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_4757

<비보이춤도 이제 자생력을 갖기 위해 작품성 있는 공연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청소년기 ‘힙합’ 만화를 보면서 친구들과 취미로 시작해 스트리트 댄스를 추는 비보이가 되었다. 단순히 고난도 테크닉을 구사하는, 눈요기가 아닌 비보이춤으로 작품성 있는 공연을 항한 그의 열정은 대단하다. 실제 연기, 춤과 노래가 같이 하는 뮤지컬공연 영역으로 확대 중이다. 비보이춤은 젊은이들이 울산 문화예술에 활력을 넣는 통로이기도 하다.

  

1. 처음 비보이 활동을 하게 된 과정은?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어떻게 비보이춤을 잘 추게 됐나? 


나는 포시크루의 대표를 맡고 있다. 우리 팀 ‘포시크루’는 파시블(possible)+크루(crew)의 합성이고 ‘가능성 넘치는 친구들’ 뭐 이런 뜻이다. 


비보이가 된 계기는 2학년 때, 비보이가 대중화되기 전에 친구들과 ‘힙합’이라는 만화를 보다가 그 동작 하나하나를 보면서 연결동작을 유추해서 처음 시도를 하게 되었다.


춤추다 보니까 춤추는 친구들이 있고 베틀을 통해서 다른 친구를 알게 되었고, 소통이 잘 되는 친구들과 팀을 만들게 되었다. 군대를 갔다 오기 전에는 취미 수준이었는데 군대를 갔다오고 나서 이 일을 업으로 하겠다는 마음으로 2008년에 페시크루를 만들어서 지금까지 해오게 되었다. 지금은 대학에 스트리트댄스학과까지 생겼지만 그 당시에는 그런 과가 없었다. 그래서 지도선배나 선생님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어디서 비보이를 한다 하면 그곳을 찾아가서 선배들한테 ‘너무 배우고 싶다’ 밝히고, 그분들이랑 옆에서 따라하면서 배운 기억이 있다. 


군대 갔다 온 2003년 초중반부터 학원이 엄청 생겼다. 그 때가 ‘대한민국이 비보이에서 세계 1등이다’라는 붐이 일었던 시기였다. 그렇게 붐이 일던 때가 2002년, 2003년이었다. 우리나라사람 특성상 무엇을 하면 좀 집요한 면이 있다. 사교육 열정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순간적으로 확 달아오르고 또 순간적으로 식어버리는 것이 단점이기는 하다. 


그때 몸을 움직여 연습한다는 것은 대단히 힘든 일인데도 하루 7~8시간을 연습했다. 외국친구들과 이야기해보면 이 친구들은 연습을 하루 2~3시간밖에 안 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 친구들은 배움이 생활로 잡혀있다. 음악을 찾으러 다니고 연습실이 아니더라도 몸을 들썩거리고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 훈련 개념으로 죽자 살자 하는 것과 다르다. 좋아하니 그렇게 연습을 해서 달려드니 실력도 늘고 대회 나가서 우승도 할 수 있었다.


2. 비보이춤은 제도권이 아니라 거리의 문화, 흡사 강호무림 고수에게 찾아가 맞짱 뜨면서 한 수 배우는 그런 문화인 것 같은데?


이것은 미국 문화이고 흑인 갱스터문화에서 시작했고 저항적 속성을 담고 있다. 그런 것을 몸짓으로 표현하고 그 과정에서 발전을 하는 그런 모습을 담고 있다. 비보이는 몸동작이 격렬하고 일반적으로 볼 때는 몸을 돌리는 것을 위주로 생각할 수 있는데, 조금 더 비보이를 자세하게 들여다 보면 서서 하는 스텝과 앉아 하는 스텝이 다르고 서서 하는 발동작도 공격적인 자세와 방어적인 자세로 나뉘어져 있다. 비보이가 단순히 흑인문화만으로 탄생된 것이 아니라 인디언 문화 등에서도 영감을 많이 받았다. 그런 동작들의 유래를 보면 공격적이기도 하고 방어적이기도 하다.


힙합의 4대 요소는 벽면에 그리는 ‘그래피티’, 음악을 트는 ‘DJ’, 그리고 MC라고도 하는 ‘랩퍼’, 그 다음이 ‘비보이’다. 그래피티는 원래 자기 구역을 표시하는 것이다. 다른 구역 사람들이 들어왔을 때 그래피티를 보면서 ‘아 여기는 걔네들 구역이구나’하는 표시 같은 것이다. 시대에 대한 의사표현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도 다 그런 역사적인 뿌리가 있어서다.  


