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7일 열린 칠레 대선 결선투표에서 중도우파 억만장자 세바스티안 피녜라 후보가 집권 중도좌파 연합(새로운 다수)의 지지를 받는 알레한드로 기예르 후보를 꺾고 대통령직에 복귀했다. 피녜르 후보(68세)는 2010~2014년 대통령 직을 수행했고, 2014년 대선에서는 미첼 바첼레트에게 패배한 바 있다.


1차 투표에 이어 결선투표에서도 투표율은 48.98퍼센트에 머물러 여전히 저조했고, 세바스티안 피녜라 후보가 379만3832표(54.58%)로 315만7750표(45.42%)에 그친 알레한드로 기예르 후보를 9.06퍼센트 격차로 눌렀다. 해외 부재자 투표에서는 기예르 후보가 앞섰지만, 피녜르 후보가 15개 지방 중에서 13곳에서 승리를 거뒀다.


이번 대선은 사회개혁 후보와 정통 신자유주의 후보 간의 대결이었지만, 한 때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지지자였던 우파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그 동안 정치적으로 배제되었던 칠레공산당(PCCh)을 끌어들인 새로운 다수(NM: Nueva Mayoria) 연합은 2014년 바첼레의 재선에는 성공했지만, 정권연장에는 실패했다.


이번 패배는 새로운 다수의 핵심정당인 칠레사회당(PS)의 역사적 패배로 기록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피노체트 이후 민주화 이행을 주도했음에도, 대부분의 정책기조는 보수우파와 합의한 신자유주의적 컨센서스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연금, 노동, 교육 등의 개혁의제의 실천에도 대부분 대중의 기대와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 대선에서는 기존 연합에서 기민당(DC)이 이탈했고, 연합 차원의 대선 예비경선을 치르지 못한 채, 외부인사인 기예르 후보 지지로 봉합해 대선에 임했지만, 2010년에 이어 다시 한번 세바스티안 피녜르에게 정권을 내주고 말았다.
그러나 내년 3월에 정식 취임하는 피녜르 정부의 앞길은 만만치 않다. 1980년대 칠레에 신용카드 제도를 도입하면서 막대한 부를 축적한 억만장자인 피녜르는 선거공약에서 공공연기금 설립과 무상교육 확대를 약속했다. 바첼레 정부가 완수하지 못한 개혁의지를 수용하겠다는 것인데, 보수적 신자유주의 경제정책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지 주목된다.


이번 대선에서 그나마 희망적인 요소는 새로운 다수 외부에서 새로 등장한 제3의 정치세력인 광범한 전선(FA)과 베아트리스 산체스 후보의 선전이었다. 결선투표에서 기예르 후보에 대한 무조건적 지지를 거부한 만큼, 좌파의 정권 상실에 대한 책임론에 제기되겠지만, 광범한 전선은 이번 패배가 확고한 반신자주의적 기조와 급진적 사회개혁을 제시하지 못한 새로운 다수와 기예르 후보의 책임이라고 못박았다.


또 아직 청산되지 못한 적폐로서 1980년 피노체트 헌법의 개정 문제가 선거과정을 통해 핵심적 사안으로 제기되었다. 이는 광범한 전선의 정치적 성과이며, 피녜르 정권은 광범한 대중적 요구에 답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더불어 하원의석을 3석에서 20석으로 늘인 광범한 전선은 피녜르 정권에 공세적으로 맞설 것으로 보이며, 그에 따라 칠레사회당과 공산당 등 새로운 다수내 좌파정당의 위기와 맞물려 칠레 좌파 전체의 지형변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원영수 국제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