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효과, 정치 다룬 작품 많아
사회고발 문화현상과 현실 조우
세계로 연결된 대중문화 다변화


해를 넘긴 촛불로 시작했던 2017년은 어느 해 못지않게 다사다난 했다. ‘장미대선’이라 부르면 7개월을 앞당겨 치른 대통령 선거는 국민들의 마음 변화를 드러냈다. 그리고 적폐청산을 둘러싼 끊임없는 논쟁처럼 변화의 길목에서 진통도 계속된다. 그럼 올 한해 대중들의 마음속에 깊게 들어온 문화적인 변화는 무엇일까. 대중문화는 늘 우리 시대의 현주소를 투영하는 창 중의 하나다. 정치와 사회 그리고 그 속의 사람들이 모두 담겨 있다. 함께 살아가는 지금 우리 시대의 창이 되는 대중문화를 10가지 키워드로 되 짚어본다. 

   

<택시운전사>


키워드대중문화01


송강호 주연의 영화 <택시운전사>는 누적 관객 수 1218만 명이 본 2017년 최고의 흥행작이 됐다. 그동안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는 여러 편이었지만 평범한 소시민의 눈으로 목격한 광주는 처음이었다. 1000만 관객을 넘은 역대 19번째 영화로 기록됐고 주연배우 송강호는 올 해 국내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연이어 수상하는 영광을 함께 누렸다. 작품의 완성도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촛불 정국을 거치며 바뀐 관객들의 정서를 자극한 것이 주효했다. 특히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국민 의식이 고양되는 분위기를 탔다. 게다가 장미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 참가한 5.18 기념행사의 감동 역시 영화 흥행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영화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김사복 씨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도 영화 후일담으로 관심을 끌었다. 개봉 후 김사복 씨가 작고한 친아버지라 밝힌 아들의 SNS가 있었고, 실제 인물임을 확인한 훈훈한 미담이 더해진 것이다.



<비밀의 숲>


키워드대중문화02


TV 드라마의 특색으로는 유난히 법정과 법조인 주인공이 많았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부패한 권력과 기업에 맞서는 정의구현의 이야기들이 줄을 이었다. 새해 첫 시작은 <피고인>이었고 그 뒤를 <귓속말>, <파수꾼>이 이었다. 하반기에도 <수상한 파트너>, <마녀의 법정>, <이판사판>이 구시대적 권력을 단죄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런 법정 드라마의 백미로 tvN에서 제작한 <비밀의 숲>을 꼽을 수 있다. 케이블 TV 방송이라 시청률은 7%에 미치지 못했지만 여론의 관심은 그 몇 배를 넘는다. 검찰 내부의 적폐를 다루었고, 재벌과 권력이 결탁한 세력에 맞서는 특수팀이 등장한다. 주인공 황시목(조승우 분) 검사와 열혈 형사 한여진(배두나)의 조합은 로맨스를 하나도 더하지 않고도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는 합을 보여줬다. 그 외 출연진의 연기도 호평 받았다. 전편을 사전제작한 드라마로 시국을 한발 앞서 사법정의를 보여줬다는 점에서도 큰 공감대를 형성했다.



<방탄소년단>


키워드대중문화03


이런 아이돌은 없었다. RM부터 슈가, 진, 지민, 제이홉, V, 정국까지 기성세대들에겐 좀 낯선 7명의 남자 밴드 방탄소년단(BTS)이 가요계에서 가장 많은 화제를 만들었다. 빌보드 소셜아티스트상 수상,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A) 공연에 미국 3대 TV토크쇼 출연까지 해외에서도 인기를 누렸다. 국내 음반 판매에서는 9월에 발매한 <러브 유어셀프 承-Her>가 단일앨범 누적 142만장(가온차트, 12월 7일 기준)으로 2001년 지오디 이후 가장 많은 판매기록을 세웠다.


