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환경이 자동차 중심 아니라 사람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차에서 내리면 운전자도 보행자’가 되어 자동차로부터 직접적인 위험뿐 아니라 대기오염에 직접 노출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울산광역시 교통정책부서와 종합건설본부는 태화로터리에서 시청까지 1.3km구간 양측을 나눠서 보도정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공사 주요 내용은 사거리에 설치되었던 신호등을 조정하면서 계획에는 33그루 느티나무 가로수를 뽑아내도록 되었으나 민원 때문에 21그루를 뽑아내고 신호등을 세웠다. 살아있는 생명체인 가로수를 뽑아내고 죽은 무생물인 쇠로 된 신호등을 설치를 했다. 신호등이 설치된 사거리 부분은 횡단보도가 설치되어 있는 부분이다. 여름철 신호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햇볕을 피할 수 있는 작은 그늘마저 신호등에 내주고 말았다. 관련 부서에서는 파라솔을 설치하면 되지 않느냐고 한다. 가로수 그늘과 인공적인 시설물 그늘의 온도 차이는 겪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안다. 지속적인 세금이 들어가야 할 일이다.


미세먼지가 심각한 도심에서 농도를 낮추는 도구는 나뭇잎이라고 한다. 미세하고 복잡한 표면에 달라붙기 때문이다. 다른 곳에서 날라 온 미세먼지도 나무의 위쪽 가지(수관 樹冠)가 차단해 숲 아래쪽으로 내려 보내지 않는다고 한다. 이 같은 효과 때문에 가로수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도시숲 개념 속에 가로수를 포함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해 논란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띠 녹지로 생활 속에서 허파와 가까운 숲으로 인식되고 있다. 가로수를 2줄 이상으로 심고 키 큰 나무와 키 작은 나무를 같이 심어 복층으로 해야 한다. 수목 전문가들은 미세먼지 저감 수치를 내세우면서 강조하고 있다. 앞으로 의무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제도를 시도하고 있다. 한편, 울산광역시가 추진하고 있는 중앙로 가운데 폭 2.5m 중앙녹지 조성은 미세먼지 저감에 효과적인 시설이다. 통행제한속도를 60으로 낮추면서 도로 폭을 3.5m에서 3m로 축소하고 남은 공간을 녹지대로 만든다고 한다. 도심 환경을 봐서는 잘한 일이다.


그에 반해 중앙로 양측의 느티나무 가로수는 뿌리부분 둘레가 80cm가 넘을 정도로 굵은 나무다. 이와 비슷한 굵기의 나무를 태화강변에 심을 때 나무 가격만 대략 600만 원 정도 할 정도로 큰 나무다. 이렇게 굵은 나무가 1m 남짓 공간에 수십 년을 살다보니 보도블록 쪽으로 뿌리를 뻗어나지 않을 수 없다. 굵어진 뿌리는 보도블록을 들어 올렸다. 걷기에 불편하고 사고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 같은 불편을 해소하고 새롭게 보도블록을 깔아서 보행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이번 공사의 주된 사업이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하고 있다. 공사구간이 시장과 상가지역을 관통하다보니 통행불편, 먼지유발로 장사가 잘 안 된다는 민원이 끊임없이 발생했다고 한다. 이에 시공부서는 빠른 공사 마무리가 답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울퉁불퉁 깨지고 변형된 보도블록을 걷어내면서 튀어나온 뿌리를 중장비(굴삭기)로 끊어냈다. 굵은 뿌리와 잔뿌리 할 것 없이 상처를 입혔다.


 상처 난 뿌리에 대한 방부, 방충처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가로수의 줄기나 가지들을 보면 중장비 작업 때문에 줄기가 터진 곳이나 벗겨진 곳들이 많이 눈에 띈다. 이미 공사가 마무리되었지만 약품 처리한 흔적은 없다.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적하자 이제야 약품을 눈에 보이는 쪽만 발랐다. 땅속에 묻힌 상처 난 뿌리는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이는 가로수 중심 공사가 아니라 보도블록 중심의 공사를 했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가로수는 위쪽 부분을 전정할 때 뿌리 부분도 함께 전정을 해주도록 수목학 교과서에는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가로수는 주로 위쪽만 전정하고 뿌리 부분은 공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20년 정도 가로수가 한 자리에 있다 보면 뿌리가 숨을 쉬기 위해 올라 올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굵은 뿌리를 자르고 보도블록을 깔아서 당장 걷기 편하게 할 것이 아니라 뿌리가 흙속에서 숨을 쉴 수 있는 기반재를 넣어주는 작업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뿌리 전정을 할 때도 중장비로 뿌리를 정리할 것이 아니라 일본처럼 공기로 바람을 불어서 뿌리가 드러나면 전체를 맞춰서 잘라줘야 한다. 지금처럼 중장비로 뿌리를 자르고 상처를 내게 되면 흙 속에 있던 해충이나 균들이 뿌리를 썩게 한다. 몇 년이 흐르게 되면 나무 잔가지부터 마르면서 잎의 크기도 줄어들게 된다. 뿌리는 사람의 위장과도 같기 때문에 소화를 못 시키게 되면 전체 건강이 나빠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말이라도 하지만 나무는 10년 동안 서서히 나빠지기 때문에 나무가 나빠졌다고 느낄 정도면 이미 늦었다고 봐야 한다.


이는 몇 가지 근본적인 문제에서 비롯한 사태라고 보여진다. 첫 번째, 자동차 중심 문화 때문이다. 우리의 도로는 자동차가 다니고 남는 부분을 사람이 걷는다. 이마저도 자전거도로로 내주면서 보행공간은 거의 없다. 자전거도 타고 운행하면 자동차가 된다. 도로 다이어트 (제한속도 줄여 남는 공간)를 했다면 자전거도로를 개설하고 보도공간은 걷는 사람에게 내줘야 한다. 사람이 걷고 자전거도로 내고 남는 공간을 자동차가 달려야 한다. 또한 신호등을 설치해야 한다면 가로수 심는 위치를 8m 간격이 아니라 조정해서 심으면 된다. 신호등 크기를 규격화할 것이 아니라 도로 사정에 맞춰서 조정할 필요도 있다.


두 번째는 가로수는 살아 있는 존재라는 사실과 전문성을 가지고 공사를 해야 한다. 따라서 공사업체부터 전문성이 있어야 하고 공사시행도 교통이나 건설부서가 아니라 녹지부서에서 해야 한다. 그들이 건강해야 도시민 전체가 건강해진다는 생각을 못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환경적 가치를 기계장치로 대신한다면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따라서 가로수가 편안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주안점을 두는 가로 정비공사가 되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상처 난 뿌리에 대해 제대로 된 치료를 해야 한다. 앞으로 몇 십 년을 땅속에서 뿌리가 숨 쉬고 위로 올라오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땅속 환경을 만들어내는 일이 필요하다.


가로수가 편해야 도시민들 숨소리도 편해진다. 담당 공무원도 도시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윤석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