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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강의노트> 김인회 교수 ‘사법 오디세이’
노무현재단 울산위 노무현시민학교 개강


“이제는 검찰개혁이다!”


노무현재단 울산지역위원회가 주최하는 울산 노무현시민학교가 ‘대한민국의 현재를 말한다’를 주제로 지난달 18일 개강했다. 본지는 검찰개혁에 대한 명쾌한 설명과 적폐청산에 대한 전망을 보여주며 시민학교의 문을 열어젖힌 김인회 인하대 법률전문대학원 교수의 강의를 요약해 지면에 소개한다. <편집자 주>


“이제 한국사회 개혁을 위해 우리가 걱정할 일은 북한의 김정은 밖에 없겠죠?”


김 교수는 이제는 ‘친노’라는 이름을 떳떳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됐지 않느냐면서 노무현시민학교의 분위기를 띄웠다.
그는 검찰개혁의 당위성과 권력구조 재편의 필요성에 대해 아래와 같이 풀이했다.


“헌법적으로는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만큼 국회의 권한이 막강하지만 그 이면에는 법적으로는 권력기관을 좌지우지할 수 있어 대통령의 힘이 막강합니다. 그래서 분산 및 견제가 필요한 것이죠. 마찬가지로 검찰이 위에 있고 경찰이 밑에 있는 것도 아니며 그럴 이유도 없습니다. 오로지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방향으로 개혁해야 합니다.”


아울러 그는 검찰개혁 세부과제의 하나로 꼽히는 공안부 폐지에 대해 언급했다.


“사실 공안부는 참여정부 때 거의 폐지했으나 이명박 정부 때 100퍼센트 부활했어요. 학생 노동 선거 등을 다스리는 공안부는 스스로 없애야 하지 않을까요?”


“형, 미쳤어? 왜 이래?”


그는 소위 말하는 ‘잃어버린 10년’을 되짚어보면서 검찰개혁이 절실한 까닭에 대해 긴 시간 설명을 할애했다. 그동안 한국사회가 시스템으로 박근혜, 이명박 정권의 폭주를 막지 못한 나머지 형식화된 민주주의와 부정부패로 이어지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사실 검찰개혁은 1990년대 초반 이후 국민적 과제로 꾸준히 등장했으며 이명박 정권 때는 국회 주도, 박근혜 정권 때는 정부 공약이기도 했다. 특별 감찰관 제도 도입과 대검 중수부 폐지 등이 그 예다.


김 교수가 청중에게 특별 감찰관 제도하면 생각나는 인물이 누구냐고 묻자 여기저기서 이석수 전 특별 감찰관이라고 답했다.


“그렇죠. 우병우 씨가 한 말이 유명하죠. 이석수 감찰관에게 아마 이렇게 얘기했다죠? ‘형 요즘 나 미행하고 다닌다며? 형 미쳤어? 왜 이래?’라고. 근데 그렇게 고위공직자들 감시하라고 정부 스스로 만든 제도가 아니던가요.”


결국 이석수 감찰관이 물러난 이후 특별 감찰관 제도는 사람은 없는데 법만 있는 유명무실한 제도가 돼 버려 안타깝다는 게 김 교수의 평이다. 그는 이 제도 역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고비처)가 생기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검찰개혁에 있어 ‘뜨거운 감자’인 고비처 신설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강연을 이어갔다. 참여정부 때 못 이룬 검찰개혁에 대한 아쉬움을 술회하기도 했다. 그는 책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의 공저자다.


검찰개혁은 최우선 국정과제


“참여정부 때 부패인식지수 목표가 프랑스와 비슷한 70점이었는데 아직 못 이뤘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공직자비리수사처가 개혁입법 1호이자 반부패 투쟁의 종착역이라 생각해왔죠.”


그럼에도 보통 검찰개혁은 그 민감함 때문에 주요 국정과제로 언급되지 않는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기자회견을 통해 10대 국정과제 중에서도 손꼽히는 과제로 강조한 바 있다. 그만큼 검찰개혁이 공권력 개혁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사실이 입증됐다는 것.


김 교수는 촛불의 힘으로 정권을 교체한 지금이 국민적 개혁 요구를 해결하는 적기라고 강조했다. 역사적으로도 우리 현대사를 보면 4년 임기 때는 8년 주기로, 5년 단임제 이후로는 10년 주기로 범국민적 국가개혁 요구가 봇물처럼 흘러나왔다.


