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분들이 은퇴하면 전원주택을 꿈꾸고 계십니다. 전원주택을 접근하기 전에 다양한 상황을 판단해보시고 결정을 하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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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베이비부머 세대는 앞뒤 산에 진달래꽃이 피어 그 꽃을 따먹으며 어린 시절을 자연과 함께 보냈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 농촌에서 도시 공장 노동자, 자영업, 전문직에 종사를 하다 이제는 자식들 출가 시키고 은퇴를 합니다. 은퇴하고 마땅히 할 것도 없고 어릴 적 농촌 향수에 젖어 땅 조금 사서 ‘전원주택’ 짓고 텃밭 조금 가꾸고 나무와 꽃을 사다 심고 나면 할 일이 없습니다.


문제는 전원주택을 몇 억 들여 짓고 나서 이사를 하면 동네사람과 어울릴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물 맑고 공기 좋은 데서 조용히 살겠다고 선택을 했지만 자기 혼자(부부) 죽을 때까지 전원주택에서 ‘명상수행’하러 귀.산촌을 선택한 결과가 됩니다. 몇 년 조용히 살다 고독함과 그리움, ‘이게 아닌데’ 하면서 다시 도시로 돌아가게 됩니다.


살아온 과정, 앞으로의 과정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0∼20세 성장기, 20∼60세 먹고살기 위해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60세에 은퇴를 하는데 은퇴 이후를 고민은 했지만 막상 은퇴가 닥치고 나면 딱히 할 일이 없습니다.


은퇴 후 건강하게 오래 살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 80세 이상 노인들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비율은 얼마 되지 않고 대부분 건강하지 않게 오래 사는 것이 현실입니다.


60∼80세는 수입이라곤 쥐꼬리만한 연금뿐인데 생활비는 계속 나가고 기력은 쇠약해지며 몸이 여기저기 아파오고 나이가 들수록 의료비는 대폭 증가합니다. 80세까지는 그럭저럭 살 수 있겠지만 80∼100살 까지는 남에게 의존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전원주택이 꿈이신 분들은 원하든 원치 않든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은퇴이후 100살까지 살아야 하는데 60∼100세까지 전체 과정(내가 살아갈 길)을 충분히 생각해보고 판단하는 게 현명합니다.


불안정한 노후 

 

영국에 4년 전 한파가 몰아쳐 얼어 죽은 노인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이유는 가스회사를 10년 전에 국가에서 민영화시켰는데 매년 10%씩 가스비가 올랐기 때문입니다. 연금은 매년 2~3% 오르다보니 먹을 것을 끊으면 당장 죽을 판이라 난방용 가스를 줄였기 때문에 한파에 얼어서 죽는 것입니다. 노후에 연금에만 의존해서 사는 게 약간의 충격에도 얼마나 취약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꿈꾸던 전원생활의 현실


여기저기 다니며 교육을 많이 하니 상담도 많습니다. 전원주택 짓겠다고 문의(상담)하는 게 “우리 집 한번 봐주세요.”  만나면 90% 이상이 건축 설계도를 가지고 와서 봐 달라고 이야기합니다. “크기를 줄이시지요.” 환기, 단열, 난방을 설명하면 듣기는 듣는데 결국은 100%가 자기가 생각한대로 집을 짓습니다.


현재 농촌 슬라브 집들이 보통 20∼30평이고 방 세 칸입니다. 방 두 칸은 사용하지도 않고 집안창고로 사용을 하는 게 현실입니다.


전원주택 30평 짓고 방 세 칸 들였습니다. 1년은 경치 좋고 물 좋고 공기 좋고 찾아오는 손님들 많아서 참 행복(?)합니다. 자랑할 것도 너무 많고 친구들은 부러워하니 신이 납니다. 2년차 들어서면 청소도 힘들고 관리도 힘들어 방 한 칸은 창고로 바뀝니다. 3년차 들어서면 작은 황토방 하나 짓습니다. 친구들 오면 찜질방, 황토방, 구들방 자랑만 열심히 합니다.(허세) 실상은 본체에 난방을 해보니 돈으로는 감당이 안 되고 나무로 난방을 해보니 골병 수준이라서 작은 황토방에서 겨울을 나기 위한 것입니다.


