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내풀로역사


“연구사님 보세요.”
작년 말 사무실에서 한 직원이 간행물 한권을 건네주었다. 쓱 쳐다보니 <2017 연말정산 신고안내>. 일단 받아둔다. 그리고 이제 슬슬 연말정산기간이 다가오자 던져두었던 책자가 눈에 들어오는데... 나만 특별히 준 게 아니고 전 직원에게 배부하는 눈치로 보아 여긴 기관 특성상 연말정산을 개인별로 알아서들 신고하나? 300여 쪽 분량의 간행물을 5200명 전 직원에게 배부하려면 인쇄비만도 만만치 않을 터인데 뭐지? 이런저런 생각 끝에 마침 물어볼 기회를 얻었다.


혼자 소설을 썼구나. 연말정산 신고기간이 되면 이곳 국세청은 전화가 북새통을 이룬다. 담당자만으론 인력이 부족해서 전 직원이 민원상담 비상체계로 돌입. 자동으로 전화가 돌아가도록 설정을 해둔단다. 그런데 이 연말정산이란 게 개인별로 사례가 다르기도 하고, 법도 자주 바뀌어서 직원들도 어려워해 이렇게 매뉴얼을 나눠주는 거라고...(아~ 앞으로 전화를 조심해야겠군. 담당자가 아니라 모른다고 하긴 용납되지 않겠지?)


월급 받는 일터를 갖게 되면서부터 나는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조세체계로 영입되었다. 나의 소득에 세금을 떼고 받는단 게 조금 아깝기는 했지만 그래도 정기적으로 통장에 입금되는 것들이 세금의 존재를 잊게 했다. 목돈이 생기면서부터는 은행에 정기 예치를 할 때 은행직원의 현란한 비과세상품 설명에 귀를 쫑긋 세우기 시작했다. 얼마가 되는지도 모르는 이자소득세를 안 내려고 비과세 상품 아니면 안된다 생각? 그러면서도 정작 고소득, 불로소득자는 당연히 세금을 많이 내야한다고... 적고 많음의 문제이지 어느덧 소득에 세금이 매겨진다는 것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의심이 없다는 건 위험한 일인데 말이다.


국가가 세금을 거두어들이는 것은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개인의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842년에 영국세제에서 처음 시작되었고, 누진과세제도가 확립된 것은 1907년 이후의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16년에 일본의 소득세법 중 법인에 관한 것을 옮겨 시행한 것이 처음이다. 이후 1934년의 세제개편에서 일반소득세를 만들어 개인소득세를 별도로 부과하기 시작했다. 정부수립 후 1945년 7월 15일에 개인소득세제가 단독법률(법률 제33호)로 제정되었고, 그 뒤 6.25전쟁 중 ‘조세특례법’에 의한 세제개편을 거쳐, 1954년에는 조세부담을 공평하게 배분하기 위해 분류소득세와 종합소득세를 병행, 과세하는 제도로 개편하였다. 현행 ‘소득세법’의 기초가 되고 있는 1974년의 세제개편에서는 종래 일정소득금액 이상에 대해서만 실시하던 종합소득세제를 전면 실시하고, 1968년부터 시행되던 부동산투기억제세를 양도소득세로 흡수.개편하였다.


위의 간략한 이력에서 보다시피, 소득세는 근대 민주사회의 발달과 발을 맞추어 발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주요 특징은 과세의 표준을 각 개인의 부담능력에 두어야 한다는 공평의 원칙이다. 즉, 개인의 소득에 따라 인적 사정을 반영한 각종 소득공제 및 세액공제가 실시됨과 아울러 여러 소득을 종합하여 누진세율에 의해 과세함으로써, 부담공평에 합당한 과세가 된다. 따라서 공평과세를 위해, 고도의 세무행정기술과 이를 뒷받침하는 납세자의 장부기장능력 및 납세윤리가 확립되어야 한다. 한편 소득세제에 포함된 여러 가지 과세요건을 통해, 고소득에 대한 중과세와 영세소득에 대한 우대조처로서 소득재분배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금융자산에서 생기는 이자소득, 배당소득, 부동산소득, 사업소득 및 양도소득 등에 대한 과세를 통하여 국민경제에 적합한 자원배분를 유도할 수도 있다.


소득은 재산과는 달리 일정한 기간 얻어진 경제적 순이익을 화폐총액으로 파악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조세의 지불능력을 나타내는 가장 적합한 지표로 생각되고 있다. 따라서 재정정책상, 국민경제상 합목적적인 소득분배가 가능하다고 하여 가장 이상적인 조세로 여겨지고 있다.


우리는 세법이 바뀔 때마다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는다. 어떤 논리와 계산이 숨어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 숫자 앞에만 그것도 숫자를 신고하는 공공기관에만 서면 얼음이 되어버리는 건 나만이 아닐 것이다. 세금을 대신 신고해줄 세무사가 협회가 있는 이유이다. 세금을 적게 내도록 만들어주는 곳이 과연 유능한 곳일까? 소득세의 기본 취지를 생각한다면 전문직에게 부여된 윤리의식을 다시금 새겨야할 때이다.


참고자료 <소득세(所得稅)>(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윤지현 기록 전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