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을 파탄 내며 ‘이게 나라냐!’를 외치게 했던 구시대 정권을 촛불혁명으로 권좌에서 끌어내리고 새로운 정부를 세운 지 한 해를 넘기고 있다. 구시대 정권이 불의의 권력으로 쌓아 온 것이 청와대 주인과 가신만이 아니고 하나의 체제인 이상, 구체제(앙시앙 레짐)를 청산하는 일이 쉽지도, 짧은 시간 안에 이루어질 수도 없는 일이지만, 벌써부터 ‘정치보복’이나 ‘적폐청산 피로도’ 운운하며 적폐청산의 시대적, 역사적 임무를 훼방하려는 불순한 기도가 고개를 들려고 하는 형국이다. 거기에 더해 주된 청산의 대상이 중앙권력 위주로 진행되어지면서, 정작 시민 개개인의 삶과 직결된 지방에서의 구체제에 대해서는 청산은커녕 오히려 다가올 지방선거를 통해 구체제를 유지하려는 반역사적인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중앙권력과 코드가 맞는 지방정부는 온전히 구체제를 완성했던 한 주체이다. 특히 지방정부의 탄생이래로 무려 23년 동안이나 일당독재식으로 한 정당이 지방권력을 독차지해왔던 울산의 경우는 중앙권력의 교체와 때로는 조응하고 때로는 독립적으로 구체제를 온존, 완성시켜왔다. 그리고 그렇게 변하지 않는 권력은 변하지 않는 정치와 변하지 않는 행정과 변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왔다.


변하지 않음은 자기위주의 편향, 관성이나 관행을 마치 정상인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었다. 대표적인 것이 자생단체들, 초등학생까지 총동원하여 서명하게 함으로써 여론을 조작하면서 밀어붙이는 영남알프스케이블카 사업이다. 서명을 받아본 사람들은 단 16일 만에 50만 여명의 서명을 받는다는 것이 불가능한 일임을 안다. 불특정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특정 공간에서의 우연한 조우 및 서명의 취지와 목적에 대한 공유를 조건으로 하는 서명운동은 하루 종일 거리에서 헤매도 100명을 채우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하루에 3만 명 이상의 서명을 받았다는 것은 무엇인가가 작동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울산시청과 5개 구군청의 모든 과와 주민센터 등에 할당량을 주고 일일 체크로 확인하면서 기계로 제품을 찍듯이 그렇게 50만 명의 서명을 조작한 것이다(할당인원, 일일체크 실적표가 공문으로 밝혀졌다). 그리고는 이 사업의 대외적 명분으로 항상 동원되는 멘트가 ‘울산인구 과반이 찬성하는 사업’이다. 완벽하게 공무원 직권남용의 주민동원 여론조작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 사건에 대한 울산지검의 1차 결론은, 서명운동은 여론조사이고 자치단체장의 직무와 관련, 서명을 독려했다고 하며 면죄부를 주었다. 하지만 이는 누가 봐도 ‘주도’이지 ‘독려’가 아니다. 이 결정은 앞으로도 단체장의 치적 욕심에 대해 행정에서 마음만 먹으면 공무원과 자생단체를 동원하여 자의적으로 여론을 조작할 길을 만들어준 것이나 다름없다. 모든 것을 독려했고 단순 협조했다고 하면 그만이기에 그렇다. 행정의 존재의의는 시민여론 형성을 촉진하도록 하는 데에 있지 여론을 주도적으로 조작하는 데에 있지 않음은 초등생도 아는 상식이다(현재 이 사건은 부산고검에 항고중이다).


상식을 어겨가며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들었으니 적폐가 아니고 달리 명명할 단어가 마땅치 않다. 울산의 정치와 행정적폐가 어디 이뿐이겠는가만은 울산검찰의 판단 역시 이러한 비정상을 일종의 관행처럼 여기며 면죄부를 주어 또 다른 비정상을 낳는 촉매 역할을 하기에 이 역시 사법정의라 할 수는 없는 적폐의 범주이다.


이렇게 울산지검이 불의와 타협하는 행태는 다른 곳에서 다른 모습으로 연출되고 있다. 불법 유통한 밍크고래고기를 장물로 압수하고도 업자에게 돌려주고 뇌물성 금품을 수수한 사건과 관련하여 수사대상인 당시 검사를 해외로 연수를 보내 수사를 방해하는가하면, 불법유통업자의 변호사로 나선 이가 그 이전에는 고래 등 해양사건을 담당했던 울산검사 출신이기에 끼리끼리 얽혀 돌아가는 비정상의 사법생태계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몇 가지만 더 예를 들어보자. 울산시는 2016년,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에서 시장 면담을 위해 시장실로 가는 길을 막기 위해 엘리베이터의 운행을 중지시켜버렸다. 급기야는 다른 수가 없어 계단을 통하여 올라가는 약 15명의 사람들에 대해 시장실이 있는 층의 계단 출구를 막으면서 20여분 동안이나 비상계단에 갇히게 만드는 어이없는 작태를 저질렀다. 위험과 재앙의 공포를 갖는 시민들의 호소에 대한 답이 고작 시장실 봉쇄였다. 이러한 작태는 되풀이 되었다.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울산연대’에서 역시 시장면담을 위해 시장실로 가는 모든 길을 봉쇄해버리는 작태로 이어지면서, 시청을 시장 자신만의 공간으로 요새화(?)시키는 행위가 마치 정상적인 일인 것처럼 여기는 비정상의 극치에 이르렀다. 그 외에도 자신들의 입장과 다르다는 이유로 예약된 시의회의 토론회장을 당일 날 대여불가하다고 통보하는 등 그 폐해들의 사례는 쌓여가고 있다.


시민들은 이미 촛불로 세상을 바꾸기 시작했지만 제도권에서의 개혁을 단순히 기다리고 있기에는 구체제가 낳은 적폐의 뿌리는 깊고 줄기와 가지는 다양하며 다층적이다. 이제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의 적폐들에 대해서도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명시하고 규탄하면서 불가역적으로 청산하는 정의로운 행진을 해야 한다. ‘울산 적폐청산, 뭐라도 하자 울산시민모임’을 공개적으로 제안한다!


김형근 울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