대표적인 미국 음악 차트 빌보드 앨범차트에서도 한국 가수로는 최고 순위인 7위에 올랐고, 일본 오리콘 차트에서도 외국가수 판매 신기록을 세웠다. 2012년 <강남스타일>로 신드롬을 일으킨 싸이는 단발 인기로 꺾였지만, 방탄소년단은 2013년 데뷔 후 꾸준히 ‘아미’로 불리는 두터운 팬 베이스를 국내외에 만든 점이 차별된다. 춤과 노래뿐 아니라 건강한 메시지까지 직접 담아내고 있어 더 주목되며 2018년에 더 큰 화제가 기대된다.



<82년생 김지영>


82 김지영


올해 출판계의 최고 인기는 정치와 페미니즘으로 정리된다. 그리고 소설은 최근 10년간 가장 팔려서 주목을 끌었다. 교보문고와 온라인 서점이 연간 베스트셀러를 정리해 낸 통계를 보면 정치, 사회 분야 도서의 판매가 20~30% 이상 늘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휴가지에서 읽은 책으로 언급한 <명견만리>도 덩달아 인기를 끌었다.


페미니즘 소설로 한국 여성의 자화상을 그렸다는 평을 받는 <82년생 김지영>(조남주)은 소설 중 가장 많이 팔렸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SBS 스페셜 <82년생 김지영 - 세상 절반의 이야기>로 방송됐고 출간 후 꾸준히 인기를 얻어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 판매 순위에서 3위 안에 고르게 안착했다. 그리고 연간 평균 30종 정도였던 여성학 분야 도서가 세 배 정도 늘었다. 데이트폭력, 성폭력, 여성혐오 등 여성문제가 커질수록 판매량도 늘어 전년의 8배에 이른다.



<공범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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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의 사회분위기와 언론의 상황을 잘 담아낸 극장개봉 다큐멘터리다. 공영방송 KBS와 MBC의 파업을 앞두고 상영했다. 22만 명이 극장에서 관람했고 뉴스타파를 통한 무료공개로 40만 명 이상이 추가로 봤다.


영화는 2008년 정연주 KBS 사장 퇴진 후부터 시작된 보수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의 역사를 기록했다. 공영방송의 기자들이 현장에서 쫓겨나고, ‘기레기(기자와 쓰레기를 합성한 신조어)’라는 소리를 듣게 된 이유도 담겨있다. 특히 MBC가 ‘엠XX’란 조롱을 받게 된 흑역사를 보여준다. 감독 최승호도 MBC 몰락 과정에 해고된 PD다. 그리고 이 영화는 실제로 현실을 바꾼 기폭제가 됐다. 방송문화진흥위원회 물갈이와 함께 MBC 사장을 교체했는데 최승호가 신임 사장으로 선임됐다. 아직 KBS는 새노조가 파업을 지속하고 있고 최근 한중정상회담에 이르러 ‘기레기’에 대한 비판이 더 커지고 있지만 언론 상황의 변화를 보여준 사건이었다.



<김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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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광석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세월호 사건을 다룬 <다이빙 벨>의 감독 이상호가 내놓은 신작은 자신이 기자시절부터 20년간 취재한 내용을 담았다. 1996년에 의문의 자살로 생을 마감한 가수 김광석을 다시 스크린으로 소환한 것이다.

 
작품은 김광석의 타살의혹을 제기했고 그 배후 인물로 부인 서해순이 언급됐다. 그리고 둘 사이의 딸인 ‘서연 양’의 사망과 유족간의 분쟁도 다룬다. 영화 상영 후 포털 사이트에서 관련 내용이 검색순위의 상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했고 큰 사회 이슈가 됐다. 특히 방송과 언론에 해명을 위해 출연한 서해순의 모호한 태도는 의혹을 더 키웠다. 급기야 공소시효가 끝난 김광석의 죽음은 어쩔 수 없었지만 딸의 죽음에 대한 경찰조사로 이어졌다. 하지만 경찰조사 결과는 무혐의였다. 그 뒤 서해순 측이 이상호와 김광석 친족에 대해 무고와 명예훼손을 들어 역고소를 하겠다고 밝혀 논란은 지속되고 있는 상태다. 



