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함께 인생2막을 꿈꾸다
숲과 함께 인생2막을 꿈꾸다
  • 이종호 기자
  • 승인 2018.08.08 13: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획취재: 베이비부머, 숲경영에서 미래를 찾다(6)

기획취재: 베이비부머, 숲경영에서 미래를 찾다
1. 울주 한독산림 ‘큰숲’을 아시나요
2. 독일 흑림-임업과 생태관광의 공존
3. 주민참여로 일군 바이오에너지마을
4. 헤센주 임업 경영, 독일 임업의 미래
5. 한국과 독일을 오간 나무 사랑
6. 숲과 함께 인생2막을 꿈꾸다

지난 5월 독일 헤센주 숲에서 하늘로 쭉 뻗어 오른 소나무 한 그루를 껴안고 있는 이강오 전 서울어린이대공원 원장. 이 전 원장은 우리 숲이 독일 숲처럼 고부가가치 원목을 생산하려면 최소 20~30년은 더 걸릴 것이라며 그 사이에 솎아베기를 통해서 바이오매스 목재산업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독일 헤센주 숲에서 하늘로 쭉 뻗어 오른 소나무 한 그루를 껴안고 있는 이강오 전 서울어린이대공원 원장. 이 전 원장은 우리 숲이 독일 숲처럼 고부가가치 원목을 생산하려면 최소 20~30년은 더 걸릴 것이라며 그 사이에 솎아베기를 통해서 바이오매스 목재산업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직자 쏟아지는데 은퇴 준비 미흡
인생2모작, 자기성찰에서 출발해야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는 2015년 기준 711만명으로 한국 전체 인구의 14.3%를 차지한다. 울산의 베이비부머 비중은 전국 평균보다 많은 15.9%, 17만명에 이른다. 베이비부머가 많은 울산은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가는 도시다. 2011년 65세 이상 인구가 7%를 넘어 고령화사회로 접어든 울산은 전국 특.광역시 중에서 가장 늦게 고령화사회가 됐지만 65세 이상 인구가 14%를 넘는 고령사회(2024년)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2030년)로 가는 속도는 가장 빠르다. 고령화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가는 시간이 전국 평균(1998~2026) 28년보다 9년 빠른 19년 밖에 걸리지 않는다.

빠르게 늙어가는 만큼 울산 베이비부머들의 퇴직 규모와 속도도 가파르다. 울산의 베이비부머들은 한해 7000명 이상 한꺼번에 퇴직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올해부터 베이비부머 막내인 1963년생 노동자들이 만 60세가 돼 정년퇴직하는 2023년까지 1만1000명 이상 직장을 떠난다. 현대중공업은 구조조정까지 겹쳐 2015년부터 지금까지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를 합쳐 3만 명 가까이 일자리를 잃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노동문화연구소 진일주 이사는 퇴직 노동자들이 은퇴 후 인생2막을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기성찰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노동문화연구소 진일주 이사는 퇴직 노동자들이 은퇴 후 인생2막을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기성찰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4년부터 노동조합 조합원을 대상으로 은퇴자 교육을 해온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노동문화연구소 진일주 이사는 “실직자들은 쏟아지는데 은퇴 준비는 전혀 안 돼 있다”며 문제가 심각하다고 했다. “먹고 살기 급급해 열심히 앞만 보고 살아온 노동자들이 동구를 벗어나지도 못하고 회사, 집, 회사, 집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은퇴하면 뭘 해야 될지 모른다”며 “현실을 너무 모르고 막연하게 시골서 살아봐서, 어릴 때 농사를 지어봤기 때문에 귀농해서 살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은퇴 준비는 제대로 안 돼 있으면서 귀농귀촌했을 때 ‘나는 다 할 수 있다’고 너무 쉽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60대로 접어든 남성 가장들의 ‘가부장성’이다. 진 이사는 “대부분 가족과 소통이 잘 안 되고 사고가 경직돼 있다”면서 “다른 사람의 얘기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고 조언을 해줘도 잘 듣지 않는다”고 했다.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만 살아와서 주체적으로 살아본 적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자기 삶에 대한 철학적 깊이가 없고 자기 틀 안에 갇혀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 진일주 이사는 이런 베이비붐 세대를 섣불리 바꾸려고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며 이들이 자기 자신을 인식하고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생2모작은 자기성찰에서 출발해야 하고 그래야 은퇴 후 삶이 지속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지난 6월 3일부터 6일까지 4박5일 동안 울주군 상북면 소호리에서 열린 산촌임업창업반 교육. 이 교육은 한국임업진흥원이 주관해 열렸다.
지난 6월 3일부터 6일까지 4박5일 동안 울주군 상북면 소호리에서 열린 산촌임업창업반 교육. 이 교육은 한국임업진흥원이 주관해 열렸다.

