광석 다시 부르기 노래경연 대회도 열리는 등 번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뒤따르고 있다. 근처 방천시장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원래 둑방길이었고 벽화 조성 전에는 우범지대였으나 현재는 야외공연장을 조성할 만큼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장소다. 그러나 김광석은 원래 이곳에서 다섯 여섯 살 때만 살았다고 한다. 근데 왜 이곳에 김광석거리가 생겨났느냐. 문화해설사의 설명이 압권이다.


“그럼 그 이 전에 다른 지역에 김광석거리가 있었느냐? 그렇죠! 먼저 하면 장땡인 겁니다.”


이 놀라운 선점효과 덕택에 대구 중구는 ‘근대로의 여행’ 브랜드 하나로 한국 관광의 별에 등극했다.


“대봉동은 원래부터가 잘 살던 동네였어. 중산층들이 많이 살았지. 수성구하고도 가깝고. 대백프라자가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잖아.”(시민패널)


때문에 김광석길 주변 골목은 물론 달구벌대로 맞은 편 블록까지 구매력 있는 소비층의 이목을 끌만한 레스토랑, 카페, 공방 등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삼성, 상회에서 그룹으로


대구는 대형할인점 홈플러스 전국 1호점이 문을 연 도시다. 홈플러스가 과거 삼성테스코로 시작한 것을 떠올린다면 대구 북부역 너머 북구 침산동 홈플러스 일대에 삼성타운이 조성돼 있는 건 당연한 일. 원래 이곳은 옛 제일모직 터로 유명하다. 최근 그 자리에 조성된 삼성창조경제캠퍼스는 그 정체성에 대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박근혜 정부 창조경제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최순실 박근혜로부터 이재용이 받았을 심적 압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장소다.


삼성그룹의 모태인 삼성상회의 건물이 복원된 곳은 삼성캠퍼스 부지 초입인데 실제 삼성상회가 있던 자리는 아니라고 한다. 원래 상회 터에는 크레텍책임이라는 공구회사의 사옥이 들어섰다. 그곳에도 삼성상회의 외형을 일부 복원한 상징물을 설치했다. 그 비용은 크레텍이 부담했다고 한다. 이곳 역시 대구 원도심 근대로의 여행 코스 중에 하나다.


불협화음


‘아무것도 없던 동네에 드디어 뭐 하나 만들었다.’


대구 중구청 담당자는 근대로의 여행 코스 탄생 과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러나 한국 관광의 별빛에도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다. 대구 중구 관계자가 강조한 주민이 행복한 도시재생은 여기저기서 부침을 겪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웃이 잘 되면 시기하는 세력이 있기 마련이지만 대구는 그 양상이 다르다.


‘반도의 모스크바.’


종종 대구에 대해 이렇게 표현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현재도 그 명맥을 잇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지 이따금 대구의 진보개혁진영의 탄탄함과 두터움을 찬탄해마지 않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뉴스민과 평화뉴스 등 진보 인터넷 언론이 많은 곳도 대구다. 대구대학교나 계명대학교에는 진보적인 학풍의 교수들이 포진해 있다.


그래서일까. 대구의 상징이라는 달성공원 앞에는 시작부터 시민사회의 힐난을 듣고 있는 코스가 있다.


달성공원에서부터 시작하는 순종황제 어가길인데 꽤 오래 전부터 친일 논란을 겪고 있다. 이토 히로부미 통감이 식민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기획한 것인데 이걸 띄울 필요가 있냐는 얘기다.


순종이 힘없는 나라의 설움을 딛고 다시 황제의 길로 부활하는 해원의 뜻이 담겼다는 중구청 담당자의 설명에도 나름 일리가 있어 보이나 역사에 만약이 없다는데 이걸 다크투어리즘이라고 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설령 그렇더라도 역사적 고증보다는 너무 관광 코스 개발을 위한 제 논에 물대기라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듯하다.


이외에도 기존 작품을 보수하지 않고 김광석길 벽화를 중구에서 재공모하려 하면서 김광석길 조성에 참여했던 작가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점도 일방통행 식 행정의 어두운 면이다. 그럼에도 유에서 무를 창조한 대구 중구의 도시재생 노력은 본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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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광역시는 최근 시정구호를 시대정신에 맞게 변경했다.


