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기획> “정책으로 승부하자!” 울주 바꾸는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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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군 범서읍 구영지구 전경. ⓒ이동고 기자


울주는 드물게 1,2,3차 산업이 조화를 이루는 몇 안 되는 도시다. 산과 바다, 강이 조화를 이루는 자연환경과도 묘하게 어울리는 형국이다. 그 덕에 울주군은 수년간 전국 군 인구 수 1위, 예산 1위를 놓치지 않았으나 최근 무섭게 치고 오르는 대구 달성군의 상승세에 그만 인구 수 1위의 자리는 내주고 말았다. 울주는 양적 1위의 시대를 청산하고 은퇴자들을 붙잡을 수 있는 지속가능한 정주도시를 가꿔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고민을 가슴에 품고 정책 개발에 매진하는 지역 풀뿌리 인사들을 차례로 만나봤다. <편집자 주>


에너지산단, 안하나? 못하나?


같은 시설을 두고 원자력발전소라고 하느냐 핵발전소라고 하느냐에 따라 입장이 엇갈리듯 신고리를 둘러싼 고민은 전국적으로 열띤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울주는 원전 소재지라 특히 신고리 5,6호기 공사가 재개 되냐 아니냐를 놓고 여론이 민감했죠. 현 정부의 탈핵 기조와 관련한 사안이지만 공론화위에서 결정이 나 재개 쪽으로 가닥이 잡혔지만 그 시간이 늦어지면서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핵발전소의 위험성이나 관련 비리와는 별개로 지역에서는 경제적 논리로 접근하는 시각이 강하다. 특히 울주군은 신고리에 맞춰 에너지 산업단지라든가 원전해체기술센터 유치 등을 추진해왔다. 이것이 불투명해지거나 지연됐다고 보는 입장이 느껴졌다.


다만 저조한 분양률에 대해서는 산업 흐름이나 경기 동향, 입지 조건 등을 세심히 감안하지 않은 지방정부의 안이한 판단이 발목을 잡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뒤따른다. 이렇듯 군 행정의 조급성에 대해서는 비판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원전특별지원금을 우선 투입해 입지조성도 하고 인프라 구축을 했지만 분양대금으로 나머지를 충당하려고 한 계획이 어그러졌죠. 결국 일반회계로 전환해 쓸 수밖에 없었던 사례인데 그러한 에너지산단 조성의 무리수를 잘 극복해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에너지산단은 지자체에서 처음 시작하는 분양이었다. 자칫 분양률이 낮으면 막대한 예산이 사장되면서 흉물로 남는 일이었다. 때문에 군 단위 지자체에서 산업단지를 조성하기란 힘든 일이다. 그런 점을 감수한 건 원전 집행금이 있기도 했지만 실질적으로 울주군의 예산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울주군은 돈이 많다. 군 행정의 문제는 여기서 비롯된다.’


이것이 풀뿌리 인사들의 공통된 지적이었다.



군(郡)산단, 아예 생각 못한 일...
원전 지원금이 있어 추진했지만
조성 당시 시기의 어려움 인해
실질적으로 분양률이 저조했다.


(모 지역 정치권 인사)



그렇다면 향후에는 에너지산단이 분양 기지개를 펼 것인가. 울주의 미래 먹거리를 재생에너지로 잡고자 한 데에는 후한 평가가 이어졌다.


“에너지산단은 결국 신재생에너지 특화단지거든요. 에너지 특화단지라 그 부분은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다만 실질적인 지원 여건이 뒷받침돼야죠.”


정치권 일각에서는 구체적으로 울주 관내에 위치한 ‘유니스트’와 적극 협력해야 하며 단지 내에 수소전지라든가 기타 연구소를 지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응용 연구개발 부문의 연계성을 띤 지역 주력산업과 지방정부의 역할을 생각해 볼 때 관.산.학이 잘만 협의한다면 만 평에서 1만5000평 규모 부지 조성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를 위해 울산 과기원의 지역공헌 역할에 대한 평가 및 위상 재정립이 이뤄져야 하고 행정이 활발하게 유니스트와 손을 잡아야 한다는 조언이었다.


반면 탈핵운동 진영이나 핵발전의 위험성을 우려하는 풀뿌리 주민단체 등에서는 “코앞에 핵발전소를 지으면서 바로 뒤에 신재생에너지 단지를 조성하는 건 이율배반적”이라며 지역사회가 발상을 전환해 신고리 5,6호기 부지 자체나 유휴지를 풍력발전소 등 친환경신재생에너지 타운으로 조성하는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베이비부머들의 고향, ‘귀농귀촌 울주’


“일하신 분들의 땀과 노력, 눈물을 보듬어줘야 합니다.”