기술전환 교육으로 임업 분야 재취업

한편 30년 동안 조선소에서 일해온 베이비부머 노동자들이 갖고 있는 장점도 많다. 조직 노동을 하면서 분업과 협업에 익숙하고, 기계 장비를 능숙하게 다루며, 안전교육이 몸에 배있다. 이들 숙련노동자들은 기술전환 교육을 통해 다른 산업 분야로 재취업하는 데 이점이 많다. 특히 임업 분야와 숲경영은 베이비부머 숙련노동자들이 은퇴 후 삶을 새롭게 시작하기에 여러 모로 유리하다. 조선업 현장에서 평생 쇠를 만져온 ‘철수’들은 나무를 다루는 기술을 배우는 게 그다지 어렵지 않다. 

이강오 전 서울어린이대공원 원장은 “어린 시절 나무를 심고 고향을 떠난 베이비붐 세대들이 산업역군이 돼 우리나라를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키웠는데 은퇴를 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보니 어린 시절 심었던 회초리 같던 나무가 자라 의젓한 청년 숲이 되었다”며 “평균 40년 정도 된 우리 숲은 아직 경제적 가치가 높지 않지만, 앞으로 몇 십 년만 더 돌보고 가꾼다면 독일 숲과 일본 숲이 부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강오 전 원장은 “조선업 노동자들의 경험은 간벌을 하고 간벌목을 수집 장비로 끌어내리는 작업, 임도를 만들고 작업로를 닦는 일, 수집된 목재를 1차 가공하는 일 같은 산림 작업에도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9월 10일부터 6주간 경남 양산 임업기술훈련원에서 ‘산림 사회적경제 전문기능인력 양성을 위한 울산산촌임업희망단 산림기능인 양성과정’ 교육이 열린다. 조선업 퇴직 노동자들의 임업 분야 재취업을 위한 기술전환 교육 과정으로 한국임업진흥원 산림일자리발전소에서 교육 예산을 지원한다.
오는 9월 10일부터 6주간 경남 양산 임업기술훈련원에서 ‘산림 사회적경제 전문기능인력 양성을 위한 울산산촌임업희망단 산림기능인 양성과정’ 교육이 열린다. 조선업 퇴직 노동자들의 임업 분야 재취업을 위한 기술전환 교육 과정으로 한국임업진흥원 산림일자리발전소에서 교육 예산을 지원한다.

 

마침 조선업 퇴직 노동자들의 임업 분야 재취업을 위한 기술전환 교육 과정이 울산에 생겼다. ‘산림 사회적경제 전문기능인력 양성을 위한 울산산촌임업희망단 산림기능인 양성과정’이라는 긴 이름의 6주간 교육 프로그램이다. 한국임업진흥원 산림일자리발전소에서 교육 예산을 지원해 교육생 스무 명을 모집하고 있다. 산림 사회적경제 소양교육 14시간을 비롯해 이론교육 86시간, 임업기계 장비 수리 15시간, 벌목기술 12시간, 집재기술 11시간, 솎아베기 10시간 등 실습 94시간으로 교과과정이 짜여 있다. 교육을 마치면 산림경영기술자 기능2급 자격이 주어지고, 임업후계자 및 귀농교육 100시간 이수 자격 요건도 충족해 임업경영을 희망할 경우 임업후계자 자격도 얻게 된다.

