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수년전 부산 자갈치 시장에 일본 관광객이 급격히 늘어난 적이 있었다. 생선회를 먹으러 오는 관광객이었다. 일본에서는 비싼 음식인 광어회를 매우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한때 유행했던 여행상품이었다. 그러나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활어를 그 자리에서 바로 회를 치고 그 도마에서 바로 썰어내는 게 그들의 눈에는 비위생적으로 보였을 거라는 얘기도 있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맛의 차이 때문이었다. 선어회를 잡아 하루나 이틀동안 숙성해서 부드러워진 회를 한점 한점 음미하며 먹는 그들에게 금방 잡은 활어의 질겅거리는 식감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활어회는 생선을 잡고 바로 먹는 상태다. 이때 회의 식감은 극도로 찰지며 질겅거리는 느낌마저 든다. 싱싱회는 잡은지 한 시간에서 세 시간 정도로 사후 경직이 시작되는 시점으로 식감이 매우 쫄깃하다. 네 시간에서 일곱 시간 정도를 가벼운 숙성회라고 한다. 이때는 근육의 경직정도가 절정에 달할 때라 식감도 쫄깃하지만 이노신산이 만들어지는 시점이라 감칠맛도 나기 시작한다. 열두 시간에서 24시간 전후를 숙성회라 하는데 감칠맛은 최고치지만 경직된 근육이 완전히 풀린 후라 식감은 다소 떨어진다.


일본 사람들은 숙성회 단계를 좋아한다. 식감보다는 감칠맛을 좋아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주로 싱싱회 단계나 가벼운 숙성회 단계를 좋아한다. 감칠맛이 넘치는 다양한 양념과 함께 먹다 보니 감칠맛보다는 식감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누가 옳다, 뭐가 더 맛있다라고 섣부르게 얘기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갓 잡은 회보다는 가볍게나마 숙성된 회가 식감에서도 맛에서도 더 낫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팔딱팔딱 뛰는 회를 바로 썰어내는 게 시각적으로 더 싱싱해 보일 수 있지만 과학적으로 식감이나 맛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어종의 크기, 숙성방식, 고기를 다루는 기술에 따라 편차가 있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눈앞에서 바로 잡는 활어회가 제일 맛있다고 착각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


가끔 소셜미디어를 보면 활어시장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 시장에서 사람들은 모두 조리사다. 팔딱팔딱거리는 현안을 잡으면 저마다 칼질하기 바쁘다. 누구는 날이 바싹 선 회칼로, 누구는 무딘 막칼로 현안을 친다. 그리고 곧 숙성되지 않은 채 썰어져 타임라인으로 쏟아져 나온다. 그 생각들은 마치 막 썰어낸 활어회처럼 질겅거린다. 그래서인지 조금 더 숙성된 감칠맛나는 생각들을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숙성되지 않은 거칠고 직설적인 생각을 ‘사이다’라며 열광한다. 숙성된 생각은 ‘선비질’이 되어 냉대받기 일쑤다.


회로 먹기에 완전 숙성회는 우리 입맛에 아직 어울리지 않다. 갓 잡아 바로 썰어낸 활어회도 우리 입맛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현재 우리 입맛에는 가볍게 숙성된 회가 최대치의 쫄깃함과 감칠맛이 느껴지는 최고의 상태다. 소셜네트워크에서의 의사표현도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너무 깊이 숙고하거나 사전 검열하는 것은 좋지 않다. 그렇다고 너무 숙고없이 생각나는대로 뱉어내는 것도 갈등만 부추길 뿐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한 번 더 확인하고 조금더 숙성된 생각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조건 활어회가 맛있다는 편견이 바뀌듯 즉자적이고 공격적인 글들을 시원하게 느끼는 인식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13김동일  < 김동일 - 회를 썰고 초밥 짓는 일로 먹고 사는 필부입니다. 내본(초등 6학년)이와 새본(초등 2학년)이의 아빠이기도 합니다. 일상적으로 밥을 먹고 일상적으로 술을 마십니다. 그 시시한 일상과 생각을 끄적거립니다. 밥한끼 함께 먹는 기분으로, 때로는 술한잔 같이 기울이는 기분으로 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


김동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