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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진순환도로에서 본 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사업부 전경.

일감이 없어 부지가 황량하게 비어있다. ⓒ이동고 기자



“해양정문으로는 통근도 못해요. 장비차도 막혔고 걸어서는 못 가고요. 통근버스로만 겨우 지나갈 수 있어요.”(한 지역 인사)


현대미포조선 옆 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사업부. 방어진순환도로에서 바라본 부지의 모습은 황량하기 그지없다. 잔여물량이 거의 없는 부지 사이를 통근버스만이 드나든다. 황망하다. 한 지역 인사의 전언에 따르면 이미 부지 절반은 미포조선에 매각한 상태다.


울산 동구의 경제는 현대중공업을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본지는 동구의 정책 현안을 알아보기 위해 지역에서 잔뼈가 굵은 정치권 인사들과 만났다.


중공업 고용안정이 최대 이슈


이들 모두 고용안정이 동구 지방선거 최대 이슈가 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다만 그 해결방안에 대해서는 약간의 온도차가 감지되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현대중공업 구조조정이 3년차에 접어들면서 유휴인력만 5000명이 넘는다는 조사결과를 새삼 언급했다.


그러면서 9년 동안 이명박근혜 정권의 비호 속에 산업계가 밀어붙인 양대 노동지침(쉬운 해고와 성과제)과 불법노동행위 등은 촛불 이후로 많이 근절되고 있지만, 산업 침체로 여전히 고용이 위태로운 동구에서는 조선업 살리기와 고용안정(불법근절)이 절대적 화두일 수밖에 없다고 풀이했다.


최근 현대중공업 강환구 사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턴어라운드’를 선언했다. 물론 이를 긍정적 신호로 보는 이들도 있다. 경영자 스스로 대외적으로 “바닥을 쳤다”고 강조했기 때문. 수년째 계속돼 온 구조조정이 안착됐다는 증거로 보는 이도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그렇다면 노사정이 우선고용협의체 등을 가동해 중공업 재채용 및 복직을 약속해야 되지 않느냐는 주장을 폈다. 청년고용과 조화는 이뤄야겠지만 이제는 퇴직자 우선 재고용을 논의해야 할 때라는 입장이다.


아직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반면 현대중공업이 올해 겪을 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할 거라고 보는 이들도 있었다.


한 정치권 인사는 “현대중공업 노사는 현재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며 “유연근무제는 휴업의 변형이므로 노사가 임단협에서 일단 순환휴업은 받은 거 아니냐.”고 풀이했다.


게다가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해 부결이 날 경우 사측에서 더욱 강공을 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당장 오는 2~3월에 구조조정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단 것이다.


이런 위기 속에서 가장 피해 입는 이들은 단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정규직은 노동조합이라는 보험이라도 있어서 얘기할 건덕지라도 있죠. 하청은 오도 가도 못합니다.”


한 인사는 “예전에는 중공업에 일감이 없으면 거제도라도 갔는데 지금은 거제 통영도 갈 수가 없어 온산으로 많이 몰린다.”며 “에스오일 플랜트 공사만으로는 그 인력을 다 충당할 수 없는 실정이라 기다리는 동안에도 실업자군이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용불안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가리지 않는다. 동구는 순환휴직 구조조정 등의 영향 이외에 정년퇴직으로 인한 베이비붐 퇴직자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퇴직자지원센터가 명덕에 설립됐지만 지자체의 성과가 아직 역부족이라는 평이 나온다.


이에 대해 한 정치권 인사는 일자리지원센터를 능가하는 실질적인 교육훈련기관 설립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구체적 방안 마련의 어려움을 피력하기도 했다.


“베이비붐 세대를 위해 명덕에 퇴직자지원센터가 생기긴 했지만 은퇴자의 요구에는 한참 못 미치는 시스템인 건 사실이죠. 이를 뛰어 넘는 게 참 어렵습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대량퇴직에 대응하는 대책 수립이 중요하다며 귀농귀촌운동이나 협동조합의 취지에도 공감을 표했다. 한 지역 정치인은 한발 나아가 앵커기관 역할론을 제기했다.


복지나 교육 등의 분야에서 공공기관이 주도해 지역 활성화를 이끈 미국의 클리블랜드 모델 같은 정책이 동구에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스웨덴 말뫼만 해도 지자체에서 중장기 관점의 미래 계획을 세워 ‘스마트시티’로 옮겨갔는데 울산에서도 이제 이를 준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고용위기지역 지정 급선무


현대중공업 사업장 근처에 상인회와 관변단체 등이 부착한 임단협 타결 촉구 현수막이 바람에 나부낀다. 경기 침체에 따라 지역상권이나 주민들이 느끼는 상실감이 만만치 않다.


한 지역 정치인은 “상권 활성화 문제와 관련해 고용위기업종에서 한걸음 나아가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되면 원청이 아니어도 지원이 가능해 하청 노동자들의 숨통을 틔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지역 정치권은 권명호 구청장이 지난해 12월에 말했듯 울산 동구가 통영에 이어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건강보험료 납부 통계 등 지정 요건은 모두 충족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동구 발 우울한 통계는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어느덧 인구 17만 명 마지노선까지 무너졌다. 인구수가 북구에 역전 당한지 오래라 당장 기초의회 의석 축소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업정치의 잔재 청산해야”


실질적으로 동구의 지역행정을 주도하고 있는 구여권의 행보에 대한 아쉬움도 나온다.


“구여권에서는 ‘관광동구’를 이슈 및 슬로건을 내걸어 쟁점을 비껴가려고 하는데 그렇게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요. 고용문제는 정면으로 돌파해야 하는데 결기가 아쉽습니다.”


그가 마지막으로 덧붙인 말은 이렇다.


“결국 동구를 둘러싼 조선업 부흥, 숙련노동자 고용, 원-하청 임금 격차 문제 등은 정부의 조선업 정책, 노동정책의 변화가 수반돼야 극복 가능합니다.”


<특별취재팀>

대담=이종호 편집국장

사진=이동고 기자

정리=이채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