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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모 울산귀농운동본부 상임공동대표


저는 현대중공업에 82년 입사해 작년말까지 일하다 올초에 정년퇴직했습니다. 87년에 우연찮게 노동조합을 하게 됐고 삶이 확 바뀌었습니다. 좀 더 인간답게 살려고 노력했고 노조만 알고 살았습니다. 한참을 노조에 몰두하다 보니 내 노년의 삶이 걱정돼요. 노조 이전에는 저만 알고 남들은 경쟁상대로 여기며 살았어요. 친구들하고만 어울리고, 놀러가자 산에 가자고만 하다가 노조를 만나고 나서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알게 됐습니다. 회사에 미운 털이 박혀 퇴직하고 나면 다시 노동자로 살아가긴 어려우니 내가 좋아하는 걸 하며 뜻 맞는 사람들과 살고 싶다 생각했죠. 십시일반으로 땅 사서 공동체마을을 꾸리자, 서로 의지하며 살면 좋겠다, 구체적으로 실행하려다가 개인 신상의 문제도 있고 경제적 문제도 있고 해서 미뤄왔습니다.


2002년도에 현대중공업노조 사무국장 뇌물 사건으로 민주노조를 빼앗겼고 10년 이상 빼앗긴 민주노조를 되찾으려 노력했습니다. 그 사이에 그럼 우리가 해보려고 한 걸 해보자, 공동체마을을 준비하고 더 나은 삶을 준비해보자, 진일주, 김형균 등과 준비해서 실제 구체화했죠. 땅도 돈도 준비했지만 여의치가 않았죠.


그러다가 2013년도쯤 정년퇴직이 4년 남았을 때 마지막으로 플랜을 가동했는데 마침 역할이 주어진 게 노조 위원장 출마하라고 해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출마했습니다. 당선될 거 같았으면 안 했는데 마지막으로 노조를 만든 사람으로서 마지막 소임이라고 생각해서 출마했고 그게 하늘의 뜻이었는지 제가 당선이 됐죠. 노조 활동하느라 은퇴 후 삶을 준비하는 게 또 늦춰졌습니다. 그렇게 보면 2년을 허송세월한 셈입니다. 어려운 시기에 어려움 소임을 맡다보니 뒤돌아볼 겨를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퇴직 후 공동체마을을 꾸리려는 꿈은 계속 꿨죠. 김수환 소호산촌유학센터 대표를 옛날부터 알았지만 그런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산림산촌 귀농귀촌 관련 교육도 같이 받고 교육자도 모으고 이쪽으로 참여를 하게 됐죠.
작년 5월 마상규 박사 팀, 이강오 전 서울어린이대공원장님 알게 되고 막연하게 꿈꿔오던 것에서 좀 더 꿈이 커졌죠. 그 전에는 몇몇 사람이 촌으로 들어가서 공동체를 꾸린다는 막연하고 단순한 꿈이었는데 뭔가 소득을 창출하고 산을 포함해서 10만 평정도 사서 군데군데 집도 짓고 작업장과 현장학교를 만들고 하는 식으로 꿈이 커졌습니다. 88년 국민연금 시작되면서 국민연금을 가장 오랫동안 넣었지만 현대중공업 퇴직자들 연금 수령액은 130만 원정도라고 알고 있어요. 100세 시대라는데 이 돈 갖고 퇴직 후 여생을 먹고 살긴 힘들죠. 동구청장에 출마하라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청장은 제 격이나 적성에 안 맞고 울산귀농운동본부를 통해서 구체적으로 그 꿈을 실현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재작년부터 동구에 협동조합을 세 개 만들고 연합회도 만들었습니다. 사무실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지방정부가 주기로 했던 예산도 주지 않고, 여러 장벽을 만나면서 조합원조차도 열의가 떨어지고 있는 형편입니다. 현대중공업에서 또 다시 희망퇴직 2400명을 받겠다고 하고 더 많은 인원이 공장 밖으로 쫓겨나고 있는데 막연히 지켜볼 수만도 없고, 빨리 추슬러서 우리가 하고자 하는 사업의 속도를 붙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울산에는 베이비부머가 17만5000명정도 있습니다.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등에서 정년퇴직으로 쏟아져 나오는 속도가 빠른데 감원까지 겹쳐서 우리가 대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큰일 납니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데 뜻대로 되지 않아 고민이 참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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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할 일이 산더미입니다. 2014년 연구에 따르면 은퇴 후 210만원정도 있어야 살 수 있다고 나오는데 물가인상 감안하면 지금 250만원정도 있어야 평균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얘기인데 국민연금 나오는 건 130만원이 채 되지 않아요. 부족분을 메꾸려면 작은 돈이라도 모아둬야 하는데 대부분 그러지 못해요. 은퇴 준비를 차질 없이 한다는 사람은 27퍼센트에 불과하고요. 관심 있어도 하질 못해요. 퇴직 이후에 뭔가 소득을 위해서 일을 해야겠다 마음먹는 사람이 80퍼센트정도 됩니다.