“1990년 이후에도 이런 현대사의 굵직굵직한 변곡점이 있었습니다. 박근혜-최순실게이트가 백일하에 드러나며 시작된 촛불 혁명도 따지고 보면 그렇죠. 이런 한국사회가 촛불 이전으로 되돌아가지 않도록 하려면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김 교수는 검찰개혁도 중요하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제도가 도입되고 정치적으로도 다당제가 정착되면 한국도 네덜란드처럼 부패가 있기 힘든 구조가 될 것이라 내다봤다. 아울러 반부패지수와 경제발전은 정비례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사법사상 암흑의 날’


김인회 교수는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한 상명하복의 원칙인 검사 동일체 원칙이야말로 군사문화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형 검찰, 경찰이라는 것이 독재정권이 낳은 왜곡된 시스템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다. 그는 한국형 국정원 검-경은 군대형 권력기관의 핵심으로 갈등 봉쇄형 산업화를 통해 저항세력을 분쇄하는데 쓰였다고 지적했다. 이것이 악용된 대표적인 예로는 인혁당 사건을 언급했다. 국제법학자회가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선포할 만큼 최악의 판결로 꼽히는 이 사건은 판결 후 최단 시간 사형 집행으로 악명 높다.


최근에는 과거 사법 피해구제를 위해 긴급조치 무효화에 따른 관련 판결의 일괄적 무효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긴급조치 등 사법 피해자 개개인이 재심 신청을 직접 해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절대로 검찰 스스로 이를 신청하지는 않겠지요. 안 되면 긴급조치 무효화 법이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김인회 교수)


비슷한 예인 나치 독일의 백장미단 사건은 민족재판소에서 단심으로 사형을 내려 충격을 줬는데 적폐청산 이후 나치 시절 법 집행은 모두 무효화됐다는 점을 떠올렸다.


김 교수는 이 같은 일이 가능했던 배경에 백장미단 사건이 영화화된 것이 계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독일 백장미단 사건 영화화의 경우 영화 마지막에 자막으로 이야기의 주인공인 대학교수와 학생 등이 아직 유죄라고 알려 국민적으로 무효화 여론이 증폭됐다고 한다. 그는 국내에서 아직 소식을 듣지는 못했지만 영화 <변호인> 개봉 같은 사례가 한 번 더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겠냐는 기대를 내비쳤다.


유우성 사건, 사법피해 재조명


김 교수는 검찰과 경찰이 권력의 해결사 노릇을 할 때는 더 심각한 사건도 많았다고 언급했다. 대표적인 조작 사건은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리는 1992년 송 씨 일가 사건이다. 이는 대검과 안기부가 법원을 압박한 고문 허위자백 사건이라고 한다.


당시 검찰과 안기부가 법원 재판부를 회유 압박했음에도 통하지 않고 간첩단 혐의에 무죄가 내려지자 결국 대법원 판사를 교체해 무죄를 유죄로 뒤집어버린 사건이다. 결국 29년 만에 고등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났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법관이 안주머니에 몰래 무죄판결문을 가져와서 읽어 내린 다음 법복을 벗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고 회고했다.


최근에는 불과 몇 년 전,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서류가 중국대사관에 의해 위조임이 밝혀진 것이 유우성 씨가 고초를 겪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이다. 당시 서류 위조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정원이 한 일이라 해 국정원만 처벌 받았긴 하지만 기실 검찰과 국정원이 같이 한 일이 아니겠느냐는 것이 김 교수의 해석.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김 교수는 검찰 기소권을 해체해 검찰의 기소권 독점을 깨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역사적으로 검사에 의한 영장신청 조항을 헌법에 명시한 것은 1962년 국가재건최고회의가 최초며 전두환 씨가 이를 이어받은 것이므로 정통성 없는 헌법조항이라는 얘기다.


자치경찰제 필요하다


“권력의 ‘보위대’에서 스스로 권력이 된 검찰들은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 이후 권력화 경향이 더욱 심화됐습니다.”(김인회 교수)


홍만표 전 검사장은 검찰 역사상 가장 많은 사건을 수임한 전직으로 어느덧 검찰 부패의 상징이 됐다. 홍 씨가 가진 오피스텔만 백 채라는 소문이 떠돌았다는 게 김 교수의 전언.


