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현장에는 지금 희망이라는 이름의 강제가 행해지고 있다. 촛불항쟁으로 과거의 비민주적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기업에서는 희망퇴직이라는 탈을 쓴 압박과 강요, 모욕주기에 기반을 둔 사실상 강제퇴직이 이루어지고 있다. 재벌의 갑질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노동자의 생계를 끊는 희망퇴직에 대한 분노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생산현장에서는 회사에 대한 희망을 잃고 그만두거나 더러워서 못 해 먹겠다는 젊은 노동자가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현장 노동자의 자발성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노동자들은 심리적 불안정 상태에 빠져 있다. 현장 노동자의 열정을 꺾음으로 노동자 스스로 기술적 향상을 위한 동기를 부여받지 못한다. 대형 조선소 등은 하청화가 가속되어 원청의 희망퇴직자가 다시 하청으로 고용되어 임금은 반 토막이 되었다. 이제 노동자가 회사를 걱정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현장 노동자는 말한다. 노동자의 열정이 기업의 경쟁력이고 숙련이 곧 노동생산성과 생산품의 품질로 연결되는데 경영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인력감축과 싼 임금, 하청을 통한 노동자 통제에 혈안이 되어 있다고 말한다.


‘기초역량 강화 훈련이라는 교육, 노동자를 모욕하고 창피를 주는 것 같이 느끼게 하는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해고를 염두에 둔 표적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생산성과를 높이기 위해 점심시간 지키기와 같은 통제가 강화되고 있다. 한 마디로 구조조정은 노동자를 쓰레기로 취급하는 것이며, 합법을 가장한 막 돼 먹은 구조조정이다. 현장은 언제라도 산재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며 노동자는 분노한다.


어떤 조선소에서는 ‘QM(품질관리) 직원이 갑자기 퇴직했다. 누구와 소통해야 하는가’ 하는 선주사의 우려가 나오고, ‘설계 쪽 소통이 끊겼다’. ‘지휘자 없는 오케스트라를 보는 것 같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선주사는 ‘모 기업의 안전 관리 수준이 매우 낮다. 작업자의 개인적 역량은 뛰어나나 업무 간 간섭이 많고 재작업이 많다’고 평가하며 다음의 선박 주문을 다른 곳으로 하고 싶어 한다.


기업 정문 부근에는 ‘정리해고는 살인이다’. ‘가족이 있다 함부로 자르지 마라’는 문구가 걸려 있다. 해고를 당해서 울고 가는 사람을 태웠다는 택시 기사의 이야기도 들린다. 해고자는 사람대접도 못 받고 가족은 뿔뿔이 흩어져 이산가족이 된다고 한다. 불황이 끝나고, 2020년에는 평형수에 대한 환경규제로 새로운 수요가 생기며 호황으로 바뀌리라는 예측도 있으나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저임금, 고용불안 등의 노동자 희생에 기반한 기업 성장이라는 노동파괴적 생산방식을 포기하지 않는 한, 더욱 가혹하게 현장의 하청화로 비정규직의 양산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기업은 희망퇴직, 조기 퇴직으로 이미 자구안이 달성되었음에도 구조조정의 칼을 거두지 않고 있다.


김태정 금속노조 정책국장은 ‘조선산업 발전 전략이 새 정부 출범 후 11개월 후 나와 골든 타임을 놓치고 있다. 성동조선과 에스티엑스조선은 고사당하고 있다. 비정규직 위주의 조선고용시장이 확대되고 있으며, 현대중공업은 향후 인력구조를 정규직 30%, 비정규직 70%로 하려 하며, 에스티엑스조선은 정규직 179명을 제외한 인력은 아우소싱할 방침이다’고 한다. 또 정부는 ‘물량팀 등 다단계 하도급에 대한 대안이 없으며, 현재 진행되는 구조조정에 대해 눈을 감아,  모 기업에서는 지난달 33명이 희망퇴직되고, 27명이 신규채용되는 웃픈 일도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의 강제퇴직에 대해, 정부는 고용시장 왜곡을 단속하고 숙련 노동자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하며, 탈세, 해고가 쉬운 물량팀이라는 변칙적 하청은 불법 파견으로 다스려야 한다. 희망(강제)퇴직에 대한 규제 법안이 필요하고, 구조조정 시에도 숙의민주주의 같은 것이 필요하다. 회사 쪽에서 저성과 등 해고를 위한 명분과 근거를 충분히 만들어 대상자를 만들고 ‘지금이라도 나가면 위로금을 주겠다’는 방식으로 노동자들을 회유하고 압박하면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저항할 수단이 별로 많지 않으므로, 강제퇴직의 빌미를 주는 정부의 업무 능력 부족을 이유로 한 공정인사지침이라는 해괴한 저성과해고 지침은 폐기되어야 하며, 꼭 필요하면 법률로 정해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 한편 노동자는 사기 강박에 의한 해고는 무효가 된다는 사실을 숙지하고 이를 입증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하청업체에서는 업체 이동 및  폐업시 하청 근속 승계 및 원청 인정 기준 확대 등도 이루어지게 해야 한다.


김연민 울산대학교 산업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