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스무 살’을 만나다
‘도시의 스무 살’을 만나다
  • 이채훈 기자
  • 승인 2018.07.11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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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하나, 도시가 철이 들 때’를 시작하며

“결론부터 말하면 스무 살 때 핵심 현안을 잘 풀어낸 도시는 현재 잘 나가고 있고 그렇지 못한 도시는 서서히 그 힘을 잃어가고 있다.”

울산광역시보다 앞서 광역시 혹은 직할시로 승격된 대도시에는 지금의 울산과 같은 도시문제가 없었을까. 부산의 도로는 지금도 타 지역 운전자들에게 악명이 높다. 지금도 부산은 대중교통 정책에 높은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대전 사람들은 대전이 조용해서 살기 좋지만 재미없는 도시라는 데에 크게 이의를 달지 않는다. 그래서 대전은 청년층을 붙잡고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는 정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주택 노후화 문제로 더 살기 좋은 곳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 산업의 흥망에 따라 일자리를 잃어버리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 환경오염이나 자연재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사람들까지, 대도시는 청년기에 이런 ‘성장통’을 겪고 난 다음에 더욱 도약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끝없는 고난과 위축을 길을 걷게 되고는 한다. 광역시 20년차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문제에 슬기롭게 대처하느냐 대처하지 않느냐가 그 후의 도시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이다. 원인을 알아야 처방을 할 수 있듯, 이 때 도시의 자기 객관화가 참 중요하다.

사실 울산 밖에서 보면 혁신도시 신세계 부지를 둘러싼 논란이 언뜻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다. 한쪽에서는 백화점 아니면 안 된다, 또 다른 쪽에서는 지역 상권 발목 잡는 스타필드 반대한다고 외치지만 중구 혁신도시 부지에 백화점이나 스타필드나 가당키나 한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깊이 있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더군다나 같은 자치구에서 같은 계열사 할인점도 장사가 안 돼 허물고 임대 오피스텔 아파트를 짓고 나간 업체에게 백화점이나 복합 쇼핑몰을 요구하는 상황도 납득이 가지는 않는다. 지역의 생산을 소비로 빨아들이는 유통공룡 대기업의 정책 변화에 지자체가 목을 매는 상황은 더더욱 우려스럽다.

우리는 지금껏 고민해왔던 울산의 위기와 그 대책에 대해 조금 다르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울산의 인구 감소를 단순히 경제의 위기 때문만으로 설명할 수 있냐는 것이다. 사실 광역시 중에 현재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곳은 울산뿐만이 아니다.

울산으로부터 현대로보틱스를 빼앗았다고 하는 대구 역시 최근 들어 감소세가 완만해졌을 뿐 계속해서 인구가 줄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특히 대전광역시는 중산층을 중심으로 세종시로 터전을 옮기는 인구가 급증하면서 원도심이 눈에 띠게 텅 비고 있다. 학년당 학급수가 한두 개에 불과한 미니 초등학교도 늘고 있다. 울산보다 더 심한 인구 감소세에도 시정부에서 뾰족한 대책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특.광역시 중에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곳은 수도권 팽창 현상이 계속 되고 있는 인천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빈말은 아닌 셈이다. 역설적으로 인천은 서울에서 더 이상 살기 힘든 사람들이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팽창하고 있는 지역 중 하나다.

문제는 정주여건이다. 인구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대도시의 특징은 주변에 집값이 저렴하고 기존 도시에 비해 주민들이 쾌적하다고 느낄 만한 대안 택지들이 많다는 것이다. ‘사실상 대구’라는 경북 경산시는 말할 것도 없고 대전 원도심과 세종시의 정주여건은 비교를 불허한다. 천만 인구가 무너진 서울이야말로 그 대표적인 경우다.

서병수 전 시장 역시 지난 선거 방송토론회에서 부산의 인구 감소세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지 않느냐는 물음에 대해 “인구의 감소라기보다는 김해나 양산권으로 인구가 옮겨간 것이기에 결국 부산의 영역 확장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경남 양산 물금신도시에 속속 신규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물금보다 같은 평형대 아파트 매매가가 약 1억 원 정도 비싼 북구 화명신도시의 인구가 상대적으로 빠져나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 부동산 관계자들은 물금 인구의 30퍼센트 안팎은 부산 화명에서 넘어온 인구로 추정하고 있다. 부산 역시도 최근에는 인구 감소세가 마침표를 찍었다고는 하나 이는 서부산권 개발을 통해 명지국제신도시 등 여러 신규 택지지구 아파트에 입주가 완료됐기 때문이다.

최근 송철호 시장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도 경제만큼이나 울산의 정주여건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주거보다는 산업에 초점이 맞춰진 울산의 정주여건을 점검하고 고민해야 할 때인 것이다. 그렇다면 정주여건은 또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사실 정주여건과 일자리, 경제문제 또한 서로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어느 한 가지가 문제라고 단언하기도 어렵다.  인구 증가를 통한 시세의 확장을 기대하려면 주거면에서 기본적으로 쾌적하고 살기가 좋아야 하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당연히 일자리가 많아야 하고 먹고 살거리도 있어야 한다. 우리는 울산보다 앞서 거의 똑같은 도시문제를 겪은 5대 광역시의 사례에서 울산이 겪고 있는 성장통의 원인과 해답을 찾아보기로 했다.

대도시 중심의 도시 현대사를 짚어보면 해답은 쉽게 나온다. 대도시도 사람과 비슷해서 직할시 또는 광역시 승격 20년차를 맞이할 즈음에 도시의 팽창과 그 한계가 좀 더 분명해지는 시기를 겪게 된다. 그 시점에서 사람들은 도시가 정점을 찍었다고 할 수도 있고 성숙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할 수 있지만 생각하기 나름이다. 더 이상 성장이 만무하다고 생각하면 정점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더 크게 자라고 더 뿌리가 깊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지금은 성숙의 계기요 축복이라고 할 수 있다.

어쨌든 이 도시에 발을 붙이고 있는 사람들은 계속 살아가야 한다. 살아야 한다. 기본적인 도시문제와 함께 도시의 미래를 위해 해당도시에 던져진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스무 살 전후로 나타나는 이 도시 성년기의 문제를 잘 해결해야 도시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스무 살 때 핵심 현안을 잘 풀어낸 도시는 현재 잘 나가고 있고 그렇지 못한 도시는 서서히 그 힘을 잃어가고 있다. 이번 기획취재에서는 울산을 제외한 전국 5대 광역시의 그 구체적 사례와 이에 대한 대처, 그로 인한 결과를 다각도로 짚어보고 당시 그 시절 도시와 생사고락을 함께한 시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것이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을 부탁한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이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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