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IMG_6259

< 울산에서 젊은 문화예술인들이 활동하는 데는 수많은 장벽이 있다. 하지만 춤이 좋아서 만난 사람들이라 열정이 대단하다. >



김유진 씨는 젊은이들이 모인 ‘춤판’ 김지영 씨와 공동대표다. 순수한 무용을 고집하기보다는 다양한 장르를 섞여 자신이 무용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열정이 대단하다. 특히 현대인이 겪는 정신심리 증후군을 중심으로 관객에게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열어주려고 애쓴다. 울산 무용판에 젊은이들이 하는, 새로운 창작무용이 자리 잡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기존 판으로 다 담을 수 없는, 역동적으로 꿈틀대는 젊은 춤꾼 이야기를 김유진 씨를 통해 들어본다.


1. 정신심리학 분야 주제로 안무를 하던데, 그런 주제로 하는 이유가 따로 있나?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단원들도 누구나 생각은 하는데 그걸 표현하기가 힘든 것이 정신심리적인 문제다. 2010년부터 다양한 작품으로 활동했다. 처음 지원금을 받아 2014년 만든 ‘배리끝의 애화’는 울산 장구산 설화에 얽힌 이야기다. 첫 작품으로 이 작품을 한 이유는 울산사람들한테 뭔가 울산 이야기를 가지고 춤판을 알리고 싶어서였다. 울산의 관객들에게 ‘배리끝의 애화’라는 작품으로 얼굴을 알리며 호응과 공감을 얻은 후 정말 하고 싶었던 공연을 했다. 현실적으로 많이 일어나고, 공부도 하면서 연구하는 중이었던 현대병 ‘페르소나 증후군’을 담아 공연했다. ‘내 얼굴 뒤에 또 다른 얼굴’이 있는 ‘가면 뒤의 또 다른 나’, 즉 ‘엄마로서의 나’, ‘여자친구로서의 나’, ‘사회생활을 하는 나’ 그런 부분을 표현하고 싶었고 진짜 내 얼굴은 뭘까? 내가 생각하는, 원하는 얼굴은 뭘까? 그런 것을 담았다.


‘차가운 열정’은 ‘번 아웃 증후군’ 단어 그대로 너무 열정적으로 살다가 녹아웃 된 상태가 온 사람들 이야기다. 이것을 하게 된 계기가 울산에는 직장 다니는 사람이 많은데 너무 열심히 살려고 하다가 거기에 너무 빠져서 나중에 아웃이 된다. 젊은 분들도 그런 사람이 많다. 


앞만 보고 가라고 해서 ‘넌 이렇게 가야 돼’ 그런데 ‘왜 가야 돼?’하고 되묻는 것을 모르고 그냥 가는 것이다. 목표를 두고 가는데 왜 가야하는지를 모르고 내몰리며 앞만 보고 뛰어가는 상황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었다.


이런 증후군에 대해서 표현하면 작품이 어두워질 수 있는데 우리는 재미있게 표현했다. 쉽게 풀이를 하려고 한 남자의 일상을 보여주는 거다. 한 보통남자의 하루, 한 남자가 일어나서 회사를 갔다, 그런데 상관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혼나고 혼나고 혼나도 사회생활을 열심히 했는데 왜 이렇게 하고 있을까? 그래서 여기에는 연기자도 들어간다. 포시크루 정해광 씨가 연기자로 나온다. 대사는 많지 않지만 쉽게 공감할 수 있게 전달하고자 협업해서 작품을 했다.


이것은 리플리 증후군, 쉽게 말하자면 우리가 SNS를 하지만 인스타, 페북을 보면 예쁜 것, 맛있는 것, 좋은 곳을 간 것만 올리는 사람, 자기가 잘 나가는 사진을 올리는 사람,  감정적으로는 우울하고 힘든 감정도 있는 사람인데, 그런 잘나가는 것을 내 모습이라 생각하고 그런 것을 좇는 것, ‘나는 이렇게 산다’, ‘나는 이렇게 멋지게 살아간다’ 보이고 싶은 사람이다.  ‘페르소나 증후군’은 자신이 역할로 살아가야 하는 얼굴이 많고, ‘리플리 증후군’은 꾸며진 모습을 실제 자신 모습이라고 여기는 증후군이다.


리플리 증후군을 쉽게 표현하기 위해 매개체를 큐브(직육면체)로 만들었다. 큐브를 만들어서 그것을 매개체로 해서 ‘원하는 행복’, ‘내가 가질 수 없는 행복’ 또는 그것이 각각의 공간이 되어 표현돼 있다. 무용수는 그것을 각각 가지고 다닌다. 공간도 되었다가 내가 가지지 못한 행복도 되었다가 한다. 큐브는 리플리 증후군의 ‘자기 상(像)’이다.


