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가족여행(23)
소설 가족여행(23)
  • 노칠환
  • 승인 2018.07.11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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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환노의 울산 이바구

택시에서 내린 곳은 협재해수욕장이었다. 해안도로 옆으로 서있는 2층 건물에 ‘,(콤마) 쉼표’라는 카페로 들어갔다. 카페에는 사람들이 자리를 다 차지하고 있어 앉을만한 테이블이 없었다. 출입문 왼쪽 해수욕장 모래밭과 바다가 보이는 유리창 앞에 있는 간이 탁자에 의자 하나가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카운터로 가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하고 화장실로 가는데 전화가 온다. 동생이었다.


“내릿는교?”
“그래, 내리가 협재해수욕장이다.”


“와, 사진 안 보내는교?”
“인자 막 들어와가 커피 시켜놓고 화장실 가는 중이다.” 동생이 아니라, 형처럼 명령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마음 써주는 것이 고맙기도 했다. “바로 보내꾸마, 명함 찍어 보내는 기 좋겠제?”

좋은 제안이라 생각하며 알랑방구로 말했지만, 동생은 무 자르듯 대답했다.


“당연하지...” 골이 단단히 난 것이었다.
“알았다.” 화를 내야 할 사람은 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심각한 상황에 벗어나 마음이 홀가분한 상태여서 시비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바다 풍경이, 내가 지금껏 보아온 바다와는 어딘가 다르다. 겨울바다라서 그런가? 아닌 것 같다. 어디선가 본 듯한 풍경임에도 꼬집어서 어디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서해의 해수욕장을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인천 앞바다 물 빠진 갯벌을 닮은 것 같기도 하다. 물이 빠진 해변의 모양은 서해를 닮고, 맑은 물빛은 동해를 닮았다. 바닷물이 빠진 모래해변 사이사이로 강물처럼 바닷물이 흐르고 있는 것 같았다. 먼 듯 가까운 듯 작은 산이 물 빠진 모래해변 뒤의 푸른 바다에 잠겨 있고... 사람들은 춥지도 않은지 바람 부는 모래 해변에서 장난을 치면서 놀고 사진을 찍느라 분주했다.


동생에게 카페 명함을 전송하고 생각을 해본다. ‘어디서 잘못된 것일까? 동생의 말대로 내가 속은 것일까? 전화기 카톡 내용을 확인한 아들도 카톡에 찍힌 곳과 동일한 장소라고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분명히 제수씨의 카톡으로 날아온 주소를 찾아 갔는데...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기억을 되새겨 봐도 도대체 어떻게 된 사정인지 알 수가 없었다. 시계를 보니 다섯 시가 다 되어 간다. 한라산에서 찍은 사진을 보고 있는데 “카톡카톡, 아버님 많이 춥지요?”라는 문자와 함께 머리에 끈을 묶은 승용차 그림이 땀을 흘리며 열심히 달려오는 이모티콘이 떴다. “카페에 앉아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편안하게 앉아 있다.^^”라는 문자를 카톡으로 보냈다. 아내와 아들이 오고 있는 것이었다. ‘오기로 한 사람은 동생인데’라는 생각을 하면서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제수씨에게 카톡을 했다. “오고있는교?” 곧바로 동생 전화가 왔다. “형님, 형수가 갈 겁니다.” “와, 니가 온다 케놓고?” “우리는 한 시간 반 걸리고, 형수는 한 시간 거리라가 그래 됬심더... 그래 아소.” “글나?” 전화가 끊어졌다.


아내와 아들이 오고 있다. 여유롭던 마음이 갑자기 바빠지면서 혼란스러워졌다. 동생이 오면 제수씨에게 이유를 따져보려 하고 있었다. 카톡을 보낸 사람이 제수씨기 때문에 어디서 오해가 생겼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아내가 오면... 이유를 알기도 전에 곤란에 빠지고 말 것이었다.
비교적 여유롭던 시간이 혼란스럽게 지나고 아내와 아들이 도착할 시간이 되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배낭을 챙기고 있는데, 쏴~아 하는 차가운 기운과 함께 아내가 출입문을 열고 들어섰다.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서서 아내를 쳐다보았다. 아내는 나를 본 척도 하지 않고 카페 안으로 휭하니 들어가 버렸다. 화가 단단히 난 모습이었다.


