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몸으로 자고 일어났는데 오른쪽 고관절에 통증이 있습니다. 어젯밤 잠들 때 분명 아픈 곳이 없었는데 말이죠. 남편도 저도 당황스럽긴 해도 걸을 때 힘이 들어가는 정도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하루가 지나고 새아침이 밝았습니다. ‘이건 꿈일 거야’ 바라며 눈을 살며시 떴는데 일어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담이 걸렸거나 뼈가 어긋났거나 예상이 되었습니다. 심하게 다리를 절뚝거렸고 일상생활에 삐뽀삐뽀 지장이 생겼습니다.


고관절은 보통 노인성질환이 아니던가요. 자다가 뼈가 우지끈 부러졌을 리는 없고 원인이 뭘까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평소에 스쿼트(오토바이 자세로 앉았다 일어났다 반복 근력운동)를 100개씩 한 것과 자기 전에 한자세로 오랫동안 앉아있었던 것 두 가지입니다. 


비상사태 발생시 다행히 저에게도 비장의 카드가 있습니다. 바로 길 건너 사는 친정엄마입니다. 평소에 몹시 아껴두었습니다. 가깝다고 자주 만나면 질려 하실까봐 일요일에만 방문했던 친정입니다. 오면 반가워도 빨리 가면 더 반가운 게 손주라는 존재니깐요.


저는 물론이고 아이 식사를 겨우 하루 한 끼만 밥으로 그마저도 김에 싸 먹이고 빵, 우유, 과일로 연명했습니다. 어린 둘째에게 양말 좀 벗겨 달라, 이건 좀 버려 달라, 저건 좀 가져와 달라 심부름 대잔치입니다. 친정엄마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병원에 가야겠는데 아이 좀 봐달라고 말이죠. 엄마는 그냥 오시지 않습니다. 따끈한 음식을 냄비째 보자기에 싸오고 엄마의 간식이었을 삶은 계란과 찐 고구마도 부랴부랴 담아오셨습니다.


분위기상 첫째는 자연스럽게 친정엄마 집에서 하숙을 하게 되었습니다. 23개월 둘째도 눈치가 있어서 제가 잠바만 입어도 나가는 줄 알고 울기 시작합니다. 따라가겠다고 현관에서 맨발로 신발 신기가 바쁘고 닫히는 문 사이로 눈물 콧물 줄줄입니다. 아이의 울음을 뒤로 하고 절뚝거리며 한의원으로 향했습니다.


한의사는 증상을 보더니 치골근 근육통이라고 일주일간 매일 치료 받아야 한답니다. 치골근이 어디냐면 비키니 라인입니다. 아파도 이렇게 섹시하게 아픕니다. 찜질, 물리치료, 침, 부황, 테이핑 순으로 치료를 받고 나왔습니다. 근육통이라 들으니 그래도 안심입니다.


통증 3일째, 제왕절개하고 입원실에 누워있었던 첫날처럼 아픕니다. 한파를 뚫고 겨우 걸어서 한의원을 다시 갔습니다. 얼마나 아픈지 한의사에게 눈물을 들켰습니다. 치료 받고 나오는 길에 한의사가 황급히 쫓아 나옵니다. 걱정 어린 배웅을 받으며 집으로 가는 길, 불과 4일 전만 해도 잘만 걷던 길인데 달라 보이고 서글퍼집니다.


다음 날, 근육통 따위가 이렇게 아플 수 있냐며 정형외과로 틀었습니다. 뼈 사진도 찍고 진찰도 받았는데 역시 근육통인 것 같다고 약 먹고 무리하지 말라는 말씀뿐입니다. 집으로 돌아와 심란한 마음에 괜히 남편에게 묻습니다. 내가 요절하면 어떻게 할 거냐라든지 내가 다시 걸을 수 있을까라든지 말입니다. 병난 아내의 세세한 지령과 심부름 그리고 부탁들에 다 나으면 두고 보자는 남편입니다.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 그리고 배시시 새어나오는 의미심장한 웃음은 막기 어려운 아내입니다.


진통제, 소염제, 위장약 세 알을 꿀꺽 삼키고 자고 일어나니 한결 낫습니다. 약발이 받으니 살 것 같습니다. 아이가 아프면 엄마가 돌보는데 엄마가 아프니 가정이 일시정지였습니다. 엄마는 아프면 안 되겠습니다.


김윤경 글 쓰는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