5년차 되면 방 두 칸은 창고로 바뀌어 있고 그렇게 자랑하던 전원주택이 애물단지로 바뀌어 갑니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라는 자괴감과 골병 드는 일을 왜 하고 있는지 차라리 도시에서 소박하게 살 걸 후회도 해가면서 도시로 다시 갈까 진지하게 고민합니다. 평생 꿈이고 로망이었는데 허망하기만 합니다.


베이비부머 세대(712만 명)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고, 앞날은 뻔히 보이지만 여전히 물질적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꿈과 로망에 젖어 실패한 선배(먼저 귀농귀촌한)들의 길을 불나방처럼 가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을 해 봐야 합니다. 귀농 귀촌을 하여 전원주택 짓고 스스로 제 무덤 파기가 아닌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더 크게 더 많이”의 사회


집뿐만 아니라 갈수록  티브이, 냉장고, 자동차... 가지고 있는 물건들이 더욱 커지고, 갯수도 많아집니다. 어릴 적 궁색하게 살아서 피해의식도 작용을 하지만 인간의 기본 욕구 중 자기도 모르게 축적(모아두는) 욕구가 있습니다. 본인의 의지와는 다르게 인간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는 아직도 석기시대라서 모아두어야 없을 때 사용할 수 있다는 동물적인 본성을 이해해야 합니다.


만약 이사 간다고 가정을 하고 집안에 있는 물건을 모두 운동장에 펼쳐 놓으면 면적이 얼마나 될까요? 버릴 것은 얼마쯤 될까요? 모아는 두었는데 사용하지도 않으면서 버리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먹는 것에 대한 본성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냉장고에 있는 모든 음식물을 꺼내서 거실에 펼쳐 놓으면 유통기한 불명, 이게 뭔지도 모르고, 언제 왜! 여기에 들어있는지 모릅니다. 버릴 것이 얼마나 될까요? 음식물 사올 때는 먹을 것이라고 사오지만 냉장고 안에 두기만 하지 먹지는 않습니다. 냉장고는 음식물 쓰레기 제조기입니다.


냉장고 크기가 클수록 음식물 쓰레기는 더 많이 나옵니다. 자기가 필요한 양 만큼만 사오고 자연에서 텃밭에서 필요한 양 만큼만 가져다 매일매일 음식을 해 드신다면 냉장고 보관보다 더욱 신선하며 몸에도 좋습니다. 오래 보관을 해야 한다면 전통방식 염장, 건조, 발효를 선택하고 김치냉장고보다 김칫독을 땅에 묻어둔 게 더 맛있습니다. 


냉장고가 커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한쪽에서는 굶어 죽고 한쪽에서는 쓰레기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에서 인간의 본성과 얄팍한 상술에 현혹이 되어 나도 모르게 물질적 본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채워도 채워도 끝이 없는 길을 가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봐야 합니다.


1년 365일중 딱 5일 편리하기 위해 360일은 불편함 감수


집의 크기뿐만 아니라 숟가락, 젓가락, 그릇의 숫자가 가족 숫자(크기)보다 두세 배 많습니다. 1년에 손님 몇 번 오는가요? 우리는 1년 365일중 딱 5일 편리하기(사용하기) 위해 360일은 불편함을 감수하고 물건을 소유하는 꼴이 아닌지 곰곰이 생각할 때입니다.


집은 작은데 자식들이 찾아오면 어찌할까요? (돈이 많으면 자주 찾아오겠지만...) 1년에 네다섯 번 정도 찾아오는데 여름은 마당에 텐트치고 자고 겨울에는 우리는 모텔 가서 자고 올 터이니 청소해놓고 밥해놓아라...(헐, 오지마라 소리는 절대 아님.)


