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참여로 일군 바이오에너지마을
주민참여로 일군 바이오에너지마을
  • 이종호 기자
  • 승인 2018.07.11 1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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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베이비부머, 숲경영에서 미래를 찾다(3)

기획취재: 베이비부머, 숲경영에서 미래를 찾다
1. 울주 한독산림 ‘큰숲’을 아시나요
2. 독일 흑림-임업과 생태관광의 공존
3. 주민참여로 일군 바이오에너지마을
4. 헤센주 임업 경영, 독일 임업의 미래
5. 한국과 독일을 오간 나무 사랑
6. 숲과 함께 인생2막을 꿈꾸다

 

상트페터 마을은 해발 750미터 검은숲 자락에 2500여명이 사는 산촌이다. 2010년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서 열여섯 번째 바이오에너지마을로 인증 받았다.
상트페터 마을은 해발 750미터 검은숲 자락에 2500여명이 사는 산촌이다. 2010년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서 열여섯 번째 바이오에너지마을로 인증 받았다.

숲에서 나는 나무로 전기와 난방에너지를
검은숲 상트페터 바이오에너지마을

독일 검은숲에 있는 상트페터 마을은 바덴뷔르템베르크주가 인증한 바이오에너지마을이다. 프라이부르크에서 차로 30분 거리인 상트페터 마을은 해발 750미터 산촌으로 2500여명이 살고 있다. 산자락 마을 절반인 1700헥타르가 숲에 덮여 있다.

바이오에너지마을로 인증 받으려면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가 마을에서 쓰는 전력수요보다 많아야 하고, 난방수요의 절반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생산해야 한다. 게다가 재생에너지 설비 투자 지분의 반 이상을 주민들이 갖고 있어야 한다. 이런 조건에서 전기와 난방 에너지의 일부를 바이오에너지로 생산해야 한다. 이 조건들을 충족해 주정부에서 인증 받은 독일의 바이오에너지마을은 모두 147곳이다. 인증을 기다리고 있는 마을도 서른 곳이 넘는다.

상트페터 마을이 1년 동안 쓰는 전력수요는 700만kWh(시간당 킬로와트), 난방수요는 1200만kWh다. 마을 산마루에 설치한 풍력발전기 여섯 기에서 1년 동안 생산하는 전기가 1840만kWh니 풍력발전만으로도 첫 번째 조건은 충족하는 셈이다. 여기에 태양광 발전에서 연간 118만kWh, 수력발전으로 1년에 40만kWh의 전기를 얻는다.

2000년대 초반부터 풍력, 태양광, 수력 같은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고 판매해온 상트페터 주민들이 목재 펠릿이나 우드칩 같은 바이오매스로 난방을 해결하겠다고 나선 건 2009년이다. 그때까지 마을 난방은 주로 등유 보일러나 장작을 태워 해결했다. 나무와에너지 이승재 대표는 “태양광이나 풍력발전기는 투자해서 설치만 하면 운영할 수 있는 장치산업이지만 바이오매스 열 공급 사업은 연료 전처리나 발전설비를 운영하는 과정이 복잡하고 주민들이 직접 투자해서 운영하는 시설이기 때문에 태양광이나 풍력보다 설치와 운영이 훨씬 어렵다”고 했다.

이처럼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주민들은 2009년 상트페터 에너지협동조합을 설립하고 난방 문제 해결에 나섰다. 지난 5월 만난 상트페터 마을 보너트 열병합발전소장은 “전기는 풍력발전기나 태양광 발전을 설치해서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 데 성공했지만 난방은 어떻게 해결할 건지 협동조합을 만들고 나서 고민이 많았다”며 “등유 보일러를 쓰는 것보다 경제적으로 이익은 그다지 없지만 나무를 에너지로 중앙난방을 하게 되면 개별 보일러 관리나 굴뚝 청소를 할 필요가 없고 무엇보다 외부 석유 가격 변동에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열병합발전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로 난방을 해결하면서 탄소 배출을 줄이고 마을의 공기를 깨끗하게 하겠다는 건 주민들의 한마음이었다.

상트페터 마을 들머리에 있는 열병합발전소. 목재 펠릿을 연료로 하는 가스피케이션 열병합발전기 한 기와 우드칩 보일러 두 대가 연중 가동되고 있다.

