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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4주기에 맞춰 개봉했지만 단순히 추모를 위한 게 아니다. 감독의 관심은 오로지 세월호 침몰의 이유에 맞춰진다. 그래서 2014년 4월 15일 밤 인천항 출항부터 4월 16일 아침 병풍도 앞 바다에서 침몰까지에 집중한다.


전체 얼개의 열쇠가 되는 것은 AIS(선박자동식별장치). 침몰 직전까지 세월호가 남긴 기록을 쫓아가며 당시 정부가 발표한 기록이 진실인지 분석한다. 그리고 다양한 그래픽을 동원해 소름끼칠 만큼 침몰의 순간을 재구성했다. 그 속에서 제기하는 네 가지 의혹. 아직도 남겨진 세월호 사건의 진실 인양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과학적 검증을 더한다. 


맨 먼저 사고 시점이다. 국정원이 앞장서 사고 시간을 8시 50분으로 확정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선원들은 배가 급변침한 시점을 8시 25분에서 30분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생존자들이 사고 징후를 감지한 때는 8시 이전이었다. 하지만 국정원은 선원들을 압박해 급변침 시간의 증언을 25분 늦추게 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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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침몰 당시 좌표의 오류다. 사고 해역 근처에 있었던 화물선 두라에이스호의 선장은 세월호 구조 요청 후 가장 먼저 도착한 배였다. 그는 침물 좌표를 다른 배들에게도 알렸는데 정부 발표 AIS 기록의 침몰 지점과 700m의 차이가 있다. 그리고 선장이 말하는 좌표가 생존자들의 증언과 더 가깝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 번째는 급변침이 한 번이 아니라 네 번이라는 점이다. 이 증명을 위해 전문가의 도움과 함께 감독 스스로 AIS 원본 코드 해석을 공부했다고 한다. 3년 반에 걸쳐 작업하고 생존자들의 기억과 교차 검증했다. 결국 세월호의 항해 동안, 섬 주변에서 네 번이나 좌측으로 기울었다는 것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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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마지막 의혹 제기에 다다른다. 바로 좌현의 앵커를 내리고 항해했을 것이라는 의혹과 가설의 입증이다. 정부가 인양 과정에서 ‘방해’를 이유로 잘라내버린 그 앵커다.  사고 당시 사진의 왼쪽 앵커는 오른쪽과 달리 훼손돼 있었다. 그럼 왜 왼쪽 앵커를 내린 채 항해를 한 것일까? 감독은 단순 실수인지 고의 사고인지에 대한 결론까지는 내놓지 않았다.


요즘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는 김어준이 제작자로 나서 개봉했다. 그를 싫어하는 이들의 비판과 달리 다큐 <그날, 바다>의 목적은 과학적인 검증과 진실 규명이다. 정치적 공세나 감정적 호소는 처음부터 계산에 넣지 않았다. 그래서 더 소름이 돋는다, 예기어린 칼 한자루를 마주한 것처럼. 


배문석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