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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엽 등 유기물로 피복한 채소밭>


농민들에게 4월은 흙의 계절입니다. 겨우내 내버려두었던 밭에 거름을 넣고, 경운기나 트랙터로 갈아엎어야 합니다. 5월 파종기를 앞두고 한 달 전쯤에 이루어지는 일입니다. 굳었던 땅에 양분과 공기를 넣어주어 곧 심게 될 작물들의 자리를 정성스레 만드는 작업입니다. 농사의 반은 밭을 이루는 흙을 다루는 일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저는 농사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 토양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식물은 흙에 녹아 있는 무기물 등 다양한 영양소를 뿌리를 통해 흡수하고, 그것을 동력으로 광합성을 함으로써 이파리와 열매를 살찌웁니다. 밭과 그것을 구성하는 흙이 부실하면, 농작물이 잘 될 리 없는 것입니다.


토양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작물을 지지하는 역할입니다. 수분과 양분을 저장하거나 공급하여  뿌리가 쉽게 뻗어 나갈 수 있는 조건을 잘 갖추어야 합니다. 이러한 토양의 물리적 특성은 흙의 종류(토성), 토양의 구조, 토양 밀도와 통기성, 지온 등에 의해 결정됩니다. 그리고 토양의 화학적 특성인 산도(pH), 양분 함량 등을 통해 토양의 잠재적 기능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이를 간단히 표현하면, 유기질이 풍부하고 토심이 깊은 흙(충적토)이 농사짓기 좋은 땅입니다. 매년 봄, 농민들이 하는 거름주기와 밭갈이가 그런 흙을 만드는 핵심 작업이기도 합니다.


흙의 이력


‘나는 점쟁이가 아니라 과학자입니다.’ 어느 토양 전문가의 말입니다. ‘올해 밭에 어떤 비료를 많이 넣어주면 좋을까요?’라는 어떤 농민의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흙의 조성은 눈으로 보아 그 성격을 알아내기란 불가능합니다. 자신의 텃밭이 어떤 물리적, 화학적 특성을 지니고 있는지는 토양검사를 거쳐야만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것입니다. 토양검정은 농업기술센터에서 상시적으로, 그것도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예전과 달리 적어도 한 해에 한 번은 토양검정을 하는 농민들이 많아졌습니다. 퇴비와 비료를 넣어주는(시비) 작업을 경제적으로 할 수 있고, 흙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수단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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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밭이 되고만 양파 밭>


그런데 손바닥만 한 텃밭 운영을 위해서는 참으로 번거로운 작업입니다. 토양검정을 받는 것이 농사를 잘 짓는 첩경임에는 틀림없지만, 특히 도시에서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손쉬운 흙 감별법을 알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밭의 겉흙을 걷어내어 속살에 해당하는 흙을 한 주먹 손에 쥐었을 때, 가볍게 뭉쳐지면 흙이 지닌 수분과 공기의 양이 적당하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토양의 물리적 특성이 좋다는 뜻입니다. 토양의 화학적 특성은 눈으로 보아서는 절대로 알 수 없으므로 우선 텃밭 관리자에게 토양검정 유무를 묻는 것이 좋습니다. 검사하지 않았다면, 텃밭의 운영 이력을 문의해야 합니다. 매년 친환경 농사를 지었는지, 퇴비나 화학비료 사용은 어느 정도였는지를 알아보아야 합니다. 여러 해 지어온 텃밭이라면 매년 시비했던 사항들을 검토하여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올해 투여할 거름과 비료의 양을 결정하게 됩니다.