신재생에너지가 울주의 미래 먹을거리라면 당장 ‘발등의 불’인 인구 감소 문제와 은퇴자들의 노후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귀농귀촌도시인 울주에 주어진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귀농귀촌 문제는 울주군이 꼭 비중 있게 다뤄야 합니다. 울산 전체를 볼 때 인구가 많이 빠져나가고 산업이 뒷받침되지 못해 자동차 중공업 예비 퇴직자까지 미래 먹거리가 없어지고 일자리가 없으면 결국 떠날 수밖에 없으니까요.”


베이비부머 세대, 그중에서도 노후를 편하게 보내고 싶은 도시 공업 노동자들은 울주군으로 올 수밖에 없다며 지금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귀농귀촌 행정을 울주군이 펼쳐야 울산시 전체의 인구 감소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게 지역 인사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귀농귀촌을 유도할 수 있는 자원도 울산에서는 울주군이 제일 풍부하다.


다만 울산지역 전체의 땅값이 비싸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뒤따른다. 예비 은퇴자들의 고민이 응축된 결과다. 풀뿌리 인사들은 “그래서 행정이 필요한 것”이라고 응수한다. 그린벨트를 풀어야 한다는 급진적인 주장까지 나온다. 다만 그 목적은 조금 다르다.


“울주군의 대부분은 그린벨트 지역입니다. 그런데 산업구조를 바꾸려고 그린벨트를 풀지 말고 귀농귀촌과 노후정착을 위해 그린벨트를 푼다고 생각해보십시오. 그분들 입장에서 왜 안 들어오시겠어요. 정말 아름다운 동네를 만들 수 있습니다.”


소위 만들어놓은 땅, 정리된 땅에다 제2의 삶을 시작하려다보니 경제적 부담 때문에 머뭇할 수밖에 없다는 풀이다. 그린벨트를 풀되 아파트 난개발이나 공업 용도로 쓸 수 없도록 묶어두고 국가와 시에서 먼저 나서서 은퇴자들을 위한 주거, 농업지구로 조성한다면 귀농귀촌도시 울주는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울주군에 로컬푸드 농업정책 있나?


그렇다면 울주군에는 베이비부머들을 위한 귀농귀촌정책에 걸맞은 농업정책이 있는가. 지난해 지방의회에서 로컬푸드 정책에 접근하면서 올해부터 그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사실 전국적으로 전북 완주군이 로컬푸드 1번지이고 근처 익산도 가고 했습니다. 원주, 세종도 갔습니다. 의회는 로컬푸드의 중요성에 대해 미리 알고 있었습니다.”


몇몇 군의회 의원들이 로컬푸드 관련 조례를 만들어 올해는 예산이 잡혔다.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로컬푸드통합지원센터가 향후 설립된다는 희소식. 농협이 아니라 군 행정이 직접 나선다는 것이 특이점이다.


사실 올 연말 울산 관내 지자체 전체가 무상급식 시행을 결의하면서 학생들을 위한 친환경 먹을거리 공급이 울주군의 화두로 떠올랐다. 산업단지 및 대기업 인력 등 식자재 수요가 충분하며 울주군의 재배경지 역시 넉넉함에도 그동안 타 지역 농산물로 많이 충당돼왔다는 평이다. 이런 여건에도 울주군 행정 자체가 식자재 공급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었다는 뼈아픈 지적도 들린다. 이에 의회 일각에서 로컬푸드센터 설립을 주창한 것.


“먹거리 문화가 갈수록 중요해질 텐데, 울주에는 로컬푸드센터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예산 100억 원을 투입해 곧 부지매입부터 시작하는 이 정책에 지방권력이 바뀔지라도 행정의 일관된 적극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지역사회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국내 로컬푸드 선진지를 가보면 제대로 정착될 때까지 교육이 있어야 하며 생산자와 소비자의 밀접한 관계망 설정, 소농~대농을 감안한 재배 품복 배분, 친환경 작물 부분 등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꼼꼼하게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는 의미다.


“모든 농산물이 친환경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검품검수 시스템을 완비하고 행정에서 직접 책임져야 소비자들이 믿고 로컬푸드를 소비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와 관련한 오해 중 하나가 로컬푸드 시설은 관에서 만들면 농협에 위탁하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다. 이에 대해 한 정치권 인사는 그 생각을 바로 잡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민간 위탁도 있고 농협유통이 필요한 부분도 일부 있지만 직거래장터나 센터는 바로 행정에서 해야 하는 일이고 그래야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로컬푸드가 정착하기 전에 이를 민간에 넘겨버리면 미처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몇 년 간은 행정에서 직접 운영하고 관리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시각이다. 이에 대해 지역여건에 따라 국내 지자체마다 로컬푸드 사업의 운영주체가 다른 점을 감안해야 하고, 로컬푸드 정책의 성패는 누가 정책을 주도하는지보다는 생산자, 소비자, 행정 등이 얼마나 안정된 협치 체계를 구축하느냐에 달렸다는 조언도 있다.


<특별취재팀>

기획,대담=이종호 국장

사진=이동고 기자

정리=이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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