2. 사람에게는 실제는 비언어적인 교감이 훨씬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는데, 특히 몸짓으로 하는, 춤으로 하는 소통에 대해 일반인은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많은데?


무용은 현대무용, 한국무용, 발레로 구분이 되는데 나는 현대무용을 전공했다. 무용작품을 보면서 아쉬웠던 것이 작품을 보며 나도 이해를 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나 자신도 그렇지만 무용공연을 접하는 관객들에게 ‘저런 주제를 이런 동작으로 표현했구나’ 생각하면 가장 쉽다. ‘내가 생각하는 것은 이런데 저 사람은 이렇게 표현했구나’ 생각하면 된다고 얘기한다. 우리가 영화 관람하는 것처럼 무용공연 있네, 돈 내고 보러가자, 이런 문화는 아니지 않나? 그래서 춤판은 누구나 쉽게 공감하고 받을 수 있는 소재로 무용의 다양한 장르와 타 분야의 예술을 결합해서 관객에게 다가가 관객들은 어떻게 느끼는가를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그래서 우리들은 아주 단순하다. 무용공연이 뭔가 심오하고 어렵다는 편견을 버리고 우리들은 좀 유치해도 영화 보는 것처럼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쉽게 표현하는 것 위주로 갈려고 한다. 다양한 감정들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3. 춤을 추는 사람이 어떤 시공간에서 서있는데 어떤 상황에 있는 건지 도대체 알 수가 없을 때가 많다. 안무나 소품이나 적절한 관계는 어떤 것인가?


주제와 공간,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정해진 60분 안에 다 보여야 하는 것이다. 감정과 춤, 소품과 영상 이들 중 하나만이라고 한다면 아무리 해도 부족할 거다. 그런 것을 다 접목을 해서 표현해야 한다. 무용공연이라고 해도 영상, 조명, 무대세트, 타 장르예술 등 다양하게 접목한다. 만약 이 작품에서 주제에 맞는 대사가 꼭 ‘들어가야 한다’는 느낌이 들 때에는 그런 연기자와 협업하고 작품의 주제와 어울리는 공간이 필요할 경우에는 무대디자이너와 협업하기도 한다. 그런 것이 이루어져 다채롭게 되어야만 볼거리도 있고 내용 이해가 쉽다. 타 장르 팀과 시공간을 달리하면 극 연결이 어렵기에 만약 비보이팀과 협업한다면 여러 장르 춤을 섞어 병렬적인 느낌을 피해 작업을 한다.


타 장르의 팀이 춤의 호흡은 달라도 만약 내가 느끼는 지하철의 느낌이 ‘아침 출근길은 지옥 같다’ ’내가 속한 이 세상이 좀비처럼 보인다’라고 했을 때 다양한 감정선과 다양한 장르의 춤으로 표현하면 더 리얼하고 풍부한 감정을 보이고자 노력했다.


우리는 이해를 돕기 위해 여러 장르를 도입한다. 최근의 신작에는 마임과 영상을 협업해 작품을 했다. 마임은 프롤로그를 이야기하고자 했으며 영상에는 눈동자만을 썼는데 눈이 한 시간 동안 움직인다. 웃고 있는 눈, 울고 있는 눈, 슬픈 눈, 눈치 보는 눈 등 나는 이렇게 살고 싶은데 나를 보는 눈은 이러하다든지. 진실과 거짓을 같이 가진 눈을 넣었다.


10IMG_6245

< 춤판이 그 동안 만들어 공연한 작품들. 현대인들이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



4. 이런 젊은이들 춤판 단체가 만들어지게 된는 과정은 어땠나?


2010년 창단이 돼, 현재 춤판이 만들어진지 올해 7년째가 되었다. 우리들은 진짜 하고 싶은 무용을 하고 싶어 만든 것이다.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현실성 있는 소재로 공연을 만들고 싶었다.

 
무용공연이 단순히 ‘아 멋지네’ 하는 것이 아니고 지금 나, 나에 대한 생각을 되돌아보고 싶었다. 지금 사람들에게 자기 생각이 많이 부족하고 남 눈을 더 중시하는 문화니까.  


그리고 춤판이 나는 현대무용이지만 김지영 씨 같은 경우에는 한국무용 전공자다. 강지윤 씨는 발레 전공이고. 조안무를 맡은 비보이 전공 정해광 씨 등 장르가 다 다르다. 우리는 장르를 구분 짓는 것 자체가 어렵다.   