랩도 아주 독특하고 거칠게 보이지만 그게 다 하나의 자기표현 방식이다. 그렇게 애들끼리 디스(diss, respect의 반대인 disrespect의 줄임말로, 주로 다른 그룹이나 사람을 폄하하거나 공격하기 위한 행동 혹은 노래를 일컫는다)를 하고 이 구역에선 내가 짱이야 하는, 그렇게 발전해 왔다. 비보이도 그렇고 마찬가지로 보면 된다.


07_4766

<비보이는 역시 몸동작. 고난이도 묘기를 금세 보여주었다. 쉬운 것 같지만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3. 무리한 동작이 많다면 많이 다칠 것 같은데, 포시크루에 들어 있는 실제 팀원과 연령대는 어떻게 되는가?


몸을 쓰는 동작으로 춤을 추는 것이 다 비슷하지만 비보이도 많이 다치기로 손꼽힌다. 고난이도 테크닉이 워낙 많기 때문에 안 다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몸을 쓰는 춤이니까 무조건 위험한 것은 아니고 우리도 연습과정이 있다. 처음부터 어려운 기술, 고난이도 돌리는 기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초적인 몸 푸는 스트레칭 과정, 그런 과정을 해나가면서 몸 유연성을 키우고 웨이트트레이닝도 해나가면서 연습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고테크닉은 몸이 익숙해지면서 만들어지는 것이지, 그냥 바로 하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비보이도 초,중,고급 등 단계별 프로그램이 만들어져 있다고 보면 된다.


무슨 기구를 쓰는 것은 아니고 몸 자체를 이용한 트레이닝을 한다. 기본적으로 물구나무서기 같은 것을 한다. 처음에는 벽에 기대어 한다든지, 손목을 이용해 한다든지 단계별 동작이 따로 있다. 손목, 골반, 어깨를 쓸 수 있어야 하는 세 가지가 물구나무서기 할 때 제일 중요한 부분이다. 비보이춤은 중심점을 잡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몸의 각도가 이럴 때, 더 굽어졌을 때 중심 잡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고난도 기술이 들어갔을 때도 몸의 중심이 흐트러지지 않을 정도로 컨트롤하는 연습을 자주 한다. 그런 컨트롤을 해내야 고테크닉으로 넘어간다. 


우리팀 연령대는 2008년은 고등학생, 20대 초반 사람들 이렇게 시작했는데 지금은 20대 중반부터 30대 중반까지다. 처음 들어온 20대 초반 아이들도 있긴 하다. 팀 멤버는 우리 공연을 보고 ‘관심이 있어서 배우고 싶습니다’하고 찾아온 사람들이 많다. 다른 팀에서 열심히 활동하다가 우리 팀 활동이나 성격이 마음에 들어서 넘어온 친구들도 있다.  비보이에 대한, 춤 문화예술에 대한 생각만 좋으면 우린 나이는 제한하지 않고 받는다. 지금 나이가 제일 많은 분이 서른다섯 살이고 그 이상 나이대 사람이 들어온 적은 없다.


여기서 활동하려면 본업으로 하는 친구 반, 반은 자기 업을 따로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평일 공연활동은 본업으로 하는 친구가 하고, 주말활동은 자기 업이 따로 있는 사람이 주로 한다. 열정이 있는 친구들은 평일공연에 참여하기 위해 하루 휴가를 내기도 한다.  


4. 브레이크 댄스 같은 스트리트 댄스에 제도적인 인증과정 같은 게 마련돼 있나?


없다. 이제 막 대학교 과정에서 관련 학과를 막 졸업하는 정도의 분위기다. 이제 막 제도권에서 만들어지는 항목이 바로 ‘실용댄스’다. 실용댄스 안에도 학교마다 또 다르다. 아직 오래되지 않다 보니 정리가 잘 안 돼 있다. 실용댄스 영역도 방송과, 실용댄스과, 스트리트댄스과 등 아주 세분화되어 있는 곳도 있고, 또 어느 대학은 스트리트댄스과도 방송댄스로 묶어 놓은 데도 있고 아직 역사가 짧아서 학교마다 정리가 잘 안 돼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런 과가 생겼을 때 빠르게 움직임을 알고 들어가서 대학을 졸업하는 분들도 있고, 세계적으로 춤으로 벌써 인정된 분들이 교수로 온다든지 한다.


