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약사란 무엇인지, 이런 정체성들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직업이란 무의미하다. 질병으로 인해 일상이 원활하지 못한 상태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 이루어지는 곳이 약국이다.


약국 옆에 주간노인보호센타라는 곳이 있다. 거기에 계시는 할머니가 점심식사 후 구토와 경련을 일으켜 돌보는 분이 약국을 방문했다. 몇 가지 약을 챙겨드린 후 내일 아침까지 죽 종류의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고 설명했다. 증상이 가라앉더라도 할머니 상태가 식구에게 전달이 되지 않아 음식을 조심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증상으로 나타날 것이다. 일상이 다시 힘들어지지 않도록 약사가 그 지점까지 짚어내야 복약지도라는 것이 끝나게 된다.


다른 손님이 약국을 방문해 속이 메슥거리고 머리가 아프다며 약을 좀 달라고 했다. 약을 먹고 난 후 오늘 밤 자신이 비행기를 타도 괜찮겠느냐고 묻는다. 알고 보니 여행을 가기 위해 가게업무를 미리 하느라고 기운이 달려 있었다. 몸 기능저하에 따른 위 기능의 이상이었다. 비행기 타기 전에 청심원을 먹으면 좀 나을 거라고 했다. 자꾸 자신이 체한 것이 맞는지 물어와 체한 것이라고 간단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일러 주었다.


전체적으로 손님에게서 일어날 수 있는 여지가 약사의 머릿속에 이미 다 자리를 잡은 상태라야 치료행위를 하게 된다. 단순히 체한 것이 맞는지 물으며 하나의 상황에 고정시키려드는 손님은 어느 문제의 답으로 말하자면 단답형에 지나지 않아 상황을 반복할 수 있고 문제 해결이 부분에 그칠 수 있게 된다. 문제를 단순하게 만들어 해결해나갈 때도 있지만 문제를 다각도로 살피며 헤아려야 할 때도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그 문제라는 것은 나선형계단처럼 벌려지기도 한다.


질환은 거기서 단계별로 여러 신호를 몸에게 보내온다. 그 단계 중 여러 단계를 무시해버리면 약 없이도 해결될 수 있을 상태가 결국 타인과 약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로 되어버린다. 약사인 내게도 수없이 질병의 신호가 나타나곤 하는데 대부분 초기단계에서 질병의 전개를 차단하고 질병을 해결하는 방법을 많이 활용한다. 가끔 손님들이 보면 약사는 아프지 않는 줄 착각을 하기도 한다.


피곤해서 혈액순환 능력이 떨어져 몸이 묵직해져오면 미리 온 몸을 스트레칭하여 담에 결리지 않도록 조심하는 경우가 그렇다. 또한 어깨 관절, 무릎 관절 등 나이에 따른 약화로 염증이 생기는 듯한 느낌이 오면 목, 어깨 주변의 근육을 최대한 풀어주는 운동과 꾸준한 걷기로 허리와 무릎 주변의 근육을 강화시켜 관절의 염증으로 오래 고생하는 경우를 미리 차단하는 것이다.


또한 눈의 노화로 건조해진 눈에 염증이 오려는 듯 모래가 깔리는 듯한 느낌이 오면 먼저 안약을 넣기 이전에 미리 푹 잠을 자고 몸을 쉴 수 있도록 해주며 비누로 거품을 낸 뒤 눈의 세안을 좀 더 철저하게 하기도 한다.


질병의 초기에 간단한 약물 활용으로 병이 더 진전되는 것을 막으며 오장육부의 단련을 위해 요즘은 퇴근길을 활용하여 집까지 한 시간정도 매일 걸어간다. 심장과 콩팥의 단련과 허리 관절 강화에 무척 좋은 운동이 된다.


골고루 건강하고 매력적인 신체를 갖추지는 못해도 한 쪽으로 몸이 치우치게 되어 질병이 고질적으로 자리 잡는 상태를 최대한 피하려 하는 중이다. 질병이 무엇이든 몸에 자리를 잡아버리면 몸이 그 질병에 얽매이는 동시에 마음도 정신도 얽매이게 되기 때문이다.태어나서 유독 싫어하는 것이 어른이라는 권위에 구속되는 것과 단체가 정하는 규약에 얽매이게 되는 것이다. 타인의 여러 규율로 내가 결정되는 상황을 싫어하므로 더구나 자신이 질병으로 스스로를 얽어매는 상황을 피하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세월이 흘러 의지와 상관없이 질병이 나를 구속하러 오더라도 어쩌면 그때도 탈출을 꿈꿀 지도 모르겠다. 자유는 최고의 영원한 건강일 테니 말이다.


강현숙 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