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속 덩어리’ 고래고기 시중판매 이대로 괜찮나
‘중금속 덩어리’ 고래고기 시중판매 이대로 괜찮나
  • 이종호 기자
  • 승인 2018.08.08 1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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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은, 납 기준치 10배...관리체계 ‘구멍’
상괭이.돌고래, 밍크고래 둔갑 유통 의혹
동물권단체 “밍크고래를 보호대상해양동물로”
울산고래축제 기간에 울산환경운동연합이 중금속 오염을 측정하기 위해 울산농수산물시장에서 구입한 고래고기. ⓒ이동고 기자
울산고래축제 기간에 울산환경운동연합이 중금속 오염을 측정하기 위해 울산농수산물시장에서 구입한 고래고기. ⓒ이동고 기자
울산고래축제 기간에 울산환경운동연합이 중금속 오염을 측정하기 위해 울산농수산물시장에서 구입한 고래고기. ⓒ이동고 기자

울산과 부산, 포항의 어시장과 식당에서 팔리는 밍크고래 고기가 절반 가까이 중금속 오염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환경보호단체 시셰퍼드 코리아(Sea Shepherd Korea)는 지난 7월 울산, 부산, 포항의 고래고기 전문 식당과 어시장 등에서 밍크고래로 시판되는 고래고기 샘플을 무작위로 구입해 순천향대학교 환경보건학과 산업보건연구실에 검사를 외뢰했다. 검사 결과 분석 대상의 약 46%가 중금속 오염 기준치를 초과했다. 이 중에는 수은과 납이 기준치의 열 배가 넘은 고래고기도 있었다.

13개 업소에서 구입한 샘플은 지방층과 살코기 부위 21개 시료로 나눠 정밀 분석됐다. 실험 결과 모든 시료에서 수은, 납, 카드뮴 등 중금속이 검출됐다. 이 중에서 한국식품의약안전처의 일반어류 오염 기준치를 초과한 샘플은 6개로 전체 샘플의 46%가 중금속에 오염된 것으로 조사됐다. 오염 빈도는 수은, 납, 카드뮴 순서로 높았다. 오염 부위는 살코기 부분이 지방층 부위보다 다소 많았다.

일부 고래고기 샘플은 수은 오염도가 킬로그램당 5.8mg으로 허용 기준치(0.5 mg/kg)보다 열 배 더 많았다. 시셰퍼드 코리아는 “이 농도의 의미는 체중 60킬로그램인 성인이 100그램만 먹어도, 일주일 섭취 허용량, 즉 잠정주간섭취허용량(PTWI, Provisional Tolerable Weekly Intake)을 초과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수은은 중추신경계와 신장 기능에 장애를 유발하거나 생식독성을 일으키는 중금속이고 공해병인 일본 미나마타병의 원인이 된 유해물질이다.

납도 3개 시료에서 허용기준치를 초과했다. 기준치(0.5 mg/kg)의 열 배를 초과하는 샘플(5.3mg/kg)도 있었다. 시셰퍼드 코리아는 “납 허용치는 수은과 동일하지만 독성연구가 발달하면서 납의 경우는 주간섭취허용량을 아예 적용하지 않는다”며 “독성 기준으로 보면 사실상 아예 먹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하고, 관리기준으로도 가능한 0에 가깝게 통제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한 시료에서는 수은과 카드뮴 둘 다 기준치를 훨씬 넘기도 했다. 시셰퍼드 코리아는 “중금속이 심하게 오염된 고래고기를 섭취하는 일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이렇게 오염된 고기들이 아무런 관리체계 없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 것은 건강상의 위험부담을 크게 증가시킨다”고 경고했다.

시셰퍼드 코리아는 보호종인 상괭이와 중금속 오염도가 더 높은 돌고래류가 밍크고래로 둔갑해 유통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밍크고래는 주로 크릴과 새우를 먹기 때문에 멸치와 오징어 따위를 먹이로 하는 먹이사슬 최상위 포식자인 돌고래보다 중금속 오염 축적도가 낮은 편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높은 수치가 나오는 것은 당국의 감시가 부재한 유통망의 틈을 이용해 상괭이나 돌고래류를 밍크고래로 둔갑 유통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것. 시셰퍼드 코리아는 DNA 검사를 통한 종 판별 검사를 추가로 의뢰할 예정이다. 보호대상해양생물인 남방큰돌고래나 상괭이를 유통 및 판매하거나 이식.가공.유통 또는 보관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가 지난 2012년 울산, 부산, 포항 6개 판매점에서 26개 고래고기 시료를 구입해 서울대 수의과대학 야생동물유전자은행에 의뢰해 DNA를 분석한 결과 상괭이가 8개체(42.1%), 짧은부리참돌고래가 7개체(36.8%), 밍크고래는 4개체(21.1%)였다. 

시셰퍼드 코리아, 생명다양성재단, 동물을위한행동, 울산녹색당, 핫핑크돌고래,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은 지난 6일 보도자료를 내고 중금속 오염 실태에 관한 포괄적인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오염도 기준치를 넘는 해당 업소는 경고 조치나 빈도에 따라 영업정지 조치를 취하라고 울산남구청에 요구했다.

해양수산부에는 고래고기의 유통을 합법화하는 현 고래고시를 조속히 개정하고, 지난해 지정된 상괭이처럼 밍크고래를 보호대상해양동물로 지정하라고 촉구했다. 고래고기 불법 유통에 대한 지속적 감시와 단속, 고래고기에 대한 정기적인 중금속 검사를 실시할 것도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중금속 검사 결과와 중금속에 오염된 고래고기를 판매한 업소 명단을 공개해 시민의 건강을 지키고 알 권리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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