07_4762

<사무실에는 지금까지 활동한 공연사진들이 빼곡하다. 춤뿐만 아니라 연기, 노래 등도 이제 비보이 영역이다.>


5. ‘비보이’가 ‘브레이크댄스’를 추는 남자를 일컫는 말이라는데 그러면 브레이크댄스를 추는 여자, ‘비걸’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일단 우리 팀에는 ‘비걸’이 없다. 울산시 전체를 보더라도 세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정말 없다. 붐이 한참 일어났을 때 비걸이 아주 많았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남자들이 힘이 있고 오래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그것도 우리가 풀어야할 숙제기도 하다. 우리 춤과 공연만 생각하면 비걸이 무슨 중요한 문제이겠냐 하겠지만 후배 양성 문제, 우리 역할배우 문제로 들어갔을 때는 앞으로 고민해야할 영역이다.


무슨 테크닉 부분이라든지 구분을 지을 것은 하나도 없다. 세계적으로 볼 때도 비걸도 테크닉적으로 비보이가 하는 동작을 거의 소화를 다 해낸다. 힘은 달리지만 일단 몸이 가볍다는 장점이 있기도 하고 중심감각은 비걸이 유리할 수도 있다. 편견은 있겠지만 본인이 좋아서 한다면 눈치 볼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그런 인식은 많이 사라진 것 같다.


6. 비보이들은 체력을 보충하기 위한 별도 운동을 하는 편인가?


내가 30대 초반이니까 비보이 중에서는 나이가 많은 편이다. 20대까지는 연습을 많이 해도 체력적으로 받쳐 줬는데, 요즘은 굉장히 관리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운동도 해야겠고 연습량도 늘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비보이춤을 보면 상체만 많이 이용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의외로 하체 힘이 엄청나게 필요하다. 그래서 힘든 폭발적인 힘이 나오려면 허벅지가 좀 단단해야 한다. 요즘은 공연을 하면 다리가 좀 풀리더라. 하체운동 필요성을 많이 느끼고 있다. 그래서 조깅을 하려고 생각 중이다.


개인적으로 공 차는 것도 좋아하는데 공 차면서 흘리는 땀은 연습하면서 흘리는 땀과는 다르다. 체력단련을 위한 운동도 되고 겸사겸사 목적으로 한다. 


07-0050

<오는 12월 16일, <포텐>이라는 이름으로 삼산동 근로복지회관에서 10년만에 첫 정기공연을 연다.>


7. 실제 공연을 하는 내용이라든지 활동영역에 대해 소개한다면?


우리 팀만 문제가 아니라 요새 비보이춤을 거리에서 굉장히 보기 어려워졌다. 약간 사그라진 것이다. 이제 누굴 부르더라도 그냥 해내는, 그냥 행사용으로 잠깐 부르는 느낌이다. 일년 실적을 보면, 행사 수나 우리 팀을 찾는 횟수가 줄어든다는 것이 벌써 몇 년 전부터 보인다. 그런 분위기에서 고민했던 영역들은, 이제 단지 몸을 돌려서 사람들이 좋아한다가 아니라 작품성으로 다가가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위기감이다.


한 4~5년 된 것 같은데 이제 춤으로 할 수 있는 영역들 바깥으로 넓혀야겠다. 스토리를 생각해야 하는데 감이 없고 우리는 무대 위에서 춤만 췄던 사람인데 그냥 서있는 것만 해도 어색하고, 우리는 무대 위에서 뛰어야만 하고 돌려야만 한다는, 그래서 우리 스스로 이상해져 버렸다는 내부 평가가 있었다.


우리도 연기 쪽과 기획, 연출 쪽에 관심을 갖게 됐다. 별, 내드림도 마찬가지로 같이 참여를 해서 작품도 하고, 작년에 자체적으로 만든 ‘왕의 밀사’라든지, 우리가 뮤지컬을 직접 제작해서 공연을 했다. 공연 내용에는 춤도 있고 연기도 있고 노래도 있다. 올해는 유관순을 뮤지컬화해서 ‘관순’이라는 작품을 했다. 올해 8.15 광복 기념 청소년 뮤지컬로 ‘디아트’와 같이 공연했는데 공연시간이 한 시간이고 참여 인원이 15명이었다. 한 사람이 멀티 배역을 맡는 분도 있고 번갈아 나오기도 했다. 앵콜 공연이 왔는데 일정이 안 돼서 더 이상 진행하지는 못 했다. 저 의자가 공연에 썼던 고문의자다.