염색단지


대구 염색단지에는 열병합발전소가 있다. 경부선 철길을 지나며 볼 수 있는 알록달록한 공장 풍경은 바로 이곳 발전소 풍경. 이 일대는 대구가 케이티엑스 정차역으로 계획중인 서대구역 복합환승센터 설립을 위해 예비해 둔 땅이다. 대구는 신세계 복합환승센터도 현지법인화시키며 서대구역도 차근차근 추진하는 반면에 울산은 언양터미널의 명맥이 끊어질 판인데 롯데울산개발의 울산역 복합환승센터는 문제없이 추진하는 걸 보면 어찌된 영문인가 싶다.


그와 별개로 대구시가 산업단지 내 도시재생에 골몰할 수밖에 없는 데에는 전통적인 섬유산업의 침체로 도심지 안에서도 버려진 공간 취급을 받는 곳이 많다는 배경이 있다. 동양의 밀라노, 대구라는 구호는 일찌감치 뒤로 물러나고 올해 삼성창조캠퍼스 및 원도심 일대에서 열린 섬유패션축제는 그 규모가 많이 축소됐음을 알게 됐다. 축제 이튿날 특설무대에서는 대학생 패션쇼 리허설이 진행되는 가운데 야외공연장에서는 양복 명장의 토크 콘서트가 열렸으나 홍보가 제대로 안 된 탓인지 찾는 이는 드물었다. 불과 개최 몇 주 전에도 올해 축제에 대한 정보가 전무해서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예상도 했었다.


앞서 말했듯 원래 제일모직이 있었고 올해 패션축제가 열린 대구창조경제캠퍼스에는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가 있어 그 목적을 분명히 했지만 겉모습만큼이나 정체성이 애매모호하다. 제일모직 기숙사 건물도 원래 있던 게 아니라 복원한 것일 정도로 표지판 등에 쓰인 기업 고유서체가 아니면 삼성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공교롭게도 손님들을 처음 맞이하는 곳은 씨제이그룹의 디저트 커피숍인 투썸플레이스다. 창조경제단지의 중심에 산업 연구시설이 아닌 대규모 근린상가가 있는 걸 보면 왠지 삼성그룹은 단지 맞은편에 즐비한 삼성아파트 같은 대단지 아파트를 지으려 했던 것 같다.


근린상가 한켠에 꽤 큰 규모의 한가람문구센터가 있는데 경부선버스터미널에 지하에 있는 그 문구점이 맞다. 이곳에는 한가람에서 운영하는 서점도 입점해 있다. 이제 우리는 한 시대를 풍미한 대구의 기업브랜드에 주목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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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동남권 유통강호 서원유통은 탑마트 브랜드로 콧대 높은 대구의 문을 다시 두드렸다.


대구의 브랜드 혈전


대구에서 시작한 전통의 강호인 프랜차이즈, 유통 브랜드들에 맞서 ‘대구에서 다시 시작하는 브랜드들’이 있다. 40여년 만에 다시 대구에 진출했다는 신세계백화점이 그렇다.


“대구 사람들은 왠지 모르게 배타적이다.”(시민패널)


동남권 유통 강자인 서원유통 또한 2000년대 초반에 대구에서 한 번 고배를 마신 적이 있다. 그러다 최근 대구 최대 환승역 상권인 반월당역 인근에 전국 최대의 슈퍼마켓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서원유통 탑마트를 개점했다. 원래 다른 대형할인점이 입점하려고 했으나 대기업 규제로 무산됐다고 한다.


전국 최초의 프랜차이즈는 대구에서 시작됐다는 얘기도 있을 만큼 대구 역시 프랜차이즈 산업의 격전지다. 프랜차이즈산업협회 내에서도 대구는 큰 비중을 차지하고 매년 수차례 프랜차이즈 박람회가 성황리에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대구를 소비도시로 손꼽는 이유 중에 하나 역시 대구에서 시작한 수많은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짱짱하기 때문이다. 현지인이 일러준 것만 해도 수십 개에 달한다.