에너지협동조합은 마을 들머리에 발전소 건물을 짓고 목재 펠릿을 연료로 하는 가스피케이션 열병합발전기 한 기와 1메가와트, 1.65메가와트 우드칩 보일러 두 대를 설치했다. 난방열을 집집마다 전달할 온수배관도 묻었다. 주관 6킬로미터와 지관 6.1킬로미터를 합쳐 마을 전체 열배관은 12.1킬로미터고 232채에 난방열을 공급한다. 

협동조합 조합원은 모두 260명. 224명이 열병합발전소에서 나오는 전기와 난방열을 사용하는 주민들이고, 나머지 36명은 투자만 했다. 자본금은 77만3500유로. 40만유로는 조합원들이 출자해 마련했고, 나머지 37만유로는 조합원들의 대출로 충당했다. 두 명의 조합장과 다섯 명의 감사가 조합 운영에 참여한다. 열병합발전소에 근무하는 사람은 발전소장 한 명과 기술직원 세 명이 전부다. 열병합발전기와 우드칩 보일러의 모든 데이터는 웹서버로 전송돼 인터넷이 연결되는 곳이면 어디서든 가동 상황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계와 세무 업무는 외부 회계사를 통해 해결한다.

우드칩 저장고를 보여주는 상트페터 에너지협동조합 보너트 열병합발전소장. 1년 동안 쓰이는 우드칩은 9500입방미터다. 대부분 마을 숲에서 벌채한 나무와 부산물을 잘게 부숴 사용한다.
우드칩 저장고를 보여주는 상트페터 에너지협동조합 보너트 열병합발전소장. 1년 동안 쓰이는 우드칩은 9500입방미터다. 대부분 마을 숲에서 벌채한 나무와 부산물을 잘게 부숴 사용한다.

열병합발전기와 우드칩 보일러, 팰릿 저장 탱크와 우드칩 저장고, 발전소 건물과 온수 배관 설치 등에 들어간 돈은 모두 650만유로(약 85억원). 조합원 출자분 외에 450만유로는 지역은행에서 대출받았다. 국가재건은행(KfW)은 125만유로를 장기저리로 제공했다. 이승재 대표는 “효율이 좋아서 최소 30년 동안 설비와 배관을 사용할 수 있고, 연료인 나무 가격도 석유가격에 휘둘리지 않고 안정돼 있기 때문에 지역은행은 투자를 주저하지 않는다”고 했다.

열병합발전 연료인 목재 펠릿은 인근 검은숲 케일 마을에 있는 펠릿 공장에서 연간 950톤을 들여온다. 마을 숲 나무로 만든 우드칩은 1년에 9500입방미터를 쓴다. 가스피케이션 열병합발전기는 목재 펠릿에서 뽑아낸 가스로 모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이렇게 생산된 전기는 1년에 약 140만kWh에 이른다. 협동조합은 재생에너지법에 따라 이 전기를 판매해 연간 100만유로의 매출과 6만유로의 수익을 내고 있다. 수익은 조합원에게 배분하지 않고 이듬해 전기요금에서 줄여준다. 2013년부터 가동한 발전기는 발전소를 방문한 지난 5월 17일 오전 현재 누적 작동 시간이 4만427시간이었다. 5년 동안 24시간 내내 하루도 안 거르고 가동한 셈이다.

가스피케이션 열병합발전기(왼쪽)와 우드칩 보일러(오른쪽).
가스피케이션 열병합발전기(왼쪽)와 우드칩 보일러(오른쪽).

발전 과정에서 나오는 열은 버리지 않고 4만8000리터짜리 단열 축열조에 저장한 다음 우드칩 보일러에서 만들어진 열과 함께 섭씨 95도의 온수로 상트페터 마을 집집마다 배관을 통해 전달된다. 가스를 뽑아내고 우드칩을 태우는 과정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는 9만유로를 들여 설치한 전기집진기로 걸러낸다. 열병합발전소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는 배출가스 1입방미터당 14밀리그램으로 배출기준 1입방미터당 50밀리그램의 3분의 1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상트페터 마을 열 배관 지도. 열병합발전소에서 나온 난방열은 12.1킬로미터 배관을 통해 232채의 건물에 공급된다.
상트페터 마을 열 배관 지도. 열병합발전소에서 나온 난방열은 12.1킬로미터 배관을 통해 232채의 건물에 공급된다.

