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나라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저지른 불법과 부정의 잔재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해방 후 반민특위의 무산으로 친일에 대해 단죄를 하지 못한 채 이 나라의 지배 엘리트가 친일로 채워지고 이후 친일 독재 세력이 저지른 불법과 사익을 추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각종 제도와 관습은 반칙, 불법, 불공정으로 한국사회를 옥죄어 왔다. 촛불 시민의 승리로 탄생한, 선량한 시민들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현 정권이 그간 쌓인 폐단과 폐습을 도려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부패한 기득권 세력을 옹호하는 일부 언론은 벌써 적폐 청산에 흠집을 내기 위해 국민의 피로감 등의 가당찮은 이야기를 시나브로 유포하고 있다.


정치, 경제, 언론, 문화에 대한 적폐 청산은 철저하고 꼼꼼하고 치밀하며, 더 가열하게 진행되어 민족정기를 바로 잡아야 한다. 그러나 적폐 청산 그 너머의 세상에 대한 비전도 제시되어야 한다. 적폐 청산이 과거를 향한 칼날이라면 새로운 사회에 대한 비전은 미래를 여는 산파가 되어야 한다. 한국 사회는 친일과 독재, 정경유착, 권력 남용, 부정부패, 재벌의 경제 독식, 천민자본주의, 언론의 편파.왜곡 보도 등으로 정의는 사라지고 불철저성과 안전 불감증, 인륜에 대한 경시, 승자독식의 비정함, 조급성 등이 만연하게 되었다. 따라서 사회 전체를 파괴적 결말로 몰아가는 사회 병폐에 대한 치유책이 하루빨리 제시되어야 한다.


부정한 과거의 유산이 우리의 어깨를 짓누르고 우리의 현실을 규정하고 있다. 최근에는 산업생산량 증가에 따른 소비 지상주의, 나르시시즘이 판을 치는 개인주의 문화의 확산, 언론의 허무주의와 냉소주의의 확대 재생산, 스마트 폰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요약되는 디지털 혁명 등이 사람들을 “순간적 만족의 쳇바퀴”에 갇히게 하고 있다. 3만 불 시대를 내다보는 허상의 풍요한 시대와 4차 혁명으로 대변되는 기술발전에도 비정규직은 넘쳐나고, 세상은 각박하고, 개인의 불안감은 커지며, 가족은 일자리도, 소득도, 자산도 없는 ‘닌자 (NINJA: NO Income, No Job or Asset) 가족’으로 해체되고 있다. 효율성과 합리성, “일등만을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경쟁 만능의 사회로는 인간과 사회의 행복을 보장하지 못한다.


부패한 지배 엘리트의 그간의 이기적 거짓말을 간파하고 이를 뒤엎고 침몰하는 사회를 구조하기 위해서는 이 사회에 대한 새로운 비전이 시민사회로부터, 혹은 촛불 혁명이 위임한 권력으로부터 형성되어야 한다. 향후 개헌 논의가 그러한 장기적 비전에 대한 공유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이 사회는 이기적이고 공격적인 몹쓸 세력이 활개를 치는 세상이 아닌 이타적이고, 반성하는 삶을 지향하는 인간으로 채워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 사회를 사랑, 인간성, 회복력, 인내력, 희망, 희생, 용서와 같은 가치를 중시하는 사회로 변혁하기 위한 열정과 비전의 공유가 필요하다.


혹자는 수렵 채취, 농경, 화석연료의 세 가지 에너지 획득 방식 즉 ‘야수 같은 물질의 힘’이 해당 시대에 득세할 사회적 가치들을 결정하거나 한정한다고 한다. 혹자는 ‘인간은 그들의 생활을 사회적으로 생산하면서, 자신의 의지와는 독립적으로 불가피하게 일정한 관계, 즉 물질적 생산력의 일정한 단계에 조응하는 제 생산관계에 들어서며, 이러한 제 생산관계의 총체가 토대를 구성하며, 그 위에 법적.정치적 상부구조가 세워지게 된다’고 한다. 바야흐로 중앙집권적, 통제적, 자연 파괴적 화석 연료의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분산적, 민주적, 자연 친화적 재생에너지로 대변되는 에너지 혁명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으며, 노동의 종말을 예고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는 임노동의 양적, 질적 변화를 초래하며 생산관계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사회적 가치관이 변화할 물질적 조건은 이미 성숙하였다. 한국사회는 그간 만연한 적폐의 병폐를 걷어내고, 새해에는 변화의 시대를 맞이할 새로운 비전을 만들고 더 나은 세상, 즉 행복한 사회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노력, 창의력, 열정, 진지함이 국민들에게 공유되고 실천되어야 한다. 다시 희망의 불씨를 지펴야 할 때이다.


김연민 울산대학교 산업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