호흡이나 정서가 한국무용 느낌이 많아서 한국창작무용으로 소개를 하지만 우리는 장르를 구분 짓기 싫고 단지 우리가 추고 싶은 춤을 추고 싶다. 장르가 다양하지만 춤을 추는 사람, 그래서 춤판이다. 정해진 멤버가 다섯 명이고 구성원을 나이대, 생각도 비슷하고 춤 실력이 높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생각이 비슷한 것이 더 중요하더라.


5.  실제로 하나의 공연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설명하자면?


부산 등 다른 지역 공연을 많이 보러 다닌다. 책이나 영화도 보고 뉴스도 많이 본다. 소재가 거기서 많이 나오더라. 뉴스에서 만약에 ‘번 아웃’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그것에 대한 영화를 찾아보고, 그것에 대한 책도 찾아본다. 그것을 공부하다 보면 또 다른 생각이 나오는 경우도 많다. 공동대표인 김지영 씨와 작업구상을 하고 기획하고 단원들과 토론하고 어울리는 음악을 찾아서 들으며 찾는 음악이라고 여겨지면 음악 편집 작업도 하고 음악에 맞춰 안무를 만들거나 무용수들의 성격을 바탕으로 즉흥적으로 안무를 만들기도 하고 점점 맞춰나가는 거다. 그렇게 작업을 한다. 작업을 하는 중에 우리에게 어울리는 의상이 뭘까? 생각하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부산 진시장에 가서 직접 천을 떼 와서 의상디자인을 하기도 한다.


6. 무용계는 경력단절여성이 다시 복귀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나?


다양한 연령층의 여성무용수들이 현재 무수히 활동하고 있다. 결혼과 출산으로 인해 회복기간을 걸쳐 복귀가 늦어지는 여성무용수가 있기도 하고 회복기간이 빨라 빨리 복귀하거나 간혹 복귀하지 않는 무용수도 있지만 다 그렇진 않다. 대부분의 여성 무용수들은 결혼을 해서 출산을 하면 몸이 바뀌어져 버리니까 결혼이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단점이 될 수도 있다 는 생각을 한다. 결혼을 해도 애기를 안 낳은 경우도 있다. 무용을 계속하기 위해 결혼을 미루는 경우도 많다. 어떤 경우든 잘 되었다 잘못되었다 그런 이야기를 못한다. 다 이해가 되는 상황이다.


10IMG_6261

< 무용전문가 평보다는 관객과 소통하는 일에 더 관심이 많은 춤판은 좀 더 사실적이고 쉽게 이해 공감되는 안무를 고민한다.  >



7.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은 어떤 시간인가?


나는 사실 공연할 때보다 뒤풀이할 때가 더 좋다. 공연을 마치고 공연에 대한 느낌이나 평가를 피드백 하는 시간이 제일 좋더라. 안 좋은 이야기도 하고 그 중에 새겨들을 만한 좋은 이야기도 하니까 뒤풀이 시간이 좋다. 발전되어 가는 시간이라 생각한다. 일반관객도 자연스레 참여해 피드백을 많이 받는다. 무대에 올라 본 분들, 무용을 하는 분들의 평도 소중하지만 일반관객과의 소통과 이야기에 사실 더 관심이 간다. 우리가 땀 흘려 만든 작품에 대해 관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이 제일 즐겁다. 

  

8. 앞으로 하려는 작품 내용이 있다면?


현재 두 개의 작품의 구상해놓았다. 울산에 떼까마귀가 많이 오니 까마귀 눈으로 표현하고 싶다. 까마귀를 중심으로, 춤으로 표현하는 것은 아직 없는 것 같다. 까마귀와 사람의 갈등을 표현하고 싶고 준비를 해놓았다. 또 하나는 공황장애를 주제로 준비하고 있다. 자신을 돌아볼 여유 없이 조바심으로 살아가는, 주로 연예인들이 생기는 병이다. 이런 작품을 2018년에 하려고 한다. 시에서 하는 창작산실, 구에서 하는 상주단체, 문화재단 쪽으로도 지원을 해보려고 생각하고 있다.

 

9.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울산은 공간에 대한 활용도가 좀 부족한 편이다. 부산에서도 활동을 하고 있으니, 거리예술이라든지 성남동 문화거리 활성화하려면 안정적으로 정착할 때까지 계속 지원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예를 들면 지원을 받는 단체라면 실내공연뿐 아니라 일반시민과 만나는 야외공연을 한다든지 하면 좋을 것 같다. 공연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측면이 실내 무대공연이라는 것 때문이라는 것도 있다. ‘쇠부리 축제’라든지 행사공연은 하면 시민들이 가까이서 보니까 아주 좋아하더라. 울산 문화예술 관련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현실적인 방도를 만들어 갔으면 한다.


인터뷰어 이동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