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총회는 2018~19년 예산 53.96억 달러(약 60조원)을 승인했다. 안토니우 구테헤스 사무총장이 요청한 54억 달러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미국은 2억8500만 달러의 삭감을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주재 미국대사인 니키 헤일리는 성명을 통해 “유엔의 비효율성과 과도한 지출로 더 이상 미국민의 세금이 낭비되도록 하지 않을 것”이라는 오만한 성명을 발표했다. 헤일리 대사는 “이 역사적 예산삭감으로 유엔의 효율성과 책임성이 증가하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는 커다란 발걸음”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유엔 예산의 22퍼센트를 담당한다.


올해 초 트럼프 행정부의 압력으로 유엔 평화유지 예산이 6억달러 삭감됐다. 9월 총회에서 트럼프는 “관료주의와 부실운영 때문에 유엔의 잠재력이 실현되지 않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예산을 통한 유엔에 대한 압박은 ‘미국정부의 애완견’으로 불리던 반기문 총장 사퇴 이후 보다 비판적인 구테헤스 총장체제에 대한 미국의 견제로 보이며, 기이와 빈곤, 전쟁 등 인류가 처한 문제에 대해 더욱 적극적이고 독립적인 유엔의 역할이 요청되는 현실을 외면하는 미국정부의 오만은 몰염치와 몰지각 그 자체이다.


또 미국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을 강행해 불필요한 분란과 무고한 죽음을 양산한 현실을 외면하면서, 트럼프와 헤일리는 유엔총회에서 미국에 반대한 나라들에 대한 재정지원을 중단하겠다고 협박했다.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한 13대1의 안보리 표결 이후에 유엔총회에서 미국은 128대9의 참패를 기록했다.


격분한 헤일리는 미국에 반대한 나라들의 “이름을 적고 있다”고 유치한 협박을 했고, 그들에 대한 원조중단을 시사했다. 그런데 당사자인 미국과 이스라엘 외에 나머지 7개 나라는 어디인가? 이름을 알지도 못하는 태평양의 섬나라 5개국과 온두라스, 과테말라이다. 과테말라는 미국에 이어 대사관 예루살렘 이전을 선언했다.


온두라스는 현재 부정선거로 혼란상태다. 그러나 유엔표결 후 미국은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정부를 지지했다. 과테말라의 경우도 독재에서 우파 민간정부로 이행했지만, 지미 모랄레스 대통령의 동료인 오바예 말도나도는 비자금세탁과 실종범죄로 도피중이다.


니키 헤일리의 협박외교는 유치하다 못해 추접함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제국의 몰락? 그것은 이미 트럼프의 당선에서 예고되어 있었다.


원영수 국제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