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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 하나의 의견일 뿐이다.’ 전설의 최고 복서 무하마드 알리의 말은 조하(이병헌)의 좌우명. 그는 웰터급 동양챔피언까지 올랐던 전직 복서다. 나이는 만 38살, 재산은 몸뚱이뿐이다. 하지만 불가능한 도전을 낯선 해외이민으로 삼았다. 남은 것은 그 곳으로 가기 위한 500만원.


돈을 모으던 중 오래전 집을 나가 연락이 끊겼던 엄마 인숙(윤여정)을 우연히 만난다. 원망이 크지만 날품팔이로 만화방을 전전하던 조하는 인숙의 집으로 들어간다. 그저 잠시 머물 곳. 조금의 돈만 마련되면 바로 뜰 요량이다.


인숙의 형편도 좋지 않았다. 서번트증후군을 앓는 이부동생 진태(박정민)가 있었다. 평생 한번 만나본 적 없던 동생도 놀랍지만 장애인이라니. 닮은 데 하나 없는 두 형제 그리고 둘에게 모두 미안해하는 인숙, 이렇게 매우 특별한 가족의 동거가 시작됐다.


비운의 가족사, 어색한 상봉 게다가 장애인 형제까지 신파를 풀어갈 요소가 넘친다. 거기다 가난하고 병약한 엄마까지 보이면 흔한 결말이 눈에 선하다. 특별한 설정은 서번트증후군이다. 자폐 장애인 중 드물게 특정 분야에 천재성을 보이는데 진태는 피아노를 치는 뛰어난 음악적 재능이 지녔다. 물론 이런 설정도 미국영화 <레인맨>(1989), TV드라마 <굿닥터>(2014)가 있었다.


평론가들의 시선도 같았다. 예상 가능한 공식에 낮은 점수를 매겼다. 하지만 관객들의 선택은 정반대. ‘선 웃음 후 감동’이란 충무로의 식상한 공식에도 배우들의 연기에 더 높은 점수를 줬다.


이병헌은 역시 연기로는 나무랄 데가 없는 배우임을 증명한다. 몸에 힘을 빼고 천연덕스럽게 개그를 날린다. 재미 속에서도 가볍지 않은 눈빛과 표정을 섬세하게 드러내는 것도 이병헌 만의 장점이다. 더 놀라운 것은 진태를 연기한 박정민. 무엇보다 장애인을 웃음꺼리로 만들지 않았다. 자칫 과장된 몸짓으로 흉내 내기 십상인데 사실적으로 보일만큼 섬세했다. 자폐 장애인의 특징과 순수한 내면도 그대로 살렸고, 수준급 피아노 연주를 오랜 연습으로 대역 없이 소화했다.


그럼에도 배우들의 연기가 영화의 약점을 다 메울 순 없다. 하지만 주목할 것은 관객들의 높은 지지 아닐까. 이미 결말을 다 알고 보는 셈인데 흥행의 맨 꼭대기에 올린 이유다. 경쟁 작품이 약했다는 것은 단순 분석이다. 오히려 지난 연말부터 역대 최고흥행기록에 접근하고 있는 <신과 함께>도 비슷하다. 관객들은 ‘신파’를 거르기에 앞서 웃음과 감동을 여전히 선호한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차가운 날씨를 핑계 삼아 따뜻한 위로 쪽으로 맘이 기운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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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문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