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언론 바로잡기, 시민사회와 공무원노조, 시의회 함께 나서야
지역언론 바로잡기, 시민사회와 공무원노조, 시의회 함께 나서야
  • 이종호 기자
  • 승인 2018.08.08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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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언론, 올바른 관계 정립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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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7일 울산시의회 다목적회의실에서 울산언론소비자주권행동과 울산시민연대가 공동주최한 지역언론 토론회가 열렸다.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언론의 관계 정립을 다룬 토론회는 울산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동고 기자
7월 27일 울산시의회 다목적회의실에서 울산언론소비자주권행동과 울산시민연대가 공동주최한 지역언론 토론회가 열렸다.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언론의 관계 정립을 다룬 토론회는 울산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동고 기자

지난 27일 오후 2시 울산시의회 4층 다목적회의실에서 울산언론소비자주권행동과 울산시민연대가 함께 주최한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언론, 올바른 관계 정립을 위하여’ 토론회가 열렸다. 지역언론과 지자체의 관계를 주제로 다룬 토론은 울산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울산시의 지역언론 지원 예산 현황’을 분석해 발표한 김지훈 울산시민연대 시민감시팀장은 “말하기 쉽지 않은 과제를 꺼냈다”며 지역행정과 언론 간 문제가 지역에서 처음 공론화됐다는 점에 이번 토론의 의미를 부여했다.

“지역언론에 김기현 전 시장 비판 기사 한 번이라도 나간 적 있나?”

서명준 언론소비자주권행동 공동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 첫 발제자로 나선 김지훈 팀장은 “지역언론의 최대 광고주로 부상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홍보비 뿐 아니라 언론사 주관 축제.행사 같은 부가사업을 매개로 언론에 대한 관리와 통제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울산의 축제.행사는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1995년 7개에서 2012년 62개로 늘었다. 이 가운데 언론사가 시행하는 축제.행사는 35개고, 지방선거 직전 해에 두드러지게 증가했다. 김지훈 팀장은 “축제.행사를 지역의 문화 콘텐츠, 공공 마케팅 전략으로 삼기보다는 단체장 자신의 정치적 입지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열악한 재정 문제를 극복하려는 언론사의 이해와 이를 매개로 언론사와 우호적 관계를 형성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단체장과의 결합 속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단체장과 기자들의 오만찬 비용도 문제다. 2009년 울산시와 5개 구.군 예산을 분석한 결과 울주군이 2578만원, 남구가 2454만원을 기자들과 오만찬 비용으로 썼다. 울산시 예산 1445만원보다 많았다. 김지훈 팀장은 “상식을 넘는 접대비용은 사실상 지방자치단체가 언론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런 부적절한 관계 형성은 봐주기 기사, 홍보성 기사, 대가성 기사의 증가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고, 건강한 지역언론을 만드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해 울산시는 2018년 언론사가 주최.주관하는 행사에 54억9400만원을 편성했다. 2017년 당초예산 대비 6억7300만원(13.96%)을 증액 편성한 것이다. 김지훈 팀장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언론사가 주관.주최하는 신규 행사.축제는 확인된 것만 4개, 의심되는 것도 특정 부서에만 몇 개고, 예산이 증가한 것은 확인된 것만 15개에 달한다”며 “지방선거에 유리한 언론환경을 조성하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보관실 예산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울산시 공보관실 예산은 71억4400만원으로 김기현 전 시장이 취임한 2014년 대비 68% 증가했다. 이 증가율은 전국 광역시 가운데 가장 높다. 김 팀장은 “각 부서에서 집행하는 언론지원 예산에다, 대언론 창구인 공보관실의 예산 증가는 여론왜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지역언론에 김기현 전 시장 비판기사가 한 번이라도 나간 적이 있는지 울산시민들에게 묻고 싶다”고 했다.

김지훈 팀장은 “실제 과거를 돌이켜 보면 특정 단체장에 대해 눈을 의심케 하는 찬양 일변도의 칼럼이 버젓이 실린 적도 있다”면서 “최근 신임 울산시장 인수위에서 축제.행사 통합.축소와 특정 언론사 주관 행사의 취소를 공공연히 밝힌 후 지역언론의 평소보다 조금 과하다 싶은 일부 기사는 이런 배경에서 나온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매체 함께 만들어나가야