주민들은 가정용 열교환기를 통해 배관으로 전달되는 난방열을 끌어다 사용한다. 열교환기에 달려 있는 열량계는 온라인으로 발전소 중앙제어시스템과 연결돼 있기 때문에 주민들은 일일이 온수계량기를 확인할 필요가 없다. 열교환기 가격 2500유로 중 80퍼센트인 1800유로는 정부가 지원한다. 지선 배관도 정부보조금에서 미터당 80유로를 지원 받는다.

열병합발전소에서 생산하는 난방열은 연간 9500메가와트다. 마을 전체 사용량 1만2000메가와트의 79.1퍼센트를 감당한다. 가정용 펠릿 보일러나 우드칩 보일러로 난방하는 경우를 합치면 전체 마을 난방 수요의 85퍼센트가량을 바이오에너지로 충당하는 셈이다. 마을 난방을 재생에너지 집단 난방으로 바꿔 절감한 이산화탄소는 연간 1만8300톤에 이른다. 상트페터 마을은 2010년 1월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서 열여섯 번째 바이오에너지마을로 인증 받았다.

독일의 바이오에너지마을 분포. 노란색이 인증 받은 마을이고, 초록색이 인증 절차를 밟고 있는 마을들이다. 독일재생에너지공사(FNR)의 자료를 이승재 나무와에너지 대표가 다시 정리했다.
독일의 바이오에너지마을 분포. 노란색이 인증 받은 마을이고, 초록색이 인증 절차를 밟고 있는 마을들이다. 독일재생에너지공사(FNR)의 자료를 이승재 나무와에너지 대표가 다시 정리했다.

에너지 자립이 마을 부가가치 높인다
기름 보일러 사라진 검은숲 마을들

독일의 산촌 마을들이 바람, 햇볕 같은 재생에너지와 마을 숲에서 나는 나무를 이용해 에너지 자립에 나선 건 오일쇼크와 체르노빌, 후쿠시마에서 일어난 핵발전소 사고 때문이었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과 세계 금융위기도 한몫했다. 

상트페터 마을 주민들은 외부의 석유 가격이 오르락내리락할 때마다 마을의 에너지 가격이 불안정해지는 것을 더 이상 원치 않았다. 에너지협동조합이 주축이 돼 대기환경을 보존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사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외부로부터 수입하는 기름과 가스를 사용하지 않고 에너지 가격을 고정시키고 싶었다. 마을의 에너지 가격이 안정되면 마을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주민들이 투자하고 소득도 주민들이 가져가는 모델을 기획했다. 이런 지향과 가치를 정관에 담고 사회문화 프로젝트로 만들어 지역은행의 투자를 끌어냈다. 지속가능한 임업으로 100년 넘게 가꿔온 검은숲이 마을의 에너지 자립을 가능케 했다.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운반해온 석유와 가스로 난방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투기판이 돼버린 국제 금융경제에 조종당할 위험도 그만큼 줄었다. 등유 보일러가 필요 없어지면서 공기는 더 맑아졌고 지역경제는 예측가능하게 됐다. 나무 에너지로 전기와 난방열을 생산하면서 마을의 일자리도 늘었다. 상트페터 마을의 400개 일자리 가운데 150개가 나무와 관련된 일자리다.

상트페터 마을에서 산마루 쪽으로 꽤 떨어진 초지에서 목축을 하는 케터러 씨는 20년 된 우드칩 보일러를 24시간 돌려 우유 세척과 민박집 두 채의 난방에 쓴다. 지난 5월 케터러 씨 집을 방문했을 때 인근 숲에서 잘라온 나무를 목재파쇄기로 잘라 우드칩 저장고에 넣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케터러 씨가 사용하는 우드칩은 연간 20톤가량 된다. 케터러 씨는 기름을 쓸 필요가 전혀 없다고 했다.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도 우드칩 보일러는 계속 돌아갔다.

목축업자인 케터러 씨는 우유 세척과 민박집에 쓸 난방열을 우드칩 보일러를 때 얻는다. 1년에 20톤의 우드칩을 태워 쓰는 이 보일러는 20년이 지났지만 큰 고장 없이 지금도 잘 돌아간다.
목축업자인 케터러 씨는 우유 세척과 민박집에 쓸 난방열을 우드칩 보일러를 때 얻는다. 1년에 20톤의 우드칩을 태워 쓰는 이 보일러는 20년이 지났지만 큰 고장 없이 지금도 잘 돌아간다.