진일주 이사는 산림기능인 양성과정에 산림 장비(지그) 개발, 간벌목 활용 등을 포함하고 고효율 난로, 작은집 짓기 등 적정기술 현장학교와 산야초, 산나물, 효소 등 산촌생활기술학교를 묶어 체험학습장과 작업장을 갖춘 산림산촌기술센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퇴 후 몸을 움직일 수 있는 70대 중후반까지 숲과 함께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보장형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40년짜리 숲을 반복할 것인가
100년 숲으로 키울 것인가

독일은 국토 면적의 약 30%, 1074만 헥타르의 숲을 갖고 있다. 산림 일자리는 100만 개가 넘는다. 자동차산업 77만 개보다 많다. 한국의 숲은 국토 면적의 63%, 622만 헥타르에 이르지만 임업 일자리는 2만5000개 수준이다. 임목축적량도 독일이 헥타르당 367입방미터인 데 견줘 한국은 150입방미터 남짓이다. 지속가능한 숲경영은 헥타르당 250입방미터가 넘어야 한다. 1970~80년대 치산녹화 사업으로 나무나이가 40년이 된 우리 숲의 임목축적이 이 정도가 되려면 앞으로 20~30년은 더 숲을 키워야 한다. 이강오 전 원장은 “반환점을 돈 우리 숲을 시장에 맡겨두면 가장 좋은 숲부터 사라질 것”이라며 “40년짜리 숲을 반복할 것인가? 100년 숲을 만들 것인가?”라고 물었다. 

우리 숲을 100년 숲으로 키우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전체 산림의 67%에 이르는 사유림과 213만 명가량 되는 산주 1인당 소유 산림 규모가 평균 2.2헥타르 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강오 전 원장은 “산림은 개인의 자산이지만 동시에 국가, 국민, 지역사회의 자산”이라며 “방치돼 있는 사유림을 공유화해 주인이 있는 공동체자산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2020년 미집행공원 일몰로 산림 소유 구조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전 원장은 “정부와 국회는 산림에 대한 토지공개념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며 “숲은 공공재로서 산지의 사적 소유권과 숲의 이용권이 분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산림공사 같은 공기업이나 산림은행을 만들어 산주에게 입목가 기준 이자를 지급하고 20~30년 동안 경영권을 위탁받는 시스템을 들여오자는 것이다. 1970~80년대 울산 울주에서 활발하게 운영했던 산림경영협업체를 복원하자는 제안도 했다.

이강오 전 원장은 “우리 숲에서 고부가가치 원목을 생산하려면 앞으로 최소한 20~30년은 더 필요하다”며 “그 사이에 솎아베기(간벌)를 통해서 바이오매스 중심의 목재산업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숲을 가꾸고 수확하고 다시 심는 데 일자리 6만 개가 있어야 하고, 여기에 휴양과 힐링 공간으로 숲을 활용하면 숲경영에 필요한 일자리는 24만 개로 늘어난다. 산림청은 국토의 44%를 차지하는 산촌을 지역 경제 동력으로 활용하고 사람중심 산림순환경제로 2022년까지 새로운 산림 일자리 6만 개를 창출할 계획이다.

산림청은 2022년까지 전국 서른 곳을 산촌거점권역으로 선정해 산림산업단지와 산림서비스단지로 육성할 계획이다.
산림청은 2022년까지 전국 서른 곳을 산촌거점권역으로 선정해 산림산업단지와 산림서비스단지로 육성할 계획이다.