이인호 전국공무원노조 울산본부 사무처장은 ‘공직사회와 지역언론의 올바른 관계’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 사무처장은 각 구.군에서 전날 티브이 뉴스나 신문을 스크랩해서 내부 게시판에 띄우는데 그렇게 스크랩된 내용 중에 시정을 비판하거나 개선을 요구한 내용은 10%도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2017년 11월 23일 울산시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 5급 승진후보자 명부를 부당작성해 징계를 요구한 내용이 인터넷에 공개됐는데 다음날 신문 스크랩에서는 한 줄도 기사를 찾지 못했다며 “정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23명의 후보자명부를 작성해 이 중에서 승진임용을 해야 함에도, 규정을 어기고 32명의 후보자명부를 작성해 그중 25등과 29등인 사람을 승진임용한 ‘사건’을 지역신문 대부분이 아무런 관심도 갖지 않았다는 것.

또 다른 사례도 들었다. 울주군에서 언양읍 중심 도로 1.3킬로미터를 확장하고 인도에 실개천이 흐르도록 하는 사업에 30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울주군은 이 사업을 통해 인도도 넓히고 개울도 흐르게 만들고 전선도 지중화해서 깔끔한 도로를 만들면 상권도 살아나고 지역경제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주장했고, 대부분의 언론이 울주군의 말을 그대로 인용해 보도했다. 하지만 민선 7기 신임 군수에게 들어온 민원은 이와 달랐다. 언양 중심거리 조성사업을 완료했지만 상권은 쇠퇴하고 활용이 잘 안 되고 있다는 것. 이인호 사무처장은 “이 같은 내용들이 언론에 잘 보도되지 않는 이유는 단순히 지역언론이 지자체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라고 단순화시켜서는 곤란하다”며 “이른바 종이신문과 티브이방송이 올드 미디어로 시대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는 지금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언론의 기본을 갖춘 언론,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매체를 어떻게 우리가 함께 만들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부터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사무처장은 “시민사회단체와 공무원노조가 함께 정책을 검토하고 살펴서 문제가 되는 것들을 이슈화시킨 다음, 그걸 지역언론이 함께 공론화시켜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지역언론의 모습”이라며 “우선 신뢰할 수 있는 언론사를 지역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발전시키고 이 언론이 다시 지역사회의 문제를 제시하고 함께 공론화시켜 성숙한 시민사회가 자리 잡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조례 만들어 지자체가 신문 지원

경남지역신문발전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강창덕 전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는 경남지역신문발전지원조례와 경남지역신문발전위원회 사업을 소개했다. 경남지역신문발전지원조례는 2010년 김두관 전 도지사 때 제정됐다. 강창덕 전 대표는 “지자체와 지역언론의 관계는 50년이 지나가도 정립이 안 될 것”이라며 “신문사들의 유료독자 비율이 60%를 넘어야 가능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자체가 건강한 언론사를 도우려면 언론사에 대한 검증을 강화해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다고 경남지역신문발전지원조례 제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경남지역신문발전위원회(지발위)는 1년 이상 정상 발행, 지역신문 운영 관련 법 위반 여부, 광고비중 50% 이하, 한국ABC협회 가입, 편집자율권 보장, 4대보험 가입, 퇴직금 적립, 조세 완납 등의 조건을 갖춘 지역신문사를 선정해 기획취재와 인턴사원, 취재장비, 시민기자 원고료, 세미나와 교육, 신문활용교육(NIE) 등을 지원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와 달리 경남지발위에서는 우편발송료와 다문화가정 구독료, 지역의 마을기업, 협동조합, 장애인기업, 사회적기업 광고, 지역축제 신문 발행 등을 지원한다.

강 전 대표는 “지역언론이 저널리즘의 기본을 갖춰야 한다”며 촌지 근절을 시스템화하고 자정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 지원 예산 감시, 지역신문지원조례, 언론감시단체 필요

토론에 나선 김선미 울산시의회의원(행정자치위원회)은 “경청하고 반영해야 할 사안”이라며 지자체와 지역언론의 관계 정립에 시의회가 적극 제도 모색을 하겠다고 밝혔다. 권병규 울산언론소비자주권행동 회원은 “최소한의 자격도 없는 언론사는 퇴출시켜야 한다”며 “또 하나의 권력이 돼버린 언론을 감시할 시민사회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석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은 “언론사 사업팀은 이벤트 회사처럼 돼 버렸다”며 “언론사가 축제.행사를 과도하게 주관하지 못하도록 조례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근 울산시민연대 공감센터장은 “지원조례보다 언론 정화가 먼저”라며 “연말까지 프로젝트팀을 구성해서 언론에 지원되는 예산을 감시하는 활동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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