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비만이 시끄러운 차안! 아내는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비추는 도로를 뚫어질 듯이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어둠뿐인 창밖을 내다보면서 불빛 따라 흐르며 차창에 비쳤다 사라져가길 반복하는 내 모습과 아내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가 골똘한 생각-내가 있는 장소를 아내가 알아 낸 경로를 추적하고 있었다-에 빠져 있었다. 아내가 운전하는 차는 어둠을 뚫고 달리는 섬광이 되어 가족들이 기다리는 고깃집을 향해 앞으로 나아간다. 나는 집어등이 환하게 켜진 배 갑판 위로 올려진 생선 신세가 되어 있었다. 푸른 바다에서 아내에게 포획된 이유를 찾기 위해 생각을 모으고 있는 것이었다.


옛날에도 아내는 언제나 나를 찾아서 집으로 불러 들였다. 30년도 더 지난 이야기지만, 신혼의 단꿈이 깨지기도 전에, 부부싸움은 시작되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다 삼년여의 열애를 통해서 결혼을 하였지만 둘째의 돌이 지나면서 지키려는 아내와 바꾸려는 나는 사사건건 대립하면서 싸웠던 것이다. 나는 아내의 강력한 반대에도 다니던 회사를 때려 치워 버렸다. 아내는 내가 직장에 사표를 내자, 크게 낙담을 하면서 원망을 했다. “불알 두 쪽 밖에 없는 보잘 것 없는 인간이... 그나마  다니고 있는 직장 하나 보고 시집 왔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데.” 아내의 걱정과 원망도 충분히 근거가 있었고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회사에 출근하는 것이 죽는 것만큼 싫었던 나를 아내는 이해하지 못했-아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던 것이다.


그리고 장사를 한답시고-자동으로 김이 구워지는 기계 세 대를 구입해 시장통 점포의 구석진 자리를 임대한 뒤 아주머니들을 고용하여 작업과 판매를 맡겼다- 그동안 저축해 놓았던 통장에 있던 돈을 홀라당 날려 버린 것이다. 그 뒤로부터 아내는 내가 무엇을 한다고 하면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해 보고자 하는 나를 막아서는 아내와의 다툼은, 살림을 부수고 아내를 때리는 폭력으로 발전했다. 욱하는 성질머리 때문에 살림을 부수고 아내를 때리고 나면 죽고 싶은 심정에 괴로움으로 힘들었지만, 잘못된 행동을 사과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던 나는 집 밖으로 나돌게 되었다.


처음에는 동네 술집이나 당구장에서 게기다가 못이기는 척하고 아내를 따라 집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배운 도둑질-선반과 용접기능사 자격증을 화장실에 버려 버렸다. 두 번 다시 선반이나 용접 기술로 돈을 벌지 않겠다는 결심이었다-을 버리고 돈 버는 일이 그리 호락호락한 것은 아니었다. 아내가 말한 대로 밥줄이 끊어진 것이었다.


결국 아내는 친정에 식량을 구걸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나는 당구장에서 노름질에 미쳐 지냈고, 아내는 밤 껍질을 까고 구슬을 꿰는 일을 했다. 아내의 그때 심정이 오죽했겠는가? 하지만, 난 궁지에 몰린 쥐처럼 고양이에게 달려들 듯 아내에게 달려 들었다. 그렇게, 살림을 부수고 아내를 두들겨 패는 사고를 치고서 며칠씩 가출을 했다. 내가 가출할 때마다, 아내는 내가 어디로 가든지 귀신처럼 나를 찾아내 아이를 들춰 업고 나타났다. 그러나 그때는 내가 아내 모르는 친구 집으로 도피 행각을 벌였기 때문에 아내가 나를 찾을 단서는 있었지만... 숙소에서 만나자 약속을 하고 헤어졌는데 어떻게 찾을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차창을 바라보며 옛일을 기억하던 나는, 생각난 듯 운전을 하고 있는 아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당신! 설마? 국수집...에.”라는 말을 끝맺기도 전에 욱하는 감정이 일었다.
“그기 뭐 어쨌다고? 내가 당신을 모르나? 보나 안 보나 식구들 걱정시킬 기 뻔한데 찾아야 될꺼 아니가. 안 그랄라 그랬으면, 전화라도 단디 받든지.” 아내는 나의 말투와 표정에서 위협을 느꼈는지 강한 톤으로 맞받아 쳤다.


