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자연

< 운문사. 겨울철에는 새벽 4시 10분이면 불이문이 열린다. 새해 첫 새벽예불을 앞두고 범종루에는 법고, 범종, 목어, 운판이 차례로 울렸다.  ⓒ이동고 기자>



새해를 맞이하는 장소를 어디로 할까 생각해 봅니다. 가장 먼저 일출을 본다는 호미곶이니, 간절곶이니 하는 형이학적 공간을 떠나 새해 새로운 출발이 가장 먼저 이루어지는 곳을 찾으려 했습니다. 운문사로 정합니다.


운문사 새벽예불은 새벽 4시가 지나면 시작됩니다. 또한 비구니 승가대학이 있는 곳이라 수행자로 거듭나려는 초심자 마음을 새롭게 먹는 곳이기도 합니다. 새해 새 마음을 가지려는 건 수행자나 사부대중이나 매한가지입니다. 


닫힌 빗장이 4시 10분이면 어김없이 열리고, 잠시 후에 불이문 위 범종루에서 법고를 두드리기 시작합니다. 딱딱 쿵쿠르르 딱딱쿵쿠르르...


양 손에 북채를 들고 마음 심(心)자 형태로 북을 두드립니다. 법고는 법을 전하는 북으로, 특히 네 발 달린 축생들을 제도한다고 합니다. 몸통은 나무로 만들고, 두드리는 면은 한쪽은 수소, 다른 쪽은 암소 가죽을 대어 음양이 조화를 이룬 소리로, 중생들이 불교의 가르침에 따라 온갖 번뇌를 없애는 것을, 마치 진을 치고 있던 군사들이 북소리에 따라 적군을 물리치는 것과 같다고 비유하기도 합니다.


곧이어 범종이 울립니다. 쾅더응, 쾅더응...
범종을 치는 당목은 체, 그것은 본질이며 움직이지 않으며 변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범종인 용은 작용이며 체에 근거하여 다양한 움직임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범종 소리는 불이문을 통과한 구도자의 법열(진리를 깨친 희열), 구도자의 내면세계가 사물을 빌어서 울려 퍼지는 환희의 음악이라 합니다. 또한 아직 불이문에 이르지 못한 구도자에게 용기와 청량을 씻어주기 위하여, 범종이 부처님 원음을 대신해서 토해내고 있는 것이랍니다.


속세인은 범종에 대해 이런 시를 지었습니다.


범종


                                                           최 정 란


아침저녁 당목 맞은 옆구리, 마른 울음의 중심이 환한 금빛이다
치면 치는 대로 맞고 울음 터트리는 것 말고는 어찌할 수 없는
속수무책 몸의 고통이 울울창창 시간의 녹을 막아 주는가 


새해 복 많이 받고 돈 많이 벌라는 덕담에도 우리는 ‘이웃과 아픔과 슬픔을 같이 나누고, 나 자신과 어려운 이웃을 위해, 같이 울 수 있는 공감의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한다고 받아들입니다. ‘현재 이 순간’이 모든 것인, 현존에 있을 수밖에 없는 존재들 말입니다.
곧이어 목어를 두드립니다. 탁탁 토르르 탁 뚜루루루...


목어에 대한 시가 있습니다.


나무 물고기


                                    차 창 룡


물고기는 죽은 후 나무의 몸을 입어 / 영원히 물고기 되고
나무는 죽은 후 물고기의 몸을 입어 / 여의주 입에 물고
창자를 꺼내고 허공을 넣으니 / 물고기는 하늘을 날고
입에 문 여의주 때문에 나무는  /날마다 두들겨 맞는다
여의주 뱉으라는 스님의 몽둥이는 꼭 / 새벽 위통처럼 찾아와 세상을 파괴한다
파괴된 세상은 언제나 멀쩡하다
오늘도 이빨 하나 부러지고 비늘 하나가 / 떨어져나갔지만


새해에는 스스로에게 몽둥이를 들고, 고정관념을 깨는 사람이 되리라 다짐합니다. 운판은 땅땅따앙땅... 공중을 떠도는 영혼, 특히 새의 영혼을 극락으로 인도한다고 합니다. 세상 온갖 미물 생명체에도 두루 다 뻗치는 법을 따르리라 생각합니다. 


곧이어 새벽예불이 시작됩니다. 2017년 한밤을 환하게 밝힌 보름달은 산 너머로 막 넘어가고 2018년 새해 새 마음을 깨치려는 대웅전 비구니 스님들 독경소리가 운문사 너른 경내에도 낭랑하게 울립니다. 새해가 밝아 옵니다. 


이동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