좋은 흙 만들기


좋은 토양의 조건은 흙 알갱이(고상)가 무기물 45%와 유기물 5%로 구성되고, 수분(액상)이 25%, 공기(기상)가 25% 정도 들어 있는 상태라고 합니다. 이를 미사질 양토라고 부릅니다. 기상과 액상이 높을수록 작물이 잘 자랄 수 있는 여건이 됩니다. 그 비율을 높이자면 부식이 많아야 하고 입단화가 잘 이루어져야 합니다. 관건은 부식인 셈입니다. 농업에서 부식은 유기물이 분해되고 남은 최소단위를 말합니다. 유기물 투입을 많이 하면, 흙의 부식함량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입단화는 흙이 떼알구조를 이룬다는 것인데, 이의 핵심은 흙 알갱이 사이의 빈 공간인 공극이 넓다는 말입니다. 간단히 말해 공기가 잘 통하는 구조인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유기물 함량을 높이면 부식이 늘어 밭이 좋아집니다. 아시다시피 유기물은 동식물의 본체와 그것이 내놓는 부산물입니다. 예를 들어 밭에 낙엽을 지속적으로 넣어주어도 유기물 함량이 늘어날 것입니다. 그런데 낙엽은 분해속도도 느리고 그 안에 담겨있는 영양도 적을뿐더러 부식의 양도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옛 농민들께서 주목한 것이 똥, 퇴비입니다. 동물의 똥과 식물들을 잘 섞어 숙성시킨 것이 퇴비, 두엄입니다. 유기물을 빠르게 부식으로 전환시키자는 지혜가 빛나는 조상농민들의 발명품입니다. 흙의 유기물 함량을 높이는 최선의 방책이기도 합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퇴비는 가축분이 약 56%, 톱밥 25%, 가축분 중에서는 계분 함량이 25%, 돈분과 우분이 각각 18%와 13%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질소, 인산, 칼륨 및 기타 화학성분 함량에서는 인산의 비율이 높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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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엽토>


토양에 유기물을 투입할 때 주의할 점은 퇴비의 경우 완숙된 것이어야 합니다. 일반 유기물의 경우에도 조기에 효과를 보려면 먼저 숙성시켜야만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작물의 생장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또, 작물을 심기 최소 2주 전에는 시비가 이루어져야 함유 성분들이 흙속에 골고루 퍼져 작물의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특히, 시중에서 판매되는 흔히 유박으로 불리는 유기질 비료는 토양에 유기물 함량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분해 속도가 조금 느릴 뿐 화학비료와 다름없는 것입니다.


바람직한 농법


도시 텃밭을 운영하는 분들은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화학비료에 대한 기피도 강한 편입니다. 무경운이나 무투입, 비닐 피복을 하지 않는 방식에 대한 선호도도 높습니다. 자연친화적인 농사가 가능하다면, 수확물에 기대하는 다양한 측면을 만족시켜줄 것입니다. 그러나 농사는 재배방식이 즉각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텃밭이든 본격 농사든 첫해의 친환경 농사가 작물의 친환경적 속성을 보장해주지 않습니다. 이전에 누적된 토양의 속성은 단숨에 바뀌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친환경 농사는 최소 5년의 경과기간을 필요로 하고, 일종의 순환주기로 접어드는 것은 10년 잡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 텃밭의 사정과 형편에 맞는 농법을 선택해야 합니다. 무기물이 고갈된 상태라면 화학비료를 주는 것을 피할 이유가 없습니다. 반대로 무기물이 과도할 경우 다양한 미생물 액비와 퇴비를 더 많이 투여해야 합니다.

바람직하다고 판단되는 재배방식에 함몰되지 않고, 현재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는 실용적인 대응에 집중해야 합니다.
산과 들에는 항상적으로 식물의 사체나 부산물로 흙 표면이 덮여있습니다. 자연 피복인 셈입니다. 밭은 사정이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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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농민의 숨결을 되살리는 우리밀 봄 파종> 


 대부분의 작물은 밭에 남지 않고 이탈하고, 극히 일부만 남을 뿐입니다. 산과 들의 식물들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 살아남아 번식하는 것이 궁극의 목표이지만, 농작물은 풍성한 먹을거리로 자라나야만 합니다. 밭에서 풀과 다툴 시간이 없는 것이죠. 피복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 뿐 아니라 변덕스럽기 짝이 없는 기후조건을 감내해야 하는 작물과 흙은 급속하게 적정해야 할 성질을 잃어버리기 쉽습니다. 작물 주변의 기온, 습도, 환경유지를 위해 피복은 필수입니다. 비닐로 할 것인가, 유기물로 피복을 할 것인가는 현장의 형편을 따르는 것이 좋습니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나친 것과 모자란 것은 다르지 않다는 말입니다. 농사에서 흙이 그렇습니다. 그러나 흙의 적정성은 늘 변화 속에 있습니다. 마치 파도가 수평을 유지하려고 요동치듯이 흙 위에서 늘 흔들리는 존재가 농민인 것입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이근우 시민기자, 농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