김수환 대표가 농담 삼아 베이비부머는 대책이 없다고 하는데, 대책도 없는데 쏟아져 나오는 속도도 빨라져서 큰 문제가 될 거 같고, 특히 울산에서 탈울산이 가속화되면 문제는 좀 더 커지지 않을까요. 우리가 이 문제를 전적으로 책임질 단위는 아니지만 기본적 책무는 있다고 보고 우리의 모든 역량을 보태서 탈울산을 방지하고 은퇴 이후의 삶을 고민해보고 더불어 사는 삶을 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은퇴도 문제지만 구조조정 충격도 심한데 60세 정년퇴직하는 사람은 복받은 인생입니다. 현대중공업에서만 2015년에 2150명, 2016년에 2600명, 2017년에 1200명이 실직했습니다. 비정규직까지 하면 모두 2만8000명 가까이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현대중공업 회사는 올해 2400명을 희망퇴직시키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작년 한해 울산시 인구가 7172명 줄었습니다.


현대자동차도 관리자 중심으로 3월말까지 희망퇴직 설문조사 면담을 끝냈다는 게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공업도시의 취약점이 최악으로 현실화되고 있고, 감원 후폭풍이 극심할 걸로 예상됩니다.


준비 없는 은퇴는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합니다. 소외계층 범죄와 노인자살이 늘고 있습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노후대책과 정년 이후의 삶을 제대로 고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준비된 귀농귀촌과 산림산촌 일자리를 통해 이런 문제들을 해소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60세 때는 주당 40시간정도 노동하고 65세 때는 한 30시간, 70대는 25시간, 75세는 20시간 일을 하고, 60세 때는 한 100만원, 65세는 80만원, 70세는 75만원, 75세 때는 60만원 소득만 있어도 좋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건 단순 희망 수치고 현실의 무게는 더 무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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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노년의 삶뿐 아니라 자식세대 청년실업의 삶까지 고민해야 하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고민은 깊고 모두의 숙제입니다. 조선업이 밀집된 동구의 특성상 구조조정 희망퇴직 속에서 삶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것을 바로잡는 역할을 누군가 해야 하는데 1987년에 노조를 세웠던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느낍니다. 은퇴 후 삶을 어떻게든 잘 준비해서 정년퇴직, 희망퇴직 이후의 삶의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습니다.


대공장에서 익은 삶의 방식으로는 살 수가 없기 때문에 새로운 삶의 방식이 필요합니다. 공장 노동만 하다가 전혀 생소한, 몸에 익지 않은 귀농 산촌인의 삶을 공부하고 대안을 만들기 위해서 많이 부족하지만 함께 같은 꿈을 꿨으면 합니다. 서로 조언하고 도움을 얻었으면 하고 울산에 제대로 된 귀농귀촌 산림산촌 운동을 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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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이종호, 이채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