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셀럽은 왜 책방을 내는가

박대헌 시민 / 미디어 전공자 / 기사승인 : 2018-06-28 09: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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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서점 탐방
당인리책발전소의 경우

언제부터인가 한국의 셀럽은 책방을 내기 시작했다. 가수인 요조는 ‘책방 무사’를 냈고, 방송인 노홍철씨는 ‘철든 책방’을 냈다. 그리고 MBC 아나운서 부부로 유명한 오상진-김소영 부부 역시 ‘당인리책발전소’라는 독립서점을 냈다.


이들은 왜 책방을 내는 걸까? 책을 보는 사람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 통계청의 <사회조사>에 따르면, 독서인구의 비율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2004년 62.2%였던 독서인구의 비율은 2017년 54.9%로 감소했다. 이에 맞춰 1인당 평균 독서권수도 2004년 13.9권에서 2017년 9.5권까지 줄어들었다.


이는 독립서점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1월 출간된 <오늘, 서점을 닫았습니다>는 ‘일단 멈춤’이라는 독립서점을 낸 후 수익이 어려움으로 결국 문을 닫게 된 사연을 담았다. 책방주인이자 책의 저자인 송은정 씨는 월 평균 수익이 60~80만원 선에 머물러 더 많이 일하고, 더 적게 버는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셀럽의 책방은 다른 동네책방과 무엇이 다른 것일까? 필자는 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상수역 근처에 위치하고 있는 ‘당인리책발전소’에 방문했다. 서점은 커다란 간판 하나 없이, 동네 마실하기 좋은 조용한 골목에 위치하고 있었다.




<간판 하나 없이 작은 안내판만 부착되어 있는 모습>



책방이라기보다는 서재에 가까운



책방 내부로 발걸음을 내딛었을 때, 첫인상은 북카페를 연상케 했다. 공간 내 한 쪽 벽면 정도만 책이 놓여져 있었고, 주요 공간은 커피 및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한쪽에는 서재가 있고, 다른 공간은 카페 및 의자와 테이블로 채워져 있다.>



그러나 책방을 찬찬히 살펴 본 후, 필자는 당인리책발전소는 책방도, 북카페도 아닌 무엇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바로, ‘셀럽의 서재’라는 점이다. 이는 단순히 셀럽이 책방을 운영하고 있다는 뜻이 아니다. 공간 자체가 ‘특정인의 서재’라는 느낌을 강하게 주고 있다는 것이다.


‘당인리책발전소’의 한가운데는 이곳의 공간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뜻하는 책과 사진이 놓여있다. 김소영 아나운서의 <진작 할 걸 그랬어>와 오상진 아나운서의 <당신과 함께라면 말이야>라는 서적이 두 부부의 사진이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음악을 트는 스피커 역시 가장자리가 아닌 가운데에 공간을 두어, 공공 공간이 아니라 셀럽 부부의 서재에 들어왔다는 ‘사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책방의 한가운데에는 책방주인 아나운서 부부의 사진과 책 등이 전시되어 있다.>



필자는 이러한 ‘사적인 감정’이 ‘당인리책발전소’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서가에 가보면, 공간 군데군데 마다 주인부부가 직접 쓰거나 옮겼으리라고 여겨지는 종이 표지들이 붙어있다. 이런 종이 표지들이 색다른 것은 아니나, 직접 종이에 손으로 쓰거나 그린 흔적들은, 보기 좋게 ‘깔끔’하게 프린팅되어 있는 책방과는 그 결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단순히 손으로 썼다는 점이 다르다는 게 아니라, 종이 표지 하나하나 마다 ‘김소영과 오상진’이라는 캐릭터 또는 브랜딩이 묻어난다는 뜻이다.


<서가에는 책방주인이 손수 작성한 종이 표지들이 곳곳에 놓여있다. >



따라서, 당인리책발전소는 아나운서 부부의 브랜드를 경험하게 하는 ‘오프라인 상점’의 역할을 하게 된다. 다시 말해 당인리책발전소는 아나운서 부부가 운영하는 책방에 대한 호기심으로 방문하여, 부부의 서재를 통해 취향을 소비하고, 나아가 김소영-오상진 아나운서라는 브랜드를 소비하게 되는 구조가 되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당인리책발전소의 베스트셀러를 통해, 책방 방문객이 무엇을 소비하고 있는 지 명확히 알 수 있다. 각각 두 아나운서 부부가 쓴 책이 책방 내 베스트셀러 1위와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일종의 두 아나운서 브랜딩을 소비하기 위한 ‘굿즈’로서 책이 소비되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는 셈이다.


<당인리책발전소에 부착되어 있는 6월 둘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 1위와 2위가 책방주인의 서적이다.>



책방은 셀럽이 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셀럽의 서재’ 모델을 다른 책방에서도 적용할 수 있을까? 누군가는 이미 셀럽이 되어 자체적인 브랜드와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만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셀럽이 가진 브랜드 자체만으로도 ‘당인리책발전소’는 다른 책방이 얻을 수 없는 관심을 받았다. 그럼에도 그게 전부는 아니다.


책방을 넘어서면 셀럽이 운영하는 가게는 종종 볼 수 있다. 외식사업부터, PC방에 이르기까지 특정 셀럽의 브랜드를 통해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단순히 셀럽이 있다는 것만으로 비즈니스는 굴러가지 않는다. 우후 죽숙처럼 생기던 셀럽의 가게들은 어느 샌가 사라지고는 했다.


앞서 말했듯, 당인리책발전소는 단순히 셀럽의 이름만을 빌려온 가게가 아니다. 일종의 셀럽의 브랜딩을 경험하는 오프라인 서재로서 공간이 소비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여기서 소비되는 브랜딩은 좀 더 ‘사적인 측면’이 강하다. 이는 책을 매개로 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타인의 서재를 통해 그의 화두와 고민, 그리고 관심사를 볼 수 있는 셈이다.


이는 단순히 책방 방문을 넘어서 ‘팬덤 소비’에 가까운 양상으로 넘어간다는 뜻이다. 나아가, 인터넷으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책을 굳이, 공간에 방문에서 소비한다는 것은 약간의 ‘팬심’이 없다면 하기 어려운 행동일 수 있다. 그렇다면, 향후 독립서점이 나아가야 할 방향 중 하나를 ‘책방의 셀럽화’라고 말할 수도 있는 셈이다.


즉, 책방을 방문하는 이유가 ‘책’이 아니라 ‘책방 또는 책방의 주인’에 있을 때 독립서점의 비즈니스는 지속가능한 무엇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당인리책발전소에 방문하는 이들이 책보다 커피 및 음료수를 더 많이 구매한다고 해서 실패한 비즈니스라고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사람들이 소비하는 것은 ‘책 1권’이 아니라 ‘사적인 브랜딩으로 꾸며진 서재’인 셈이니 말이다.


<당인리책발전소 카페 메뉴. 한 잔의 가격이 책 값의 절반 정도 한다.>



바로 그 점이 당인리책발전소를 단순히 셀럽이 운영하는 책방을 넘어서, 향후 책방 비즈니스에 대한 영감을 줄 수 있는 주는 공간으로 만드는 포인트일 것이다.



<팬들이 만들어준 타이포그라피 우표>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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