지금까지는 작품 위주로 공연했는데 12월 16일에 처음으로 하는 정기공연이 예정돼 있으니 관심을 가져달라. 현재 그런 고민들을 하고 있고, 지역특성에 맞는 도시재생에 대한 사회적인 메시지를 던질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한다.
행위예술 영역도 분야만 다를 뿐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것을 하려면 철학적인, 사회에 대한 깊이 있는 시선에 대한 공부도 해야 하고, 춤을 추면서도 접근할 작품적 완성도를 놓치지 말자 하는 논의가 있다. 아직은 과정이기에 거리에서 할 수 있는 공연을 계속하고 있다. 87년 노동자대투쟁 30주년을 맞아 부산거리축제에 초대 받아서 공연을 하러 갔다 오기도 했다. 


8. 젊은이들은 감성적이고 순발력이 넘치지 않나? 비보이춤이 젊은이와 소통하는 울산 예술문화 영역으로 어떻게 확대될 수 있을까?


우리가 공연을 하면 젊은이들은 금세 호응을 하고 반응도 폭발적이다. 하지만 예전처럼 그걸 보고 배우러 온다든가 하는 분위기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요즘은 나와 거리가 좀 먼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사실 그렇지는 않은데 우리가 풀어갈 숙제이기도 하다. 기존 연극, 국악, 문학, 미술무용 등은 역사가 길어 탄탄한 기반이 있다면, 춤의 영역, 그 안에서도 ‘비보이’라는 영역은 설 자리가 없다. 우리를 알려야겠고 차차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기존 사회적 시스템에 어떻게 들어가야 하는지, 어떻게 녹아 들어가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 문화재단이 생기고 청년에 대한 프로그램, 젊은 팀에 대한 지원이 많이 생긴 것은 희망적이라 본다. 하지만 아직 본업으로 끌고 가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수십 년 활동해 온 익히 아는 팀과 같이 하려고 해도 우리 역사가 짧기에 같이 하자고 하기 힘들다. 오늘도 청소년 대상으로 ‘출근’이라는 댄스컬 작품을 봐주고 왔는데 우리도 이런 작품들을 많이 시도하지 않았다고도 본다. 문화재단에서는 무용은 한국무용, 현대무용, 발레는 지원 가능한데 우리 비보이는 ‘다원예술’ 영역으로 지원한다. 5년 동안 학원을 했는데 ‘무용법’을 따라야 했고, 비보이춤을 하려면 ‘다원예술’로 지원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기관들이 정리가 안 돼 있는 것이 큰 문제다. 통합을 하려면 하고, 구분을 지으려면 구분을 짓고 확실한 정리가 필요하다. 


07_4760

<올해 청소년을 위한 뮤지컬 ‘관순’을 공연하기 위해 주문제작한 고문의자.>


9.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나 바람이 있다면?


지금 1월에서 3월이 우리에겐 할 일이 없는 비수기인데, 주로 여행을 하려고 한다. 작년에 뉴질랜드 여행을 했는데 아주 큰 힘이 되더라. 아무것도 안 하는 그 여유, 생각도 많이 하게 되고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여행이 주는 힐링 시간을 가졌다. 올 겨울도 그런 여유가 생길지 모르겠다. 우리 포시크루 10주년 첫 정기공연이 곧 있는데 12월 16일이다. 포텐은 ‘포시크루+텐’을 겹합한 말로 10주년 공연을 뜻한다.


비보이 친구들, 넓히면 스트리트댄서들이 관심과 에너지를 받고 있지만 더 이상 클 수 없는 이유가 있다고 본다. 나는 자생력이라 생각하는데 지금 자생력을 고민하지 않으면 앞으로 미래는 없다고 생각한다. 집이 부유하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해도 가능하겠지만 일반적으로는 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 내 춤으로 무얼 할 수 있을까? 내 춤으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나를 더 알릴 수 있을까? 자기를 위해서 또는 좋은 장면을 만들기 위한 고민들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일하면서 춤을 추는 것이 아니라 자기 업으로 하면서 고민도 경쟁도 하고 예술문화활동 영역에서도 청년활동을 넓힐 수 있다고 본다. 인터뷰를 통해서 우리 목소리를 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선배, 형님들도 열심히 하고 있으니 나도 내어야 할 목소리를 솔직하게 내야 한다고 본다.


인터뷰어 이동고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