“아이고, 미치겠구만! 개버릇 남 못준다 카디마는 그기 언젯적 이야긴데... 처음 보는 사람들한테 이기 무슨 창피고... 아이고 쪽팔리가... 니는 내를 그래 모지라는 놈으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제?”


아내가 차를 세운 도로 우측에는 기역자로 된 기와집에 기역자 처마를 단 식당이 불을 밝히고 있었다. 처마 끝에 투명한 천막을 쳐놓은 곳에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이기도 했고, 의자에 앉거나 서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도 제법 있었다. 2차선 국도변 한적한 곳임에도 도로 양쪽에 있는 빈터에는 차들이 빼곡하게 주차되어 있었다. 나는 목적지에 도착한 아내가 주차를 하지 못해 안절부절하고 있는 것을 알았고, 아내가 주차를 잘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모른 척했다.


“내리가 좀 봐주면 안되는교?” 내 속을 훤히 들여다 보고 있다는 말투로 아내가 말했다.


“다왔다 케야 내리든가 말든가 하지, 느닷없이 내리가 봐 주라카면... 내가 봐 준다고, 주차는 할 수나 있나? 우짜라고? 주차가 안 되면 운전도 하지 마라. 여러 사람 개고생 시키지 말고.”라고, 아내보다 더 큰소리로 말했다. 일종의 화풀이였다.
“아이고, 속이라고... 벤뎅이!” 짜증이 잔뜩 묻은 목소리로 아내가 받아쳤다.


“뭐, 벤뎅이... 내가 아니고, 니가 자구리다.” 나도 질 수 없다는 듯 아내보다 더 큰소리를 쳤다.


“뭐요? 지금 욕했는교?” 아내는 자구리를 빠구리로 잘못 알아들은 것이었다. 아내는 내게 욕을 들으면 눈에 물기가 번들거리고 눈알이 벌게진다. 나는 자구리를 잘못 알아들은 아내에게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통쾌하게 쏘아 붙였다.


“니가 내보고 벤뎅이라메? 내가 아니고 니가 자구리라고 자구리... 이 무식한 여편네야! 벤뎅이 자구리같은 여편네야.”
“아이고, 내가 미친다! 여서 기다리소.” 아내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혀를 끌끌 차며 돌아서면서
“삼춘 데불고 오께요.”라는 말을 남기고 도로를 건너 식당 정문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아내는 동생을 데리러 식당으로 갔다. 동생에게 주차를 부탁하려는 속셈은 따로 있을 것이었다. 동생은 언제나 내 아내인 형수를 감싸고 돈다. 동생을 통해서 나의 입을 막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아들이 있는데도 동생을 데리고 온다고 한 것이다. 아들과 아들 여자친구가 있는 앞에서 큰소리를 내지 않겠다는 생각도 있을 것이었다.


동생은 차를 지키고 있는 나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먼 일 있었는교?”
“형수가 머라 카더나?”


“형수님 표정이 마이 불편던데요?”
“그기 아이고, 나를 데부러 왔더라?”


“그기 뭐 엇때가요? 춥심더! 저기 천막에 드가소.”


추운 날씨에 바람이 거칠고 불규칙적으로 불어대고 있었다. 동생의 “천막으로 드가소”라는 말이 고마울 정도의 추위였다. 동생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들어간 천막에는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과 선물을 사려는 사람들로 분주하고 산만하다. 식당 한켠에 제주 특산품을 팔기 위해 간이 매장을 설치해 놓았던 것이다. 주차를 마친 동생이 내 옆으로 오자 나는 정색을 하며 말했다.


“저녁에 숙소에서 만나기로 안 했나?”
“그랬지요. 글타고 식당에서 만나는 기 잘못됐는교?” 동생의 답변이 도전적으로 들린다.


“아이!... 야가 말귀를 못 알아 듣네, 횟집에서 술 한 잔 하고 있는데, 갑자기 들이 닥칬단 말이다.” 화가 났지만 설명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화를 누르며 말했다.
“그기 무슨 말인교? 행수님이 어째 알고 형님한테 갔단 말인교?” 동생은 전후 사정을 모르고 말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라까네! 깜짝 놀랐다는 거 아이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여자가 있어가 어데서 본 듯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나를 부른다 아이가... 그래가 쳐다보이 니 형수드라. 차를 타고 오면서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가는 기라. 그래가 오다가 물어봤디마는... 국수집에 찾아가가 물어서 찾아 왔는기라. 아이고.” ‘니기미’하는 욕이 입 밖으로 뛰어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아내면서 말을 마치자, 동생이 이상하다는 듯이 다시 되묻는다.