또 검찰이 정치권력의 수호자에서 정치권력의 일부화 돼 민생치안에서는 무능을 보이고 있는데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검사장 직선제를 통해 검찰 권력의 지방분권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제도적으로는 가능한 일이나 법원의 지방분권화와 병행돼야 하므로 반드시 지방분권형 개헌이 필요한 과제라는 풀이다.


검찰개혁과 병행해서는 경찰의 책임(민주적 통제)과 권한(수사권 부여)을 부여하는 것도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경찰은 전형적인 자치 사무이므로 자치경찰제와 경찰위원회 도입으로 경찰 권한은 확대하고 민주적 통제도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 사실 자치경찰제는 1960년대 국회에서 김대중 의원이 처음 주장해 1997년 대통령 취임 후 다시 논의하게 됐다. 이때 조직-국제범죄와 테러 등은 국가경찰이 담당해 보완할 수 있다.


형사공공변호인제도 도입으로는 경검에 의한 인권침해를 막을 수 있다. 무엇보다 전국 경찰서와 검찰청에 국가고용변호사가 피의자를 변호할 수 있게 하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을 빠른 시일 내에 실현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인회 교수는 “경찰이 잘해서 권한을 확대해주는 게 아니라 검찰의 권한 남용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검찰과 경찰이 서로 감시와 견제해야 하고 궁극적으로 검찰과 경찰의 개혁은 국민에 의한 것이고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끝으로 김 교수는 권력기관 분산과 견제의 원칙에 공개의 정신을 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법 분야에서도 국민이 구경꾼이 되지 않도록 구경이 아닌 공개와 참여가 정립돼야 한다는 것. 이때 모든 사람이 다 들어가 공권력 내부를 들여다보기란 어려울 것이므로 조직의 대표자가 가서 잘 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조직화된 시민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김인회 교수)


이채훈 기자



<비하인드> ‘국가대개혁’ 꿈꾸는 휴머니스트


“저는 직접민주주의에 행동이라는 단어를 집어넣는 것이 좋아요. 행동이라는 단어의 어감에는 거리에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느낌이 깃든 게 좋거든요.”


김인회 인하대 교수는 촛불 민주주의 운동이 성공한 것을 보며 기쁘지만 현 상황에서는 직접행동민주주의에 대의민주주의 결합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평소에는 복종을 통해 질서를 유지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저항을 통해 자유를 쟁취해야 한다는 뜻이다. 검찰이든 법원이든 어떤 국가조직이든 시민에 의한 개혁을 통해 민주사회의 자율적 권력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또 유럽에서는 유럽연합 합류의 기준이 될 만큼 선진국으로 가는 가교 역할을 하는 게 사형제 폐지라고 했다. 그러므로 한국이 인권 친화적 개혁으로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확대 하며 과거사 정리 작업을 유지, 발전시키는 동시에 사형제 폐지 같은 보편적 주제와 언어로 동아시아를 넘어선 국제사회 리더십을 확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인회 “낮은 노조 조직률 아쉬워”


이외에도 김 교수는 사법개혁 이외에 경제적 민주화를 자주 언급했다. 과거 노동운동에 발을 얹은 경험을 빌어 1990년대 전성기에 비해 국내 노동운동이 퇴조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세계적으로는 퇴조하고 한국에서만 흥할 때는 국제적 관심을 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미국보다도 낮은 노조 조직률이 아쉽다는 입장이다.


또 그는 “빈부격차 심화와 1대 99의 사회로 산업화가 공허해졌다.”며 “체계적 구조적으로 부를 특권층에 빼돌린 것 아닌가 의심이 들고 입증이 충분히 가능한 가설이라고 보는데 연구하는 이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인회 교수는 사법부 과오의 가해자가 처벌은커녕 직접 사과하는 일이 있는 걸 본 적이 없다는 한 시민의 물음에 문제의식에 공감하지만 상당히 어려운 일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사 청산에서 사법 가해자에 응징(?)보다는 피해자에 대한 인권과 명예회복에 더욱 방점이 찍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외국 사례를 덧붙였다.


“나치 독일의 민족재판소장은 결국 자살했어요. 자결을 막고 사형을 집행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죠. 가해자 처벌은 전례가 없어 고민도 되고 특수성이 있는 난젭니다.”


이채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