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발자연

<붓꽃과(iris) 식물은 수변에 심어 가꾸면 아름다운 장관을 이룬다. 다양한 꽃색의 품종도 있고 다년초라 예산도 절감된다. >


언양읍성 근처를 들렀더니 미나리가 한창이었다. 길가에서 할머니들이 막 수확한 미나리 줄기를 가려 단으로 묶고 있었다. 울산 언양 미나리를 조선시대 왕의 진상품으로 올렸다고 하니 그 은은한 향과 맛이 뛰어났음을 알 수 있다.


근성은 근성(根性)으로 풀이를 하면 ‘뿌리가 깊게 박혀 고치기 힘든 성질’로 읽히지만 근성(芹誠)으로 풀이를 하면 ‘정성을 다하는 마음’이다. 이 때 근(芹)은 바로 미나리다. 임금이 있는 한양까지 싱싱한 미나리를 보내는 정성을 ‘미나리’로 대표했던 것이다. 언양읍성이 있던 자리에 싱그러운 미나리꽝이 넓었다. 생기 넘치는 미나리들이 연푸르게 자라 올라오고 있었다. 수로를 따라 물이 꽐꽐 내려오고 있었는데 지나는 분에게 물어보니 석남사로부터 내려오는 물이라고 했다. 언양 미나리꽝은 모래가 많이 섞인 사양토라 물이 잘 스며들어 미나리가 잘 자란다고 알려졌다. 이렇게 물이 풍부한 곳은 미나리 수확을 몇 번도 할 수 있을 것이다.


5월은 아이리스(Iris)의 계절이다. 화투장에서 5월은 ‘난초’라 하지만 실제는 붓꽃을 말한다. 붓꽃은 일본에서 꽃꽂이를 할 때 흔히 쓰는 소재였다. 붓꽃과에 속하는 대부분 식물들은 물을 좋아하기에 그 장관을 보려면 습지와 연못으로 가야 한다. 다른 식물에 비해 아이리스들이 꽃을 피우는 기간은 한 달 정도로 유난히 길다. 물이 식물에게 가장 중요하고 영양분마저도 물을 통해 얻기에 물가 꽃들은 화려하고 오랫동안 꽃을 피운다. 봄철 아이리스원이 인기가 누리는 이유다. 서울에 ‘창포원’이라는 공간은 이런 걸 잘 살렸고 일본에는 아이리스 축제만 열어 1년을 먹고 사는 곳도 있다고 한다.  


태화강공원이 자리한 곳은 원래 홍수로 물에 잠기기 쉬운 습지를 개간하여 밭으로 이용되다가 공원이 되었다. 주택지로 개발하려다 시민들의 힘으로 지킨 현재 태화강공원이 주는 울산 브랜드 가치는 아주 높다. 썩어가던 시궁창 강을 2급수 강으로 살려낸 ‘태화강의 기적’을 상징한다.


그동안 울산시가 추진한 태화강을 되살린 사업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먼저 하수관시설을 묻어 하수처리장에서 물을 정화하였다. 둘째는  울산항으로 유입되는 모래를 차단하기 위해 1987년 강 하류에 설치한 방사보를 허물어 바닥에 쌓여 수질을 악화시킨 오염물질을 없앤 것이다. 마지막으로 강 하류에 집중적으로 쌓였던 오염물질을 대대적으로 준설한 것이다. 


지금도 강변에 자라는 버드나무나 갈대, 부들, 줄, 고마리 등이 물을 자정시키는 역할은 탁월하다. 2008년 자료를 보면 태화강 수생식물은 아주 다양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개연꽃, 물냉이, 질경이택사, 보풀, 벗풀, 소귀나물, 물옥잠, 물달개비, 물억새, 사마귀풀, 갈대, 줄풀, 창포, 흑삼릉, 애기부들, 부들, 세모고랭이, 마름, 애기마름, 수련, 왜개연, 남개연, 각시수련, 노랑어리연꽃, 노랑꽃창포, 창포 등등.


태화강이 살아난 것을 자랑하려면 강에 살던 식물이 태화강대공원에 장관을 이루는 풍경으로 만드는 것이 맞지 않을까? 태화강 물줄기를 일부 끌어와 곳곳에 습지나 연못을 조성하고 다양한 습지생태계를 관찰하는 데크 관찰로를 만드는 것은 어떨까. 아니면 강으로 바로 나가는 우수를 끌어들여 연못이나 습지에 저장해도 좋다. 이런 얕은 습지는 준설 때문에 깊어진 강에는 살지 않는 물새, 참게 등 다양한 종들을 불러들일 수도 있다. 도시민이 결국 같이 살아가야할 존재라는 마음으로 자연동식물과 어울리며 진정 힐링이 되는 공간을 만들 수 있다. 


매년 봄꽃축제를 연다고 번잡스럽지만 태화강공원은 길바닥이 마사길이라 더워서 한낮에는 이용객이 드물다. 이런 습지는 빗물을 저장하고 여름철 도심온도를 낮추는 역할도 할 것이다.  


또한 전문가 의견으로도 장마철에 집중되고 있는 빗물을 모으려면 ‘집중과 분산’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고 한다. ‘집중’이 대형댐이라면, ‘분산’은 건물의 빗물저장시설일 수도 있고 곳곳에 습지를 만드는 일이다. 지하수만 퍼 올려 귀한 물을 마음대로 썼던 태화강 상류 곳곳에 물덤벙을 만들어 이제는 땅으로 되돌려주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지난 해 울산은 대형댐으로도 심각한 물 부족을 겪었다. 더구나 반구대 암각화 보전 문제도 물 부족 문제로 미루고 있는 입장에서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이나마 있었나 싶다. 이러한 노력의 첫 시도로 태화강대공원에 여러 수생식물을 결합한 아이리스원을 제안하고 싶다.


5월에 여는 봄꽃축제로는 꽃창포 등 붓꽃과 식물보다 화려한 것도 없으며 여기에 미나리아재비, 연꽃, 수련, 부처꽃 등 봄을 장식하는 다양한 수생식물이 같이 피어난다면, 그렇게 태화강 수변식물을 다 모아 둔다면 제대로 된 태화강공원이 될 것이다. 국가정원이 되고 안 되고는 강변공원에 걸맞는 생태적이고 자연순환적인 틀을 먼저 고민하고 난 이후의 일이다.

 

이동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