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딸이 작년부턴가 어린이집에서 빨간 종이로 카네이션을 접어 카드에 붙여 옵니다. 삐뚤빼뚤한 글씨로 ‘아빠 엄마 사랑해요.’ 적고 알록달록하게 색칠도 한 정성이 보입니다. 어느새 내가 어버이날의 주인공이 되었구나 싶어 몇 초간 아찔합니다.


그래도 아직은 어버이날에 내 부모가 먼저 생각납니다. 일찌감치 5월 달력을 보며 양가부모님께 어떤 맞춤 효도를 해드릴까 궁리합니다. 손주들 어린이날 선물 준다고 얼굴 본지가 엊그제인데 집으로 초대해 밀푀유나베 요리를 대접했습니다.(5월 5일과 5월 8일의 간격은 개미허리라 이 땅의 엄마들이 바쁩니다.) 다행히 요리는 성공했고 훈훈하게 마무리했습니다. 


몇 달 전 친정에 들렀을 때 엄마의 고민을 들었습니다. 생활비가 빠듯해서 국민연금 낼 돈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달리 노후준비가 없으신 부모님께 국민연금은 마지막 지푸라기였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남편에게 부모님을 경제적으로 돕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부모님이 매월 필요한 돈은 17만원이었고 멀리 사는 오빠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같이 내자 했습니다.
국민연금 만기 때까지 매월 돈을 드릴 텐데 봉투만 덜렁 주자니 받는 엄마 손이 무안하실까봐 편지를 동봉해서 드렸습니다.


사랑하는 부모님께


평소 한 번 더 안아드리고 한 번 더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은 마음을 편지에 담아요. 부모님을 가만가만 생각하고 있으면 이내 눈물이 납니다. 부모님을 사랑하는 제 마음과 이제는 어느덧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제가 부모님의 삶을 생각할 때 얼마나 고생스러우셨을까 하는 마음이 더해진 거지요.
아이들 밥을 차리면서 어릴 적 엄마가 셀 수 없이 차려주셨던 밥상이 생각나요. 엄마의 정성과 따뜻함을 먹으며 이만큼 자랐어요. 그러면 매일 차리는 밥상도 소중해집니다. 우리 아이들도 제가 차려주는 밥으로 자라가겠지요. 특히 고등학교까지 수제비를 냄비째 들고 오셨던 것 그리고 한 번씩 자다가 너무 배고파 엄마를 깨웠을 때 뚝딱 차려주셨던 밥상이 제게 지금껏 사랑의 자양분이 되고 있어요.
아빠는 오랜 시간 방황하는 삶을 사셨지만 그래도 제 아빠에요. 아빠 덕분에 저는 호기심이 많고 책과 글쓰기,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자랐어요. 어릴 적엔 무섭기도 하고 미웠는데 손주들 예뻐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저렇게 사랑받았겠구나’하고 아빠의 사랑을 담아 봐요.
제가 이제 32살이에요. 엄마아빠도 이상하시죠? 언제 이렇게 자랐을까요. 결혼하고도 부모님 곁에 있는 것이 감사해요. 매월 17만원씩 국민연금을 추가 납입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자식으로서 보태고 싶었어요. 오빠와 같이 모아 드리는 거에요.
두 자녀를 성한 모습으로 잘 키워주셔서 감사해요. 그게 얼마나 어려운건지 새삼 느낍니다. 엄마 아빠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딸 올림


매번 부모님은 “너희도 애 키우느라 빠듯할 텐데 어떡하니”하시지만 받으실 자격 충분히 있습니다. 자식이 어디 거저 크나요. 저 어릴 적 부모님의 모습을 떠올려봅니다. 체격도 좋으시고 괄괄하셨는데 환갑을 넘기신 부모님은 아담해지고 약과 영양제가 식탁에 한자리 차지하고 있습니다. 가는 세월 잡을 수도 없고 있을 때 잘하자는 마음으로 부모님 앞에 올리는 글을 나누어봅니다.


김윤경 글쓰는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