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을 나온 시간은 열한 시 십오 분이 지나 있었다. 한라산을 정면에 마주보며 아들이 운전하는 차가 달리고 있다. “당신은, 그라고 싶은교? 좀 젊잖하게 있으면 얼메나 좋은교?” 아내는 식당에서 내가 한 행동이 마음에 거슬렸던 모양이었다. 언제나 나는 말을 걸고 실수를 하는 편이고, 아내는 그런 나의 행동이 불만인 것이다.


“밥 묵고 서(셋)이서 이야기 하길래 잠시 짬을 내가 첩보활동 좀 했는데 맘에 안 들었는 모양이네요. 서울 아가씬데 친구한테 놀러와가 몇달째 도와주고 있다카더라. 울산에도 한번 오고 싶다 케가 상호하고 이름 전화번호 적어줬다.”


“부부 아인가베? 꼭 부부 같디마는... 희한하제!” 아내가 말했다.
“아버지는 뭘 믿고 다 적어 주세요?” 아들이 쓸데없는 행동을 했다며 나무라는 감정을 숨기지 않고 말했다.


“못 믿을 거는 또 뭐고? 거 이상하네...”
“아버님, 이상한 사람도 많아요. 요즘은 개인 정보를 아무에게나 주다간 위험할 수도 있었요.” ㅇ슬이도 아들 편을 들었다.


“그래? 당신은 좀 조심해야 함더. 사람만 만나면 전부 털어놓으까네.” 아내가 말했다. 온가족이 오랫동안 습관이 되어버린 내 행동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었다. 소리를 지르며 한바탕 해도 될 사안이었지만, 큰일을 앞두고 있는 중이었다. “그나저나, 내 때문에 시간을 내삐리가 우짜노?” 한라산까지 태워주는 것이 고맙기도, 미안하기도 해서 화제를 돌리려고 내가 한 말이었다.


“아니에요. 아버지 덕분에 한라산도 와 보는 셈이지요.” 아들이 말했다.
“자쓱, 셈 좋아하네. 먼 셈을 그마이 하고 사노? 대충 사는 기지.” 아들의 말에 무심코 뱉은 말인데, 분위기가 이상해져 버렸다. “농담이다. 농담...”


한라산의 오르막을 오르는 중인지 엔진 소리가 둔탁하게 들린다. 창밖을 내다보니 한 눈에 들어오던 한라산은 도로 옆 산자락에 가려 있었다. 차창 밖으로 겨울나무들이 풍경화를 그리며 지나간다. 차들이 조금씩 밀리기 시작하면서 눈발도 날린다. 제법 굵은 눈송이가 바람에 흩날리며 도로 위로 굴러 다녔다.


“이래가 산에 갈 수 있겠나?” 아내가 걱정이 되는 듯 말을 했다.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눈이 많이 와서 통행이 어렵게 되면 제설차들이 먼저 제설작업을 해요. 가다보면 구경할 것이 있을 테니까 구경이나 하세요.”


“그래 느그 아버지 덕분에 한라산에 와 보기는 하네... 고맙구로.” 아내가 진심인지 걱정인지 모를 소리를 했다.
“다와 가나?” 내가 물었다.


“네비상으로 십오 분이면 도착해요. 그런데 차가 밀려서...”
“그럼 다 와 가네...”


멀리서 본 한라산에는 눈이 하얗게 쌓여 있었다. 막상 산자락에 들어오니 눈발이 날리다 사라지길 반복하면서도 쌓인 눈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오르막을 올라가면서 쌓인 눈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행히 도로에는 눈이 없었다. 차가 막혀 가다서다를 반복하고 있다. 앞좌석에 앉은 ㅇ슬이가 갑갑한지, 심심한지, 차문을 열고 손을 차창으로 내밀고 손바닥에 바람을 쐬고 있었다.


“ㅇ슬인 손이 예뻐서... 재밌어 보인다. 나도 한 번 해 보까?”라고 말하면서 차창문을 열고 손을 내밀어 바람을 만져 보았다. 바람이 아이스크림처럼 차고 상큼하게 손바닥에 와 닿았다. 옆에 있던 아내도 내가 손을 내민 창쪽으로 몸을 기대며 손을 내민다.


“바보가? 옆에 창문 놔놓고 이쪼로 붙노?” 아내의 갑작스런 행동에 퉁을 놓았더니, “바보라가 안 글나? 내가 똑띠 빠졌으면 당신하고 결혼 했겠나?” 아내는 몸을 일으킬 의향이 없다는 듯이 몸을 더 눕혀 밀착시키면서 말했다.


 “이 사람이 와 이라노? 앞에 아들 있구마는... 저리 치아봐라. 나도 ㅇ슬이처럼 사진 함 찍어보구로.” 아내를 밀어내고 차창 밖의 손에 휴대폰을 겨냥하며 말했다. “벨걸 다 따라할라 카네? 아 맹키로...?” 아내가 웃으며 말했다.


차가 오르막을 오를수록 창밖은 눈이 하얗게 펼쳐지고, 도로가에는 제설작업에 밀려난 눈이 몰려서  담장을 이루고 있었다. 오르막 우측으로 주차장이 보이는데, 아들은 계속 올라간다. 관광안내소가 있는 어리목 통제소까지 나를 태워주려는 것이었다. 차가 많이 밀리고 있었다.


 “ㅇ인아. 여 널짜 주고 가도 된다.” 운전하는 아들에게 말했다. “아니에요, 다왔어요. 여기서 돌면 불법이에요.” “야, 야! 니는 말을 해도 우째 그래하노? 다왔으니 끝까지 모신다 카면 안 좋나?” 아내가 아들의 답변이 맘에 안 드는지 아들을 나무랬다. “그 말이 그 말이다. 그래 고맙다.” 아내와 아들의 말 사이에 내가 끼어들었다.


매표소가 눈앞이다. “ㅇ인씨. 그냥 돌아 나온다 하세요. 입장료 주지 말고.” ㅇ슬이가 아들에게 말했다. “그래, 바로 나올낀데... 입장료 주지마라.” 아내도 ㅇ슬이 말을 거들고 나선다. “자가 다 알아서 한다. 걱정은.”


노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