열병합발전 배관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는 케터러 씨처럼 대부분 우드칩 보일러로 난방을 해결한다. 장작 보일러를 때는 곳도 25퍼센트가량 된다. 가정용 나무 보일러의 굴뚝은 청소업체가 해마다 청소하도록 법제화했다. 점검 결과 배기가스가 기준치 이상 배출되면 딱지를 떼고 이듬해에도 시정이 안 되면 보일러를 철거한다. 스위스는 새 나무 보일러에 대해 전기집진기 설치를 의무화했다. 우드칩과 장작 보일러를 뺀 나머지 5퍼센트는 펠릿 보일러를 쓰는데 연소효율이 90퍼센트 이상 높아 펠릿 2킬로그램으로 등유 1리터 분의 열량을 얻을 수 있다. 펠릿이 다 탄 뒤 나오는 재도 0.5퍼센트 밖에 안 된다.

상트페터 옆 상트메르겐 마을은 2014년부터 목재 펠릿 열병합발전으로 난방을 해결했다. 상트메르겐에 있는 히르센 호텔은 예전에 쓰던 등유 보일러를 사용하지 않는다. 마을 열병합발전소에서 공급한 열을 열교환기를 통해 들여와 호텔 난방에 쓰고 있다. 더 이상 보일러를 관리할 일도, 굴뚝을 청소할 필요도 없어졌다. 헬무트 지배인은 “외국에서 기름을 들여오지 않고 지역 검은숲에서 나는 나무로 에너지를 해결한다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이냐”며 “나무는 계속 자라는 에너지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상트메르겐 마을 히르센 호텔은 2014년부터 등유 보일러를 쓰지 않고 마을 열병합발전소에서 공급하는 열로 호텔 난방을 해결하고 있다. 헬무트 지배인은 “지역의 숲에서 나오는 나무로 에너지를 쓴다는 건 멋진 일”이라며 “나무는 계속 자라는 에너지”라고 말했다.
상트메르겐 마을 히르센 호텔은 2014년부터 등유 보일러를 쓰지 않고 마을 열병합발전소에서 공급하는 열로 호텔 난방을 해결하고 있다. 헬무트 지배인은 “지역의 숲에서 나오는 나무로 에너지를 쓴다는 건 멋진 일”이라며 “나무는 계속 자라는 에너지”라고 말했다.

티티제 마을 호프굿슈테르넨 호텔은 자체 열병합발전기로 호텔에서 쓰는 전기와 난방을 대부분 감당한다. 모자라는 전력은 태양광과 소수력으로 충당한다. 폐열 일부는 발전소 밖으로 빼내 트럭 적재함 안에 쌓아둔 장작과 우드칩을 말리는 데 쓴다. 

미이용목재 425만입방미터 추정
산림바이오매스 활용 길 열려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와 숲에서 나는 나무로 전기와 난방열을 생산하는 바이오에너지 마을은 한국에서 가능할까. 산림청에 따르면 2016년 국내 산림 벌채량은 767만입방미터고 이 중 목재로 이용되는 건 67.1퍼센트인 515만입방미터다. 32.9퍼센트인 252만입방미터가 목재로 쓰이지 않고 버려진다. 목재로 사용되는 벌채목에서 나온 잔가지 등을 합치면 미이용목재는 425만입방미터로 늘어난다. 이 부산물들을 산에 방치하거나 버리지 말고 산림바이오매스로 활용해 마을 단위 열병합발전이나 난방열 집단 공급에 쓸 수 있다. 정부도 지난 1월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 이용에 관한 고시를 발표해 제도화에 나섰다.


이승재 대표는 “산림바이오매스를 이용한 에너지 자립마을 만들기는 산지가 63퍼센트인 우리 국토의 현실에서 가장 잠재력이 풍부한 재생에너지 사업”이라며 “지역에서 연료를 조달하고 지역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면 지역의 부가가치가 마을에 머물게 되고 지역의 일자리를 유지할 뿐 아니라 친환경 생태마을이라는 마을가치도 얻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통역=이승재 나무와에너지 대표
도움=이강오 전 서울어린이대공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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