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통일과 관련된 정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 개의 눈을 가진 자가 되어야 한다. 사실의 눈, 기억의 눈, 상상의 눈을 가지고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보고, 더 깊게 보고, 과거를 성찰하고, 새롭고, 다르며, 올바르게 볼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내부를 직시하며, 북한을 내재적 관점에서 이해하고, 미, 중, 일, 러의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의 이해관계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현실을 직시할 뿐만 아니라 통일된 미래의 한반도에 대한 뛰어난 상상력도 필요하다.


한국의 보수 기득권 세력은 그간 북한의 붕괴와 흡수 통일을 꿈꿔 왔다. 북한의 지도자는 악마 혹은 냉혈한이고 주한 미군이나, 국가보안법 등을 언급하면 빨갱이로 매도되거나, 최근에는 남남갈등을 유발한다는 식으로 건설적 토론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 미국을 혈맹이며 신성한 국가로 간주하였다. 한국과 북한의 평화를 이야기하면서도 미국과 한국과의 군사 훈련은 아직 유보하지 않았다. 한반도 통일에 대한 전략계획은 없고, 단지 경제 교류 위주의, 예를 들면 철로 연결, 개성공단 등의 몇 가지 전술적 기획만이 있었다.


북한은 핵 무력을 완성하고, 그것을 강력한 협상 무기 BANTA(Be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로 이용하고 있다. 북한은 남북한이 국토통일을 이루고, 연방제로 가기를 원한다. 통일을 위해 주한미군의 단계적 철수를 요구할 수 있으나 미국의 입장에 따라 다소 유연한 결정을 내릴 것이다. 한편 민족 내부 요인으로는 사실상 북한을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의 결사 또는 집단으로서 지휘통솔체제를 갖춘 단체”로 보는 국가보안법의 무해화 혹은 폐지를 요구할 수 있으나, 남북관계의 진전에 따라 국가보안법이 무해화될 수 있고, 한국의 보수세력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당장 국가보안법에 대한 폐지를 요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예전에는 북한 정권의 교체나 붕괴를 유도하려는 위험한 기획도 있었지만 일단 온건파들은 “전략적 인내”를 표방하게 되었다. 통일 과정이 북한 주도가 아닌, 한국 주도로 이루어져, 통일 한국이 미국과 동맹 관계인 국가가 되기를 원한다. 한미동맹이 지속되어 중국을 군사 정치적으로 압박할 수 있기를 바란다.


중국은 한반도의 자주적인 통일을 원한다. 즉 미국의 영향을 받지 않고 이룩하는 통일, 한미 동맹의 폐기, 북한에 대한 중국의 통제력 강화, 한국의 미국 동맹 네트워크에서의 이탈을 원한다.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 완화를 바란다. 트럼프의 철강, 알루미늄의 관세 부과, 이란과의 핵 합의의 일방적 탈퇴 등으로 다자간 협정에 심각한 문제가 노출되어, G7은 갈등 관계에 있으나, 미국의 대북압박에 대처하기 위해 북.중.러의 협력은 복원되고, 중국은 최근 인도를 중.러가 주축인 SCO(상하이 협력기구)에 가입하게 하여 대미견제의 플랫폼을 구축했다.


일본은 한반도의 통일을 꺼린다. 북한 정권의 붕괴를 원했으며, 통일 한국이 미국과 동맹을 유지하고 한미일 공조 프로세스가 이루어져 반일의 정세가 펼쳐지지 않기를 원한다. 러시아는 중국의 북한에 대한 입장과 ‘완전히 일치한다’고 푸틴이 말한다. 그는 김정은 국방위원장을 9월 극동개발을 주제로 한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 포럼에 초청했다.


북한의 북미 정상회담에서의 요구사항은 핵 무력의 포기에 따른 ‘체제보장’, ‘평화협정’, ‘경제지원’의 세 가지로 알려졌다. 북한은 협상을 통해 경제적 압력을 완화하고, 국제적 평판을 개선하며, 미국의 군사옵션에 대한 억지력이었던 핵 무력의 포기 대신 자국 안보에 대한 완벽한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구체적이고 신속한 비핵화 단계를 요구하고, 대북제재를 최대한 유지하고자 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는 풀지 몰라도 2017년 9월 미국 재무부가 도입한 대북경제제재의 고삐를 쉽게 놓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강경파들은 북미 평화협정의 의회 승인을 시도하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요구한다. 핵무기와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최대한 신속하게 미국 테네시주 오크리지로 옮겨 폐기할 것을 원한다. 우라늄 농축,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시설 및 능력의 완전한 폐기를 요구한다. 반면 북한은 핵 무력의 포기에 따른 단계적, 동시적 상응 조치를 요구한다.


한반도가 평화와 번영으로 가기 위해서는 당사자인 한국, 북한, 미국, 중국의 종전선언이 이루어지고 북미, 한국과 북한과의 평화협정이 뒤따르고 한미일과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한반도 통일은 그냥 오지 않을 것이다. 통일이라는 축제를 위해 우리 모두의 지혜, 인내, 유연성 및 상상력의 결집이 필요하다. 온갖 꽃을 피우듯, 많은 토론이 필요하다. 미국도 일방적, 고압적 자세를 버리고 좀 더 상호적이며, 유연한 자세로 북미 회담에 임해 최후의 냉전지역인 한반도의 종전을 선언하며, 평화협정의 문을 열어야 한다.


김연민 울산대 산업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