화장실로 들어가는 아내의 뒷모습을 확인한 나는 배낭을 들고 카페 밖으로 나와서 아들의 차를 찾았다. 차들이 혼잡하게 엉켜있어서 주차장과 도로의 구분이 안 됐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비상 깜박이를 켜고 서 있는 아들의 흰색 차를 발견하고 다가가니 조수석에 앉은 ㅇ슬이가 창문을 열면서 인사를 했다. “아버님 추운데 고생 많으셨지요?” “아니다, 내 때문에 느그들이 고생을 했구나.” 미안한 마음에 아이들에게 사과를 하면서 ㅇ슬이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아이구! 머리가 뜨끈뜨끈 하구나, 열을 억수로 받았네... 참아내는 능력이 인격이다. 참아래이”라고 농담을 하면서 아이들의 눈을 바라보니 눈빛이 혼란스럽고 슬퍼보였다. ‘무슨 일이 단단히 벌어졌구나’라고 속으로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아내가 오더니 “안 타고 머하는교?”하면서 차문을 연다. “타야지, 먼저 타라.”
차는 서있던 반대방향으로 돌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차안의 분위기가 무겁다 못해 질식할 것 같았다.


“내 잘못 아이다, 나는 제수씨가 보내준 데로 갔데이. 자 봐라, 이거...” 아내에게 휴대폰을 내밀면서 말했다.
“그기 문제가 아임더 절마가 말을 안 들어가... 새끼라고, 즉아부지가 춥은데서 떨고 있는데... 택시타고 오라고 고집 피우고... 아이고, 자식 아무 소용없심더.” 아내는 휴대폰과 내 말에는 관심이 없고, 준비된 말을 뱉어내고 있었다.


“어머니, 그런 것이 아니잖아요? 논리적으로 어머니가 고집을 피운 거잖아요.” 아들도 지지 않으려는 듯이 아내에게 말했다.
“그래가 내가 택시타고 온다는데... 와 안 내라주노? 그라면 니하고 싸울 일도 없잖아.”


“우리가 택시 탄다고 하니까, 어머니가 운전을 안 하신다 했잖아요. ㅇ슬이도 들었어요.” 나를 데리러 오면서 다툼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가마이 있어봐라, 조용히 해라카이.” 아들과 아내의 말다툼을 말리며 물었다. “ㅇ주이가 델로 온다 켔는데, 이기 우찌된 일이고?” 나는 동생이 오기로 했는데 어떻게 해서 아내와 아들이 오게 됐는지 물었다.


“우찌된 일이 먼교? 당신은 와 그래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는교. 엉뚱한데 가가 말임더... 우리를 말라 죽일라고 작정하고 여행을 온기 아이라면 이럴 수는 없심더...” 아내는 내가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고,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은 목소리로 원망을 했다.


“이야! 미치겠네, 제수씨가 보내준대로 갔다 안카나? 내 머리가 그마이 좋나? 그리 말라 죽일만큼... 정신 차리라, 내가 그란 거 아이다.” 내가 큰소리를 치며 목소리를 높이자 아내는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


“"처음에는 지가 간다 하디마넌, 우리가 가깝다고 우리보고 가라 카데요. 형수 남편이라 카면서요.”


“일마가... 와?... 이기 무슨 말이고? ㅇ인아 차근차근 말해봐라.” 아내는 아들 때문에 받은 화를 나한테 풀다가 여의치 않자 동생 잘못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들은 아들대로 엄마의 고집 때문이라며 화가 나 있었지만, 울음이 터지기 직전인 아내의 얼굴이 보기 싫어 아들에게 물었다.


“아버지가 보낸 카톡 주소는 거기 맞아요. 그런데... 우린 맥주체험장을 바로 찾아 갔잖아요?” 아들도 잘못된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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