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광어회를 먹지 않는다. 회를 먹지 않는 게 아니라 광어회를 먹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회는 즐겨 먹지만 광어회만은 먹지 않는다는 얘기다. 광어가 딴 생선에 비해 식감이 특별히 나빠서가 아니다. 단지 개떡 같은 시절의 개떡 같은 추억 때문이다. 딱히 그게 광어회를 먹지 않아야 할 이유가 되진 않지만 어쨌든 그는 그때부터 광어를 먹지 않았다.


서른 살이 되도록 그는 놈팽이었다. 한량이었다. 하는 일 없이 그냥 뒹굴거리다가 저녁이면 술 마시러 나가고 간간히 인스턴트 연애질이나 하는 게 삶의 전부였다. 개떡 같은 나날들이었다. 돈만 축내는 반건달을 집에서 좋아할 리 만무했다. 부모님과의 불화는 점점 커지고 있었다.


남자의 부모님은 바닷가에서 횟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곳은 펜션과 모텔만 즐비한 한적한 바닷가였다. 손님은 주로 연인이나 불륜커플이었다. 아버지는 회를 뜨셨고, 어머니는 음식을 날랐다. 손님이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객단가가 높고 마진이 좋아 그럭저럭 살만했다.


그러다 인근이 관광지로 개발되면서 주말이면 관광객 단체손님이 크게 늘었다. 아버지는 남자에게 가게 일을 도우라고 했다. 어릴 때부터 간간히 배워온 터라 남자는 익숙하게 활어를 다룰 수 있었다. 그때부터 남자는 어쩔 수 없이 회 뜨는 일을 전담하게 되었다. 남자는 잠시 동안만이라고 부모님께 단단히 못을 박아놓고 가게 일을 도왔다.


그 횟집에는 주방과 붙어있는 활어를 잡고 회를 치는 공간이 있었다. 두 평쯤 되는 그곳은 도마가 얹혀진 씽크대와 회를 썰 수 있는 씽크대가 별도로 구분되어 있었다. 홀에서는 그곳이 보이지 않았지만 밖에서는 그곳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주방과 붙어있긴 하지만 냉방이 닿지 않는 곳이었다. 여름에는 모기가 들끓었기 때문에 모기향을 피워 놓아야만 견딜 수 있었다.


남자는 광어를 잡았다. 메뉴판에는 좀 더 비싼 도다리회와 가자미회가 함께 있었지만 오직 광어만 잡았다. 도다리를 달라고 하면 씨알 작은놈 골라 막썰기로 냈고, 가자미를 달라면 지느러미살과 함께 길쭉하게 썰어냈다. 물론 사람 봐 가면서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구분도 못할 뿐 아니라 연인이나 불륜커플들은 그게 중요하지 않았으므로 별문제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 남자는 여느 날처럼 광어를 잡고 있었다. 다른 점이라고는 들끓는 모기를 퇴치하기 위해 피워 놓은 것이 모기향이 아니라 제사 때 쓰는 향이라는 것뿐이었다. 마침 모기향이 딱 떨어졌는데 서랍에 제사용 향이 보이길래 그 냄새가 그 냄새다 싶어 피워 놓은 것이다. 한참 땀을 훔치며 회를 치던 남자는 왠지 정수리가 따끔거리는 시선이 느껴져 창밖을 봤다.


한 남자가 기웃기웃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작업복을 입은 사십대 초반의 남자였다. 머리에는 투쟁이라는 글씨가 쓰인 빨간 띠를 두르고 있고, 목에는 카메라가 걸려있었다. 담배를 피우러 나온 듯 담배와 라이터를 쥐고 있었다. 오늘 근처 대공장 노조 간부들 회식이 있다고 들었기 때문에 남자는 그 중 한명이라고 생각하고 말았다.


“아재가 고기 잡나보네~” 빨간 띠 남자가 담뱃불을 붙이며 말을 걸었지만 남자는 못들은 척했다. 괜히 대꾸하면 계속 말을 걸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와~ 이게 다 광언교? 마이 잡네. 외진 덴데 장사 잘 되나 보네. 하긴 회가 맛있드라.” 남자는 어쩔 수 없이 쓰윽 미소만 짓고 말았다. 성가신 빨간 띠 사내는 담배  한 개비를 다 피울 동안 기자라도 되는 듯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물었고, 남자는 건성건성 대답했다.


“음 근데 그 향은 와 피워 놓은 건교?” 빨간 띠의 마지막 질문이었다. 남자는 차마 모기가 너무 많아서라고 대답할 수 없었다. 명색이 횟집인데 비위생적이라고 소문이라도 낼까 싶었기 때문이었다. 남자는 잠시 망설이다 “내가 하루에 광어를 몇 마리나 잡는지 압니까? 아무리 말 못하는 고기라도 맘이 좀 그렇데예.”라고 둘러댔다.


빨간 띠 남자는 조금 감동 먹은 듯한 표정으로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아재 사진 한 장만 찍제이.”하며 남자를 찍고 후다닥 사라져 버렸다. 거부할 여유도 없이 벌어진 일이었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다. 대공장에 다니는 남자의 친구가 허겁지겁 남자를 찾아왔다. 손에는 신문이 들려있었다. 남자의 친구가 흥분해서 말했다. “야 임마, 우리 노보에 니 나왔다. ㅋㅋ 와 임마 이거 출세 했데이. 신문에 다 나오고...ㅋㅋ”


남자는 신문을 확 낚아채 펼쳐보았다. 맛집 소갠지 그냥 칼럼인지, 것도 아니면 잡설인지 모르겠지만 분명히 남자가 나온 사진이었다. 유리창 너머로 런닝 바람의 남자가 뚱하게 쳐다보고 있고 그 밑에는 향이 피워져 있었다. 최악의 사진이었다. ‘한낱 미물의 죽음도 애도하는 주방장’이라는 어이없는 제목까지 붙어있었다. 내용의 핵심은 누구는 한낱 광어의 죽음도 애도하는데 회사 회장이라는 작자가 노동자의 죽음을 나 몰라라 한다는 식이었다.


그때부터 남자의 친구들은, 아니 남자를 아는 사람들은 남자가 광어회를 먹으려고 하면 “향 피웠나? 애도해야제.”라며 놀렸다. 남자는 그 농담이 끔찍이 듣기 싫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광어회를 멀리했다는 전설이...


김동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