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온2


안그래도 우람한데 더 커졌다. 이번엔 20인치 두께의 팔뚝 요정이다. 김용완 감독은 시나리오부터 아예 마동석을 주인공 삼았고, 마동석은 기획단계부터 함께 했다. 하지만 너무 쉽게 갔다. 등장한 영화마다 시선을 강탈해왔던 마동석을 너무 뻔한 틀에 끼워 넣었다.


주인공 마크(마동석)은 타고난 팔씨름 선수. 미국에서 세계 챔피언을 꿈꿨으나 지금은 클럽의 경호원으로 일한다. 그에게 온통 잔머리를 굴리는 스포츠 에이전트 진기(권율)이 접근한다. 한국 팔씨름대회 도전하자고 제안한다. 한국에 와서 난생 처음 만난 여동생 수진(한예리)과 조카들. 아버지가 남긴 사채까지 떠안은 마크는 이제 무조건 ‘챔피언’이 돼야한다. 

 

줄거리는 딱 할리우드가 애용하는 스포츠 영화 공식이다. 실력은 있지만 운이 안따라줬던 선수. 성공을 돕고 부를 나누려는 조력자. 재기의 행보마다 등장하는 난관들이 그렇다. 거기에 더해진 한국식 ‘가족’ 사랑이 기본을 먹고 간다.


관건은 연출력. 뻔한 재료도 잘 풀어내면 명품이 될 수 있지만 감각이 진부했다. 특히 마크와 진기의 결이 다른 두사람의 케미가 살지 않는다. 기존의 마동석 영화가 줬던 속시원한 웃음도 없다. 먼저 웃음부터 뽑고 뒤에서 감동을 살리는 전형적 진행이 처음부터 엇박자가 난다.


결국 빠르게 가족을 앞세운다. 입양아였던 마크의 과거사와 여동생 가족과 처음 만나는 과정은 뭉클할 요소였다. 그러나 이마저도 깔끔하게 풀어내지 못한 채 지루하게 흘러간다. 그나마 눈길을 끄는 것은 팔씨름 대회 뿐. 양 팔을 맞대고 가장 원초적인 힘으로 승부하는 경기가 빠르게 이어질 때 숨통을 틘다. 그러나 그때까지 너무 느렸고 앞 뒤의 균형이 깨진 뒤엔 온전한 쾌감을 얻을 수 없어 아쉬울 뿐이다.


그럼에도 마동석은 마동석이다. 이미 배우의 이름 자체가 장르가 됐다는 평을 받을 만큼 그를 아끼는 관객들이 많다. 존재감이 떨어지는 권율을 그나마 끌어당기고 동생을 연기한 한예리와  조카들의 아역배우들과 좋은 호흡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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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팔씨름은 그에게 너무 잘어울린다. 배우 데뷔 전 미국에서 헬스 트레이너를 했던 터라 입양아로 한국에 돌아오는 주인공 연기가 너무 자연스럽다. 그렇지만 웃음과 감동 그리고 이야기 전체를 이끌어가는 단 한명의 주인공을 맡은 첫 작품의 부담감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개봉시기마저 할리우드 인기 배우들이 총출동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 혼자서 맞짱을 뜨는 형세다. 조금만 더 유쾌하게 장르를 비트는 연출이 더해졌다면 하는 아쉬움이 짙다. 결국 감독의 마동석 활용법이 게을렀다. 그리고 가족을 앞세운 신파의 억지감동은 천하의 마동석에게도 버거울 뿐이다.


배문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