치느님으로 불리우는 치킨 업계에 교촌치킨, 호식이두마리치킨, 멕시칸, 땅땅치킨, 별별치킨 등이 포진해 있다. 은행을 밀어낸 커피숍 분야에 다빈치커피, 커피명가, 슬립리스인시애틀, 핸즈커피 등 셀 수 없을 정도다. 식당 및 레스토랑에는 대구반야월막창, 남다른감자탕, 서가앤쿡, 미즈컨테이너, 토끼정, 달인의찜닭, 실비집(식당형 포차), 바르미칼국수 등이 있다. 배경이 뭘까. 시민패널들은 양극화와 주력산업 침체를 원인으로 꼽았다.


대구의 부자들


“대구에 그렇게 부자들이 많다면서?”(기자)
“대구에는 현금부자들이 많고요. 할아버지 할머니 어르신 부자들이 많아요.”(시민패널)


비슷한 이야기는 대구 연수에서도 들었다. 길 가던 이가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듣다 대구에 이렇게 내세울 게 많은데 왜 서민들은 못 사느냐고 따져 물은 것이다.


현지인의 의견은 이랬다. 섬유산업이 흥할 때 막대한 부를 창출했지만 이것이 지역경제로 돌지 않고 자본가들의 독식으로 이어졌으며 산업 구조 변동으로 섬유산업이 가라앉으면서 다른 산업으로 재투자도 이뤄지지 않게 되자 경기는 가라앉고 고급 소비는 늘어나는 기현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물론 대구는 물산이 흥하는 곳이라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한강이남 최대의 서문시장이 화마에도 건재하고 대구약령시도매시장은 전국 유일의 한약 도매시장이라고 한다.


대구 프랜차이즈의 인기비결에 대해 물어볼 때도, 약령시에 대해 설명할 때도 대구 사람들은 주변에 관련 물자가 풍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배경을 설명할 순 없다고 덧붙였다. 자영업말고는 딱히 할 수 있는 돈벌이가 없었고 그 때문에 경쟁이 치열해지자 자연스럽게 경쟁력 있는 브랜드들이 생겨났다고 풀이하는 이들도 있었다.


일부 계층의 부유함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근대로부터 이어져 왔을 거라 여겨지는 고급진 것(?)에 대한 고집스러움도 여행 내내 포착됐다.


일전에 대구가 영남지역 미술계의 중심임에도 서민층에게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미술 쪽에 투자하지 않고 오페라 같은 데 돈을 쏟아 붓는다는 지적을 들은 적이 있다. 실제로 부산보다 먼저 건립한 오페라하우스도 원도심 등지에 있는데 수성구 등의 경제력을 감안하면 과연 그럴 만하다는 인상을 준다.


“현금을 쓸 데가 없으니까요.”


그 점이 서민층의 팍팍한 경제여건과 다르게 대구를 고급지향의 소비도시로 만든 원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대기업들이 돈 쓸 데를 찾지 못하는 한국 경제의 상황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준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순간의 오판으로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터 매입에 10조원을 때려 넣었을 때 울산지역 노동자들의 상실감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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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과학기술원 유치 과정은 울산의 유니스트 유치 과정과 비슷하다.


다시 비슬산으로


사실 본지가 대구를, 그중에서도 달성군 유가면을 찾은 이유는 현대중공업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찾은 곳도 유가면이다. 테크노폴리스라고 불리는 유가면 국가산업단지의 핵심에 현대로보틱스의 본사가 입주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회사 격이라 할 수 있는데 정작 대구 사람들도 이전 사실을 잘 모르고 있었다.


대구는 이제 현풍과 유가 일대의 테크노폴리스와 성서혁신도시 일대의 산업거점이라는 양 날개로 비상할 준비를 하고 있다. 소비지향을 버리고 생산지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셈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대구경북과학기술원을 테크노폴리스에 유치한 것도 울산의 유니스트 설립 과정과 비슷하다.


이렇게 대구는 울산의 발전 모델을 차근차근 밟아나가고 있다. 울산이 관광 등으로 대구의 소비도시화 전략을 따라하는 동안 말이다. 역사는 돌고 돈다고 했던가. 그렇게 이야기하기엔 대구의 변화가 매우 기민하다. 대구시는 얼마 전 시정구호를 '소통과 혁신의 대구'로까지 바꿨다. 그 직전 구호는 ‘오로지 시민행복 반드시 창조대구’였다. 대구의 변신이 이렇게 노골적이다. 울산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대구=이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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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은 현대중공업을 대구에 빼앗긴 것일까. 아니면 스스로 포기한 것일까.


*본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