<효리네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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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예능 프로그램이 점점 다큐의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여전히 스튜디오 예능과 리얼 버라이어티 야외 예능도 존재하지만 실제 생활을 관찰하는 예능은 더 많이 늘었다. 가수 이효리와 남편 이상순이 실제로 살고 있는 제주도의 집을 민박집으로 개방한 <효리네 민박>은 관찰예능 중에서 좀 더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제작진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관찰자들이 품평하는 것도 없다. 연예인이 민박 주인과 점원으로 등장한다는 설정과 깨알같은 자막이 더해져 예능의 냄새를 낸다.


초반에는 과거의 화려한 철부지 톱스타가 인생의 깊이를 채워가는 변화를 보는 게 주목거리였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민박집을 찾은 일반 숙박객들의 삶이 겹쳐진다. 남녀노소의 다양한 이들이 머물면서 더해진 감동은 소소하지만 큰 울림이 됐고 결국 후속편 제작으로 이어졌다. 



<워너원>


키워드대중문화08


오디션 예능 프로그램은 가요와 예능의 결합으로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어왔다. 그런데 쉼 없이 매번 등장하는 유망주들에 놀라기도 했지만 똑같은 소재의 반복에 질려가며 시청률도 하락해왔다. 그 결과 첫 문을 열었던 <슈퍼스타 K>가 작년 여덟 번째 오디션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그리고 아이돌 가수를 선발하는 <K팝스타>도 6시즌만인 올 봄 문을 닫았다.


이렇게 오디션 예능의 막장이 다가온 때에 등장한 것이 <프로듀스 101>이다. 2016년엔 여자 아이돌을 선발한 프로젝트 그룹 ‘아이오아이(IOI)’가 인기를 끌었다. 이번엔 남자들의 경쟁이었는데 ‘워너원(Wanna One)’으로 더 큰 인기를 끌었다. 강다니엘을 비롯한 주요 멤버들의 인기는 기존의 아이돌 가수들의 인기를 큰 차이로 앞지를 만큼 국내외에서 화제다. 단 1년 동안 활동하는 그룹임에도 각종 CF에 등장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파생상품이 만들어졌다. 결국 해당 프로그램은 2018년에도 이어질 계획이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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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이 주인공인 여행 컨셉의 신종 예능프로그램이다. 한국에서 활동 중인 외국 출신 방송인이 자신의 친구들을 한국에 초대하는 형식. 처음 방문한 외국인들이 낯선 여행을 통해 한국을 느끼고 가는 모습은 7월 정규편성 전 파일럿 프로그램부터 화제가 됐다. 지금까지 이탈리아, 멕시코, 독일, 러시아, 인도, 핀란드의 친구들이 방문했고 현재 프랑스 편이 방송중.


외국인들의 한국 방송 출연은 예전부터 많았고 종종 화제의 인물을 생성했다. 하지만 초창기에는 한국말을 하는 외국인의 개별 섭외였지만 <미녀들의 수다>(2006~2010)부터 단체 토크쇼도 인기를 끌어 JTBC의 <비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유튜브와 아프리카, V앱 등 인터넷 매체에서는 외국인이 직접 우리말로 방송을 이끄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대표격인 <영국남자>의 경우 4년 전부터 유튜브 방송을 시작해 최근엔 매주 1편의 영상을 올리며 220만 명의 구독자가 애청중이다.



<리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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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로 즐기던 게임은 이제 옛말. 아직 PC방은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로 외국에서도 손꼽히지만 게임 산업의 매출 효자는 모바일로 재편되고 있다. 그리고 게임 강국으로 앞서 나가던 우리 게임 업계에서 절치부심으로 내놓은 것은 과거 인기작의 모바일 게임화였다. 바로 ‘리니지’의 두가지 버전이 넷마블과 엔씨소프트에서 출시됐다.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은 출시 이후 첫 달에만 2060억의 판매고를 기록해 올 한해 가장 많은 수익을 올렸다. 뒤를 이어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이 올해 6월에 출시돼 전 세계 구글과 애플의 앱 시장에서도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해외 게임에 맞선 국산이란 자부심만큼 극강의 사행성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따라다닌다. 그 외 한국 게임사 블루홀이 개발한 서바이벌 사격 게임인 ‘배틀그라운드’도 큰 인기를 누렸다.


배문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