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사기><수이전>과 많이 다르다. 설화와 구별되는 역사를 서술하고, 역사 이해를 위한 자료로 필요한 범위 안에서 설화를 가려서 이용했다. 설화와 역사를 구태여 구별할 이유가 없는 것으로 여기던 풍조를 청산하는 새로운 규범을 마련했다. 설화냐 역사냐 하는 논란을 역사의 견지에서 해결하고 설화에 대한 역사의 우위를 입증했다.


<삼국사기>가 이루어지기 전에, 지금은 흔히 <구삼국사>라고 하는 <삼국사>가 있었다. <삼국사><삼국사기>의 차이점은 정통론, 가치관, 문체 등의 측면에서 고찰할 수 있다. 정통론은 과거에 대한 평가를 넘어서서 당대의 가치관을 정립하는 과제를 맡았다. 고구려의 유산인 자주적인 기상을 자랑하는 무력보다 신라에서 기반을 닦은 유학이나 한문학을 핵심으로 하는 문화역량이 더욱 소중하다고 보았다.


<삼국사기>에서 내세우는 가치관은 화풍(華風)이라는 중세보편주의이다. 사람은 누구나 같은 사람이고 인의예지를 실현하는 인간을 교육의 목표로 삼았다. 중세보편주의를 문명권의 중심부와 대등하게 구현하고자 했다. 거칠고 졸렬한 문자를 유려한 고문을 사용해 문체를 바로잡았다.(<한국문학통사1>, 372~375 정리)


을지문덕이 수나라 장수 우중문에게 보낸 시는 아직 중국에서 근체시가 생겨나지 않은 이른 시기에 짜임새를 잘 갖춘 5언시의 본보기를 보여주었다. 겉에 드러난 말로는 적장의 전공을 치하하고 이제 물러가도 부끄러울 것이 없다고 했다. 칭송의 이면에 강한 기상이 느껴지게 하면서 상대방의 허세를 비꼬았다. 이규보는 이 시를 글 지은 법이 기이하고 고고하다.”고 높이 평가했다. 침략자와 맞서 이겨낸 장수가 지은 시는 자주적인 기상을 살리는 한문학이 후대에도 계속 나오도록 하는 시발점을 마련했다.(<한국문학통사1>, 131~132 정리)

 

述與仲文(술여중문): 우문술과 우중문은

旣失文德(기실문덕)하고 : 이미 문덕을 놓치고는

內不自安(내부자안)이라 : 마음이 편안하지 않았다.

述以粮盡欲還(술이량진욕환)한데 : 우문술은 군량이 떨어져 돌아가려 하는데, (양식 량)

仲文謂以精銳追文德(중문위이정예추문덕)하면 : 우중문은 정예부대로 문덕을 쫓으면

可以有功(가이유공)이라 : 공을 이룰 수 있다.’고 하였다.

述止之(술지지)하니 : 우문술이 이를 말렸다.

仲文怒曰(중문노왈) : 우중문이 성내어 말했다.

將軍仗十萬兵(장군장십만병)으로 : “장군이 10만의 병력을 거느리고 와서 (짚을 장)

不能破小賊(부능파소적)하면 : 자그마한 적도 격파하지 못한다면

何顔以見帝(하안이견제)하리오 : 무슨 낯으로 황제를 뵈옵겠소?”

述等不得已而從之(술등불득이이종지)하여 : 우문술 등은 어쩔 수 없이 그 말을 따라

度鴨淥水追之(도압록수추지)니라 : 압록강을 건너서 문덕을 추격하였다.

文德見隋軍士有饑色(문덕견수군사유기색)하고 : 문덕은 수의 군사가 굶주린 기색이 있음을 보고,

欲疲之(욕피지)하여 : 그들을 피로하게 하기 위하여

每戰輒北(매전첩배)하니라 : 매번 싸울 때마다 번번이 달아났다. (번번이 첩, 달아날 배)

述等一日之中(술등일일지중): 이렇게 하여 술은 하루 동안

七戰皆捷(칠전개첩)이라 : 일곱 번을 싸워 모두 승리하였다. (이길 첩)

旣恃驟勝(기시취승)하고 : 그들은 여러 번 승리한 것을 믿고 (자주 취)

又逼群議(우핍군의)하여 : 또 무리의 의견에 떠밀려,

遂進東濟薩水(수진동제살수)하여 : 마침내 동쪽으로 나아가 살수(薩水)를 건너

去平壤城三十里(거평양성삼십리)에서 : 평양성(平壤城) 30리 거리 밖에서

因山爲營(인산위영)이라 : 산을 등지고 진을 쳤다.

文德遺仲文詩曰(문덕유중문시왈) : 문덕이 우중문에게 시를 지어 보냈다. (보낼 유)

神策究天文(신책구천문)하고 : “신기한 책략은 천문에 다하였고,

妙算窮地理(묘산궁지리): 묘한 지혜는 땅의 이치에 통달하였다.

戰勝功旣高(전승공기고)하니 : 싸움마다 이겨 공이 이미 높으니

知足願云止(지족원운지): 만족함을 알고 이만 돌아가는 것이 어떠하겠는가?”

仲文答書諭之(중문답서유지)하니라 : 우중문이 답서를 보내 알아듣도록 타일렀다. (깨우칠 유)

文德又遣使詐降(문덕우견사사항)하고 : 문덕이 또 사자를 보내 거짓으로 항복하고

請於述曰(청어술왈) : 술에게 요청하여 말하기를

若旋師者(약선사자)하면 : “만일 군대를 철수한다면, (돌릴 선)

當奉王朝行在所(당봉왕조행재소)하리라 : 틀림없이 왕을 모시고 황제가 계신 곳으로 가서 인사 올리겠소.”

 

백태명 울산학음모임 성독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