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8 태화강 정원박람회가 우여곡절 끝에 13일부터 21일까지 태화강대공원 초화단지 일대에서 열린다.

선거일 60일 이전부터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나 공무원들의 운신에 아무래도 제약이 생긴다. 선거의 공정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다. 태화강 정원박람회는 선거일 60일 이전 하루 전인 오는 4월 13일 개막한다. 선거법 상 문제의 여지가 없다고는 할 수 있으나 논란의 여지는 충분히 남는다. 울산시는 왜 이렇게 태화강 정원박람회를 서두른 것일까.

앞서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 문제는 대통령 선거 때 울산시에서 각 후보에게 여러 희망 공약을 제시했는데 그중 한 가지였다. 국가정원이라는 것이 ‘아름다운 용어’로만 돼 있는 공약이라 유력 후보들이 다 받아들여 대통령 공약화됐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태화강 국가정원, 태화강 정원박람회는 자칫 잘못하면 애써 복원한 생태하천 태화강의 운명을 돌이킬 수 없는 궁지로 몰아넣을 위험이 있다. 신중하게 숙의 과정을 거쳐 추진해야 할 문제가 겨우 시정 홍보용 이벤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울산시는 정원박람회 추진의 명분으로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을 위해 지난해 태화강대공원 등지에 다섯 개 정원 및 인력, 조례 등의 조건을 다 갖췄고 정원 전문가들에게 이를 어필을 하기 위해 정원박람회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추진 과정에서의 신중하지 못한 태도로 전문가들에게도 이미 감점을 받았다. 본격적으로 박람회 추진이 이야기된 것이 연말연시라 넉 달이 채 안 되는 기간에 급박하게 정원박람회가 추진된 것도 흠이었다.

태화강 정원박람회는 하천바닥, 그것도 국가하천 태화강에서 하는 행사기 때문에 구조물을 세우려면 하천점용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번 박람회의 경우 ‘일시점용’이라고 해 지자체장이 허가할 수 있는 범위 내라고 하지만 그렇더라도 구조물을 오는 21일 폐막 이후에는 다 걷어내야 한다. 단 9일 동안의 행사를 위해 수십억 원을 투여한 것에 시민사회의 비판이 뜨겁다. 환경단체 등은 ‘태화강은 정원이 아니다’며 강경하게 정원박람회 개최를 반대하고 있다.

식물 식재 이외에 여러 구조물이 설치되는 정원박람회를 국가하천에서 할 경우에는 당연히 홍수 등이 천재지변이 문제가 된다. 최근 태풍 차바 때도 비에 잠겼던 곳이 정원박람회 개최를 위해 한창 공사를 벌이고 있던 태화강대공원 초화단지 일대다. 때문에 시에서 작가들에게 작품 구조물이 홍수, 수해 문제 등에 영향을 주니 담장을 낮추고 구조물 크기를 줄이라고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다. 울산시의 무리한 요구로 인해 대회 참가를 포기한 작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보다 앞서 정원박람회 관련 공무원들이 울산 굴지의 기업체들에게 기업정원 조성을 명목으로 1억 원씩 기부를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다. 일부 관계자들은 이로 인해 경영상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으며 때문에 1억 원 기부 계획은 무산된 적이 있다. 김기현 시장 역시도 이 같은 계획을 듣고 매우 격노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쇼가든, 메시지가든 등 작가정원의 경우 수상 작가들은 5000만원, 나머지 작가들은 2500만원을 지원 받게 돼 있는데 통상 정원조성을 위해서는 이 금액의 70~80퍼센트 정도는 선 지급해줘야 정원 조성에 무리가 없다. 그러나 시에서는 돈이 없다는 핑계로 약속한 금액의 10퍼센트만 먼저 지급한 바 있다. 정원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비판이 쏟아지자 추경이 확보될 때까지만 기다려달라고 읍소하는 웃을 수 없는 일도 있었다.

한편 태화강 관광자원 활성화를 위해 시에서는 950미터 짚라인 용역에 들어갔다. 짚라인이 시작하는 남산 은월루까지는 모노레일을 깔거나 도르레를 설치한다는 복안이다. 또 수륙양용 보트 등을 운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트 모터의 소음을 비롯해 짚라인 모노레일 등은 백로 서식지 훼손을 야기할 수 있고 짚라인의 경우 남산과 태화강을 횡단한다는 점에서 안전성 문제를 눈여겨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무엇보다 이들은 울산시가 관광산업 논리에 매몰돼 생태하천 복원이라는 태화강 살리기의 초심을 잃고 죽음의 강에서 살아있는 강으로 태화강을 되살린 시민들의 노력을 짓밟으면 안 된다고 당부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태화강 일대는 백로나 까마귀 연어 자원이 많이 와 국가정원을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며 “흔히 ‘녹색세탁’이라고 하는데 꽃밭을 만들면 좋을 거 같지만 거름을 주고 하면 질소와 인이 하천을 오염시킬 수 있어 사실 강에는 안 좋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정원 개념 등을 도입해 울산이 태화강을 좀 더 새롭게 만들고 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생태하천 태화강을 정화하고 보호하는 차원에서 습지정원이나 하천습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채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