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할매국시 "나이 같은 건 물어보지 마시길”
울산할매국시 "나이 같은 건 물어보지 마시길”
  • 이동고 기자
  • 승인 2018.07.11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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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방네 사람들
어르신들 얼굴 사진을 하도 피하길래 겨우 뒷모습 사진 하나를 찍었다. 나이도 잊은 시니어클럽 분들.
어르신들 얼굴 사진을 하도 피하길래 겨우 뒷모습 사진 하나를 찍었다. 나이도 잊은 시니어클럽 분들 @이동고

 

중구 태화동 불고기단지 길 건너 ‘울산할매국시’라는 가게가 있다. 지나다니면서 간단하게 국시나 한 그릇 먹을까 하고 간혹 쳐다볼 때마다 가게문은 닫힌 듯했다. ‘시니어클럽 분들이 아무래도 장사가 안 돼 문을 닫은 모양이다’고 생각했다. 가게는 1층이고, 2층은 중구 시니어클럽 사무실이 있다.


가게가 열린 것 같아 문을 열고 들어서니 카운트를 보던 어르신이 배달을 가는지 큰 양푼이를 들고 나가신다. 뭘 물어볼 틈이 없다. 주방 안에는 어르신이 두 분 있다. 취재할 양으로 가게 홍보도 되느니 어쩌니 이야기를 붙여도 큰 관심은 없다. 오전 10시에 문 열어 하루 네 시간 정도로, 점심만 하고 집으로 바로 간단다. 시급 7530원, 나오는 노인연금도 있으니 용돈벌이는 된다고. 장을 따로 보지 않고, 음식재료는 다 갖다 주니 크게 힘든 것은 없다고 했다.
금세 배달나간 어르신이 들어와 식탁에 놓인 빈 그릇을 개수대 입구에 옮겨 놓는다.


“제일 바쁠 때 왔나 봅니다. 다음 시간 될 때 다시 올게요.”
“온 김에 잔치국수나 한 그릇 하고 가.”


“아녜요 점심은 방금 먹었어요.”
이제 카운터에 있는 어른께 이것저것 물어본다.


“연세가 어찌 되세요?”
“그런 걸 꼭 알아야 됩니까?”


“아니 연세 있는 분 같은데 카운터에서 계산도 잘 하시고 하니 연세가 궁금해서요. 저희 어머니가 여든셋이시거든요.” (조심스럽게)“건강해 보이시는데 한 60대 말 정도요?”


“60대 말?” 어르신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흐른다.
“내가 카드 끊고, 가격 메뉴에 체크하고 음식값 계산해서 받고, 음식그릇 개수대 입구에 갖다 주고 간혹 배달도 다 나가.” 단순히 카운터만 보는 것이 아니라고 힘주어 말한다.


가게를 나온 지가 7년이 되었단다.
“이 시니어클럽 가게 일하기 전에는 무엇하셨어요?”


“집에 손자 키우고 딸네 살림 살아주고 나오니까, 너무 적적하고 외로워서 일하겠다고 시니어클럽을 찾았는데 사무실에서 내일부터 국시집에 일하러 나오라 하더라고.”


가까운 곳은 배달도 해준다. 잔치국수 값이 3000원으로 가격 덧칠이 되어 있다. 4000원으로 하니 조금 비싸다 싶어 사무실에 가격을 내리자고 건의했다고 한다. 지금은 부담 없으니 많이 찾는다고 했다. 날이 더워지니 콩국수하고 잔치국수도 인기가 있고 좀 뜨겁지만 들깨칼국수도 많이 찾는다고 했다. 가게 홍보 차원에서 사진 한 장 찍자고 하니 손사래를 친다.


“못난 것을 뭐... 굳이 사진까지 찍을 필요가 있나 뭐.” 
순간적으로 모르게 뒷모습을 찍었다.


“이런 사진은 나가 되겠죠?”하며 화면을 보여 드리니 “아이고 봐라, 뒷모습을 찍었다 아이가.
어디 자세히 보자.”하면서 금세 관심을 보인다. 그래도 앞모습은 안 된다며 겨우 얻은 사진이다.
“누가 제일 왕언니세요?”하고 물으니 세 분이 눈치를 보더니 “서로 동갑이야 동갑!” 이구동성이다. 시니어클럽에서는 나이를 묻는 것은 불문율인 모양이다. 결국 연세를 알아내지 못했다. 


주방에 있던 어르신도 금세 나와서 대화를 거든다. “그래도 가게 나오니까 좋아요.”
사무실에서 간혹 행사로 야유회도 간다고 했다. 


“이제 이력이 나서 배달도 잘 하고 이것저것 일 잘해. 점심만 하고 두 시에 제일 더울 때 문 닫고 나가니 그게 좀 안 좋아. 한 다섯 시 정도까지 하면 단골도 생기겠는데 여는 시간이 짧으니 손님이 불지는 않아. 두시 이후는 문 닫아야 해. 그렇게 되어 있나 봐.”    


‘일하는 100세, 아름다운 실버-중구시니어클럽’ 가게 벽 한 면에 활동사진이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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