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의 쉼표, 길거리 다방
잠깐의 쉼표, 길거리 다방
  • 이동고 기자
  • 승인 2018.07.18 1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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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방네사람들
취재를 편하지 않게 여겨 그냥 뒷모습을 담았다. 주인 얼굴이 궁금한 분은 한 번 방문해보시라. 기분이 좋아지는 쉼터다.
취재를 편하지 않게 여겨 그냥 뒷모습을 담았다. 주인 얼굴이 궁금한 분은 한 번 방문해보시라. 기분이 좋아지는 쉼터다. @이동고

 

오랜만에 길거리 다방을 들려 시원한 냉커피 한 잔을 시킨다.
마치 부정형 삼각형처럼 생긴 한 세 평 정도의 터가 길거리 다방 전체 공간이다.


바깥에 의자 세 개, 안에는 한 다섯 명 정도 앉을 자리는 있는데, 주인은 딱 한 분뿐인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주 쾌활하고 친절이 몸에 배인 주인아주머니다.
주인은 능숙한 솜씨로 믹스커피를 타고 파쇄한 얼음 잔뜩 넣어 내게 내민다.


“요즘 매상이 어떠세요?”
“형편없어요.” 날씨가 더워지는 것도 있지만 단골 노인분들이 많이 줄었단다. “어려워지니 아예 나오시질 않는 거지요.”
이곳은 중앙시장 곰장어 골목으로 들어가는 샛길. 다방 안이 다 차면 길가에도 편하게 앉아 그냥 한잔 들이키고 간다. 일상이 바쁜 사람들이 누리는 잠깐의 쉼표. 이름 그대로 길거리 다방이다. 점심을 누가 내면 커피는 사게 해도 부담이 없는 것이 길거리다방이 가진 매력이다.


원래는 중앙시장 입구 자리에서 한 7년 하다가 이 자리로 옮겨와서 3년째 하고 있는데 다행이라고 했다. 그래도 장사하며 신뢰를 잃지 않은 덕분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손님이 한 분 더 들어온다. 50대 줄은 더 넘어 보이는 아저씨. 별 말이 없다. 
조금 더 있으니 오른 쪽 다리에 검은 압박벨트를 찬 아저씨가 바깥에 서 있다.


“오래만이쟈?”
“아이고 그럴 줄 알았다. 일주일에 한 번은 오던 사람이 한두 달을 안 오더니... 무슨 일 생긴 줄 알았다.”
“무릎이 아파서 한두 달 병원 다니느라 못 왔지.”


“너무 무리를 했나 보네. 무리를...”
냉커피를 들고 다리를 쩔뚝거리며 얼굴 불그스레한 아저씨가 안에 앉는다.
60세는 족히 될 법한 한 분이 금세 내가 앉은 바깥쪽으로 앉는다.


그 분이 묻는다. “그래 어느 현장에서 다쳤나?”
“아니, 전에 우박 쏟아지는 날 미장 마치고 나왔는데, 우박이 면을 다 쳤다고 와서 손 봐달라는 거야. 모래가루 뿌려가면서 다 마감하고 일어서려는데 일어나지지가 않는 거야. 정신없이 한 세 시간 작업했나 봐.”
나이든 아저씨가 거든다. “욕 많이 봤겠구먼.”


“무릎에 통증이 계속 오길래 병원에 갔더니 안에 염증 생기면 안 된다고 한 두 시간마다 체크를 하더라고. 쉽게 안 낫더라고. 그래도 그냥 앉아 있을 수 있나? 이리 저리 현장 둘러봐야지.”


주인이 수긍한다. “그래 현장에는 얼굴 안보이면 금세 다른 사람 쓴다 아이가.” 
또 다른 물음. “요즘 현장은 몇 개 하는데?”


“한 여섯 개 정도 하는데, 사방 흩어져 있어서 돌아다니기 힘들어. 전에 공장 바닥 칠 때는 간단했는데 건축 기초는 간단하지가 않아. 젊은 사람들은 바닥기초 같은 일은 안 하려 하지. 퇴직하고 나온 나이든 사람은 그만큼 일 못해도 품값은 쳐달라고 하지. 까닥 잘못하면 내 품값 날아가지만 어디 일하는 사람들 한 달에 열다섯 대가리에서 스무 대가리가 어디 쉬워?”
“요즘 인부들은 말 잘 듣나?”


“어디 인부들에게 바로 이야기할 수 있나? 튀기 쉬워서 그냥 반장한테 얘기하는 정도지 뭐. 그래도 되든 안 되든 내 밑에 있는 사람들 일감 안 떨어지게 연결해줘야지. 지금은 남고 안 남고가 중요하지 않아. 그러다가 일 생기면 내 인건비 깨지는 거고.”
마차, 오미자차, 생강차, 울무차... 없는 것이 없지만 지금 인기는 단연 아이스커피. 
한 잔에 천원. 전에는 배달도 많았는데 지금은 뚝 떨어졌단다.


주인 왈 “그래도 이 장사는 신뢰야.” 
“그 신뢰가 뭔데요?”
“한 사람도 차별 없이 잘해 주는 것, 그것이 신뢰야. 아침마다 출근할 때 여러 애인들 만나러 나오는 기분이지. 모두 같은 애인인데 이 사람 저 사람 차별두면 되겠어? 똑 같이 대해야지.”


“기사 나갈 거니 주인 아주머니 이름이라도 알아야죠.”하고 물었더니
“내 이름이 목숨 ‘수’에 바를 ‘정’자야. 김수정. 태어난 지 3.7일 만에 거의 죽다가 살아났어. 그래서 목숨 수(壽)자가 들어갔고, 바를 정(正)자도 들어갔는데, 내가 남 속이고 살 수가 있겠어? 똑바로 살아야지.” 김수정, 김수정. 길거리 다방 아주머니 김수정!     
 

이동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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