영남알프스를 산촌거점권역으로

지난달 22일 울주군 상북면 소호마을체험관에서 열린 산림형 그루경영체 모집 설명회. 김종관 박사가 ‘지속가능한 산림경영과 울산의 큰숲’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김종관 박사는 제14조림대단지인 영남알프스 일대를 산촌거점권역으로 선정해 종합개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난달 22일 울주군 상북면 소호마을체험관에서 열린 산림형 그루경영체 모집 설명회. 김종관 박사가 ‘지속가능한 산림경영과 울산의 큰숲’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김종관 박사는 제14조림대단지인 영남알프스 일대를 산촌거점권역으로 선정해 종합개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1970년 산림청은 전국에 14개 조림대단지를 지정했다. 가장 남쪽 제14조림대단지는 울산 울주군과 경북 청도군, 경남 밀양시와 양산시 일원 영남알프스 자락 산림 14만8290헥타르를 끼고 있다. 전 임업기술훈련원 원장 김종관 박사는 1970~80년대 한독 국제협력 산림사업을 벌였던 이 일대를 산촌거점권역으로 지정해 종합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산주, 주민이 협업하는 거버넌스형 관리 체계를 갖추고, 영림작업단, 생산작목반, 임산물 가공공장 등을 만들어 소득과 일자리를 늘리는 지속가능한 숲경영에 나서자는 제안이다. 산림청은 2022년까지 산촌거점권역 서른 곳을 새로 선정할 계획이다. 산촌 에너지 자립을 위한 바이오매스센터도 다섯 곳 설립한다.

김종관 박사는 울주군 두서면과 상북면 1만5983헥타르 산림을 ‘상생과 협력의 숲’ 특구로 지정하자는 제안도 했다. 김 박사는 특히 “30~40년 된 우리 숲은 나무들이 너무 빽빽하게 심겨 있어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면서 “솎아베기(간벌)와 숲 가꾸기 작업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임업진흥원 산림일자리발전소 김수환 울산 울주 그루메니저는 숲경영과 생태관광, 마을을 연결하는 영남알프스 100년 숲 종합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산림일자리발전소는 9월 안에 울산에서 일곱 개의 (예비)그루경영체를 발굴해 지원한다.
임업진흥원 산림일자리발전소 김수환 울산 울주 그루메니저는 숲경영과 생태관광, 마을을 연결하는 영남알프스 100년 숲 종합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산림일자리발전소는 9월 안에 울산에서 일곱 개의 (예비)그루경영체를 발굴해 지원한다.

임업진흥원 산림일자리발전소 김수환 울주 그루메니저는 지속가능한 숲경영과 생태관광, 지역의 역사, 문화, 마을 자원을 연결하는 영남알프스 100년 숲 종합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남알프스의 생태 자원과 마을 단위 문화 자원을 발굴해 육성하고, 이를 통합하고 연계하면서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큰 계획을 세워가는 상향식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 산림일자리발전소는 지난달 22일 울주군 상북면 소호마을 체험관에서 설명회를 열고 산림형 (예비)그루경영체 모집에 들어갔다. 울산에서는 9월 안에 일곱 개의 그루경영체를 발굴해 육성할 계획이다. 그루경영체로 선정되면 사업계획 수립과 자원조사, 멘토링 등이 지원되고, 파일럿 사업과 홍보.마케팅도 지원한다.

이강오 전 원장은 더큰숲 만들기 국민운동을 제안했다. 더 많은 생명이 살아가는 보금자리, 더 많은 미세먼지와 오염물질을 걸러주고 더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를 제공하며 더 많은 사람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행복을 줄 뿐 아니라 더 많은 일자리와 지속가능한 삶터를 제공하는 더큰숲을 만들자는 운동이다. 이 전 원장은 “지역 모두의 자산인 숲을 잘 가꿔서 몇 십 년 후 굉장히 부가가치가 높은 자원으로 쓸 수 있어야 한다”며 “독일처럼 시스템을 만들고, 사람을 키워 자율권과 책임을 주고, 처음부터 자치와 지역 거버넌스가 기반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