“식당에 들어와서 우리보고 잠시 갔다 온다 케서... 나는 행님하고 연락 돼가 나간 줄 알고 있었는데... 서로 연락 안 했다는 말인교?”


“그래.”
“형수님이 이 낮선 데서 전화도 안 해보고 갈 사람은 아인데? 형님이 전화를 안 받았겠지요.”


동생은 나의 잘못을 찾아내려는 듯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했다.


“글타고 막무가내로 그라면 되나?”
“그래도, 형수님이 행님 걱정해가 데리러 갔는 건데, 고맙게 생각하시소. 그라고 형수가 막무가내로 그란 것은 아니네요? 전화를 안 받아가... 형님이 원인을 제공했네요.” 역시 녀석은 아내의 편이었다.


“이놈아가, 내가 그래삐 안 비나? 섬에서 이야기하는데... 고등학교 동창 단톡방에서 하도 시끄럽게 해가 무음으로 해놓고 이잣뿟는데(잊어 버렸는데)... 그기 원인을 제공한 거가?” 이미 언쟁에서 약점이 잡힌 것을 느끼며 고의성이 없었다는 것을 항변했다.


“그렇지요! 그기 그거 아인교? 형수님 입장에서는.”
그렇다고해서, 아내의 행동이 용서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숙소에서 만나기로 했으면 그때까지는 기다려야지... 내 참!”
“형수님이 형님 걱정해서 그런 겁니다. 저녁 같이 물라꼬(먹으려고) 전화했는데, 전화를 안 받으니 형수 성격에 얼마나 걱정이 되겠는교? 내한테 말도 안 하고 간 걸 보면 자구리국수 사장님이 바로 갈카줬구만요. 형님은 30년을 살고도 형수를 그마이 모르는교, 답이 딱 나오는 구만.”


“어이가 없다.” 내가 평생 고민하고 있는 문제의 정답을 채점하는 선생님처럼 그 자리에서 정답이라고 말하는 동생도, 아내도 어이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머가 어이 없는교, 형님은 가만히 계시소. 내가 정리하께요.” 동생은 승리자처럼 자신있게 말했다.
“머를 정리한단 말이고?” 동생의 자신감에 반사적인 거부감으로 말했다.


“일단 들어갑시다, 형님은 입만 다물고 계시면 됨더.” 동생은 완벽하게 제압을 하려는 듯 입을 다물고 가만히 있으라 했다.
“얌마! 와 내 입을 묶을라 카노? 내가 니 동생이가.” 동생의 자신에 찬 행동이 맘에 들지 않아 인상을 찡그리며 언성을 높이자, 동생도 내 감정만큼 험하게 대응하고 나섰다.


“얌마 점마 하지 마소. 나도 내일 모래면 나이가 오십임더.”
동생의 갑작스런 언행에 화가 나서 목소리를 높였다.


“일마가 불난 집에 부채질 할라 카나?”
“또 봐라... 그람, 행님 알아서 해라. 나도 모르겠다.” 동생은 내 생각에 동의할 수 없다는 듯, ‘나는 모르겠으니 알아서 하려면 해 봐라’라고 겁을 주고 있었다. 이럴 때는 내가 한걸음 물러서야 한다는 것쯤은 나도 알고 있다. “니는 열살이나 많은 형한테 반말 찍찍 하면서 내 보고는 말 잘하라 카면 되나? 그라고 형한테 나이 들믹이는 놈이 어딨노.” 나는 한 걸음 물러서는 척하면서 말꼬리를 낮추었다.


“형님이 짜증나게 하이 글타 아인교? 평생 처음 가족여행 왔으면 같이 다니면 좀 좋은교?”
“니는 니 좋아 하는 골프만 치로 다니는 기 내한데 그래 말할 수 있나?”


“형님! 술 취했는교? 그걸 어째서 그거하고 비교를 하는교. 시끄럽심더, 들어갈란교? 우짤란교? 자꾸 이라면 나는 경아하고 숙소로 들어감데이.”
“알았다. 그래도 입 다물어라 카지 마라, 조용히는 있으꾸마.”


노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