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경 읽기]
눈물샘에 관한 몇 가지 고백


                                                              고 정 희(1948~1991)



사랑하지 않으면 나는 너의 종기를 모른다 사
랑하지 않으면 나는 너의 뇌졸중을 모른다 사랑
하지 않으면 나는 너의 자궁암을 모른다 사랑하
지 않으면 나는 너의 섬을 모른다 사랑하지
않으면 나는 너의 풀잎을 모른다 사랑하지 않
으면 나는 너의 북풍한설을 모른다 사랑하지 않으
면 나는 너의 수중고혼을 모른다 사랑하지 않으면
나는 너의 적막강산을 모른다 사랑하지 않으면 나
는 너의 흉곽진동을 모른다 모른다 모른다


유니폼을 입고
새벽 도성을 비질하는 사람


아슬아슬한 절벽에 매달려
번쩍이게 유리창 닦고 있는 사람


“라이스는 나이스다”
무논에 모포기 심고 있는 사람이여


사랑하지 않으면 나는 너의 바람 부는 광장을 모른다
사랑하지 않으면 나는 너의 어두운 골짜기를 모른다
사랑하지 않으면 나는 너의 서러운 강기슭을 모른다
사랑하지 않으면 나는 너의 눈물샘을 모른다


사랑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보이지 않으며, 아무 것도 알 수 없다. 그래서 사랑은 바로 보는 것이며, 바로 아는 것이다. 프랑스 철학자 알랭 바디우가 그의 책 사랑예찬에서 사랑을 ‘진리를 생산하는 절차이자 둘의 관점에서 행하는 세계에 대한 탐색’이라고 정의한 것처럼, 사랑은 서로 다른 세계에 놓여 있던 두 사람의 관점에서 때로는 서로 충돌하고, 서로 이해하며 세계를 새롭게 탐색해 나가는 것이다.


새로운 해가 시작되는 1월 부디 올 한 해 사랑에 빠지는 사람이 많아지길 빌어본다. 이런저런 사랑의 조건 따위는 개나 물어가라고 하고, 사랑 때문에 사랑해서 차마 사랑 따위 버리지 못해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 그래서 서로의 서러운 강기슭도 들여다보고 아프냐고 물어도 보고….


이인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