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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획도 완성 후 홍보도 배우 유해진에게 온전히 초점을 맞췄다. 스포츠를 소재로 한 웃음과 감동이란 공식이 또 한 번 등장했다. 거기에 더해진 것이 가족. 어느 것 하나 신선하지 않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해 어떤 방향으로도 성공과 거리가 멀다.


레슬링은 가장 오래된 스포츠다. 고대 그리스부터 형태가 큰 변화 없이 현재까지 이어진다. 우리에게도 매우 익숙하다. 올림픽 메달을 수차례 획득한 이른바 효자 종목 아닌가. ‘빠떼루’를 외치는 해설가의 목소리를 금세 떠올게 된다.


전직 레슬러 귀보(유해진)도 전직 국가대표였다. 지금은 자신의 염원을 잇는 아들 성웅(김민재)의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다. 이제 그의 특기는 살림이고 취미는 아들 자랑일 정도다. 주부들에게 에어로빅댄스를 가르치며 체육관을 운영하는 그는 바람은 오직 아들이 금메달을 따는 것. 하지만 국가대표 선발전 출전을 포기하려는 아들 때문에 그의 일상도 함께 꼬이기 시작한다. 두 부자를 둘러싼 예측불허의 애정전선이 깔리면서 상황은 더 엉망이 된다.


성웅이 사랑을 느끼는 동갑내기 친구 가영(이성경)이 자신보다 오히려 중년의 아버지를 사랑한다는 고백이다. 그 뒤 낙심해 꿈을 접으려는 아들, 자꾸 눈앞에서 자극하는 가영 게다가 맞선녀 도나(황우슬혜)의 끊임없는 애정공세, 연로한 어머니(나문희)의 투덜거림까지. 귀보의 일상은 이젠 폭발직전까지 다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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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의 레슬링은 사실 양념에 불과할 만큼 분량이 없다. 그저 귀보와 성웅의 부자관계를 연결해주는 수단일 뿐. 서로 살을 맞대고 경기를 해야 하는 것처럼 둘이 함께 성장하는 것이 정해진 결말인데 진부한 설정만큼 떨어지는 완성도가 걸린다.


스포츠가 전해줄 긴장감이 빠진 채 가족이 만들 감동은 삼각관계로 내몰면서 조금씩 황당해진다. 총체적 난국인데 형세를 역전할 비장의 기술도 안 보인다. 결국 단독 주연 비중의 유해진에게 걸린 무게가 더 커 보인다. 한 주 앞서 개봉한 <챔피언>의 마동석과 종목만 다를 뿐 같은 비중과 한계를 지녔다. 특히 <레슬러>에서 유해진은 부자 관계를 해결하러 좌충우돌하지만 관객의 공감을 얻기엔 무리가 많다. ‘아들바보’ 아버지가 드러내는 무조건적인 사랑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순 없다. 한 가족이 세대를 넘어 소통한다는 주제까지 풀어내려 했지만 신인 감독의 무리한 한 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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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잔잔한 웃음은 있다. 유해진 특유의 헛헛한 유머 코드도 여전하다. 이성경과 황우슬혜의 애정공세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눈길을 끈다. 차라리 이들의 애정 관계를 늘리고 조금 더 즐겁게 집중했더라면 재미는 확실히 잡았을 것 같다. 그리고 나문희, 성동일, 진경 등 조연들은 딱 제 몫을 한다.


배문석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