전원주택과 현재 살고 계시는 아파트하고는 다릅니다. 아파트는 집안에 들어가면 모든 일을 집안에서 해결합니다. 농촌은 낮에 주로 밖에서 생활하게 될 거고 창고 활용이나 마당 활용 등으로 생활의 방식이 바뀌게 되므로 아파트처럼 집이 커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줄이는 게 더 어렵습니다


늘리기는 쉬워도 줄이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고향을 떠날 때 보따리 하나 가지고 도시로 나와 자취(기숙사) 생활부터 했습니다. 결혼하고 신혼집 차릴 때 짐이 많이 늘어납니다. 아이가 한 명씩 생길 때마다 짐이 늘어납니다. 약간씩 큰 평수로 이사할 때마다 짐이 늘어납니다.


이제는 아이들이 분가를 하고 떠났음에도 짐은 그대로입니다. 집이 넓어져서 물건이 늘어난 것인지 물건이 늘어나서 집을 늘려온 것인지 자기도 모를 정도입니다.


우리는 지나온 삶의 과정을 뒤돌아보고 어렵기는 하지만 버리는 연습, 비우는 연습부터 해야 할 때입니다.


집은 작게, 창고는 크게, 삶은 소박하게...


집이라는 것이 너무 작아도 효율이 떨어집니다. 둘이 산다면 8∼10평 정도에 다락방(침실용)을 짓는 게 적당합니다. 공간이 넓은 큰방에 혼자 잠을 잔다고 생각하고 가운데 이불 펴고 자면 새벽이 되면 자신도 모르게 한쪽 벽면에 붙어 있게 됩니다. 넓은 방에 잠을 자면 어딘가 모르게 불편함이나 어색한 느낌을 받습니다.


반대로 작은 공간은 상대적으로 불편함을 덜 느낍니다. 특히 다락방은 편안하고 온화한 느낌을 주는데 그 이유는 인간의 유전자가 약간 높은 곳에서 동물의 침임을 피해야 하고 바닥의 벌레를 피해야 하는 곳을 최적의 공간으로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차가운 공기는 아래에 있고 따뜻한 공기는 위에 있으니 다락방은 집안에서 가장 아늑하고 따뜻한 공간이 됩니다.


전원주택을 짓는다면 업자에게 맡겨야 하겠지만 작은집은 은퇴이후 직접 도전해 볼만 합니다. 스스로 자기 집을 짓는 과정에서 애착이 많이 생기고 자기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문제는 10평 짓겠다고 건축사무소 가면 설계를 해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돈이 안 되니까. 어떻게 해서 설계를 했다고 하고 집을 짓는 업자를 찾아가면 또 안 해 줍니다. 역시 돈이 안 되니까요. 안 된다는 소리는 하지 않고 “바쁘다! 2년 기다려야 한다!”하면서 슬쩍 말을 돌리게 됩니다.


작은집이라 해서 평당 건축비가 적게 들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집이 작든 크든 기초(토목) 공사비, 전기, 수도, 정화조, 인허가 등 기본비용은 별 차이가 없습니다. 대부분은 “평당 얼마예요?”라고 표현을 하니 작은집은 평당 가격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창고는 넉넉하게 짓는 게 좋습니다. 울산귀농운동본부는 자립적 삶, 생태적 삶의 가치 실현을 위한 활동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가치 이전에 베이비부머 세대의 절박한 생존의 문제로 접근이 필요합니다. 집 짓는 비용은 줄이고 유지관리비용이 최대한 적게 들어가고 특히 에너지 비용을 대폭 줄이는 방법을 함께 또는 스스로 배울 수 있는 ‘작은집 학교’를 만들어 함께 하도록 하겠습니다.


진일주 울산귀농운동본부 추진위원 / 적정기술 교육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