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로서 살아온 지 30년이 지났다. 약을 가까이 두고 살아왔다는 것이지 다른 사람들보다 더 건강하게 살아온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나름대로 직업이다 보니 건강에 대한 자잘한 규칙들이 나에게 너무 많은 듯하다. 직업병처럼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할 때 다른 사람들의 생활에 대한 지나친 간섭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막상 가족들한테는 늦도록 자연치유를 기대하는 바람에 가족들은 나의 처치를 기다리다 너무 처치가 없는 경우에는 스스로 병원을 찾아 진단을 하는 경우도 있다. 약사라도 모든 건강을 다 책임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좋은 점은 약의 무분별한 남용을 항상 제지하고 있으며 성급하게 약의 사용으로 질병을 통제하려 들기보다는 질병의 추이를 조금은 여유롭게 지켜보며 생활의 방향을 틀어보면서 지켜주는 조력자 역할은 그나마 조금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가끔 약국에서 손님들의 질병을 치료해주고 나면 의아한 생각이 많이 든다. 대체로 약사의 적절한 약 투약으로 그 고통으로부터 벗어난 것 같은데 환자들은 무엇 때문에 나았는지를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경우가 제법 많다는 것이다. 물론 병의 치유에는 휴식과 좋은 섭생들도 많은 부분을 차지하므로 약 복용만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생의 모든 결과에는 한 가지 이유만이 있지 않는 이치와도 같은 것이다. 이점이 무척 흥미로운 점이기도 하다.


원래도 성격이 까다로운데다 직업상 성격까지 더해지다 보니 생활에서 물건 고르는 것부터 잠을 자는 데까지 그 까탈이 이르지 않는 데가 없을 정도다.


신토불이를 주장하는 바람에 되도록 국산 참기름, 국산 콩나물, 목초를 먹고 자란 달걀, 국산 콩으로 만든 두부, 이런 식으로 재료에 집착을 하며 살고 있다. 그러다보니 한 번씩 남편에게 국산 참기름을 사달라고 부탁을 하게 되는데 그는 한 번 쯤 중국산 참기름 병을 몰래 국산 참기름으로 둔갑시켜 사다주기도 한다. 국산 참기름이 가격이 두 배로 비싸므로 굳이 비싼 참기름을 사 먹을 필요가 있냐는 그의 생각 때문이다. 지금은 그런 수를 내게 쓰지 않는다. 그도 오래 먹어 온 바람에 내게 본인의 입맛마저 세뇌당한 탓일 것이다.


또한 난방비를 아낀다고 전기장판을 많이 사용하는데 전기제품이 몸에 닿는 것을 싫어해서 우리 집에는 그 흔한 전기장판이 없다. 인체가 장기간 더군다나 휴식이 소중한 수면 시간에 전자파에 매일 밤마다 오랜 시간 노출될 수는 없는 것이다. 전자파에 노출되면 인체 내에 또 다른 유도 전류가 흐르게 되어 인체의 신호 상태가 무너지고 교란상태로 되기 때문이다. 이런 전자파에 노출된 상태로 우리의 소중한 휴식인 수면을 빼앗길 순 없기 때문이다. 전자파에 대한 노출이 오래 지속되면 그 또한 발암물질이 되는 것이다. 수면 중에 같은 이유로 빛과 소리도 마찬가지로 멀리 한다.


한 가지만 더 예를 들자면 의류는 거의 합성섬유, 나일론보다 면, 모 혼방비율이 많은 걸로 고집하는 경향도 있다. 양말도 나일론 양말보다 주로 면양말을 고집한다. 합성 의류는 입으면 왠지 내 몸이 숨을 못 쉬는 듯한 갑갑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유별난 나를 맞춰주느라 옆에 식구들이 좀 힘들었을 수도 있겠다.


한 번씩 혼자 오래 오래 살아 라고 놀리기도 하지만 오래 살기 위해서라기보다 만에 하나라도 올 수 있는 건강의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예방할 수는 있지 않을까 해서다. 각자 가진 몸의 약점을 되도록 노출시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굳이 약점을 질병으로 굳힐 필요는 없으니까 말이다.


이런 까다로운 여러 생각들 때문에 남편이 지니고 있던, 다른 이들은 치료되기 힘든 질병이 30여년 만에 완치가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이쯤 되면 이제 날 믿어줄라나 모르겠다.


강현숙 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