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진 휴가(休暇)와 주체성(主體性)
값진 휴가(休暇)와 주체성(主體性)
  • 송영주 심리상담사/미술치료사
  • 승인 2018.08.08 16: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쏭쏭샘의 심리로 마음 들여다 보기

휴가(休暇)란 학업 또는 근무를 일정한 기간 동안 쉬는 일 또는 그 기간을 말한다. 해마다 여름이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휴가를 갔다. 하지만 요즘은 각자의 스케줄과 삶의 방식에 따라 휴가를 가는 추세다. 그럼에도 휴가 기간은 주로 7월 말에서 8월 초가 된다.
올해도 우리 가족은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성수기와 비용이 많이 드는 것과 게으름을 핑계로 숙소 예약을 하지 않고 하루하루 계획을 세워서 다녀왔다. 하루는 영화관, 하루는 물놀이장, 하루는 바닷가, 하루는 집에서 휴식으로 계획을 짰다. 계획을 짜면서 매번 휴가 기간만 되면 의견이 달라 싸우던 부부라 내면에서 조심스러움과 두려움 그리고 과거의 다툼으로 생겼던 불쾌감이 엄습했다. 그래도 이번에는 두루뭉술하게라도 계획을 세워서 그나마 마음이 놓였던 것 같다. 그렇게 시작된 휴가...


아니나 다를까. 4일 내내 남편은 늦잠을 잤다. 남편의 기상시간은 10~12시. 그나마 물놀이장 가는 날에는 아이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하루는 9시에 일어났던 것 같다. 아이는 휴일이 되면 항상 아침형 인간으로 변신했고, 나는 둘의 균형을 맞추며 서로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휴가는 첫날 영화와 함께 시작됐다. 각자가 영화에서 얻은 메시지는 달랐다. 제일 먼저 남편은 영화에 대한 개인적인 평으로 “보통”이라고 간단하게 말했다. 아이는 인상 깊었던 장면으로 주인공의 반전 모습이 드러나는 것을, 나는 사람의 행동은 내면이 밖으로 드러나는 것임을 각자 말했다. 자신의 반전 모습에 대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나의 내면에 대해 생각하면서 나의 내면을 더 다듬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둘째 날 물놀이장에서는 파도풀에서 각자가 다른 모습을 보였다. 남편은 파도풀에서 파도가 부서지고 물을 먹을 수밖에 없는 포지션이 좋다고 했고, 아이는 수영에서 자기 능력의 최대치를 발휘하며 계속해서 수영을 해 전진했고, 나는 파도의 제일 앞에서 물을 먹지 않고 파도가 오는 것을 보고 관망하기를 원했다. 각자의 성향이 드러난 대목이었다. 남편은 어떤 일이든 현실적인 해결, 대가와 보상이 확실한 사람이다. 아이는 요즘 들어 자신의 능력과 한계치를 시험해보길 원하는 모습을 보인다. 나는 앞으로의 일에 대한 관망과 통찰을 원하며 그것에 대비하기를 원한다. 그리하여 파도는 우리 각자의 모습을 볼 수 있게 해주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의 깨달음이 있었는데 파도가 가진 거대한 힘이란 것은 직면하여 직접 체험했을 때는 그 힘을 알고 흐름을 탈 수 있으나, 그것이 오는지 몰랐을 때는 대비하지 못해 결국은 물을 먹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현재 내가 타고 있는 파도와 그것의 힘, 방향 그리고 내가 파도에서 위치하고 있는 곳 그리고 앞으로 내게 올 일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또한 매번 파도는 있고, 내가 그것을 찾아갈 수 있으며, 항상 온다는 것이 매번 기회는 생기고 만들 수 있으며 또한 파도처럼 부서져 사라진다는 생각을 했다.


셋째 날 바닷가에서의 휴가. 뜨거운 햇살과 뜨거운 바람은 자연에 순응하고 적응하는 인간의 모습을 생각하게 했다. 동시에 그 자연의 도움을 받아 에너지를 만들어 그것을 우리의 삶에 활용하지만 그것을 자연에 돌려주지 않아 재해를 받고 있는 인간의 모습이 헌신하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연상되기도 했다. 받기만 하고 주려고 하지 않는 모습들이 내 안에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그리고 집에서의 휴식. 제일 먼저 일상으로의 원활한 복귀를 위해 각자의 스타일대로 잠을 자고 기상했다. 아이는 제일 먼저 일어나 엄마인 나의 아침잠을 위해 한 시간 늦게 나를 깨워주는 센스를 발휘했다. 그리고는 같이 아침을 준비하고 밥을 먹었다. 남편은 자신만의 시계에 맞춰 12시에 기상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휴가 막바지 집안 정리를, 딸아이는 자신의 숙제와 휴가 기간 동안 아빠와 엄마에게 줄 편지와 감사 쿠폰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남편의 기상 후 이른 점심을 먹고 너무 더운 날씨를 피하기 위해 외출을 했다. 외출 후 우려하던 일이 발생했다. 영화를 보자는 의견에 맞춰 밖으로 나갔으나 모두들 더운 날씨에 우리와 같은 생각으로 영화 예약을 서둘렀기 때문에 우리가 영화예약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내일을 위한 준비에 대한 서로의 생각이 달랐다. 남편은 회사 일을 시작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과 불편함에 대해 자신의 심정을 돌보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다. 나는 아이의 방학 스케줄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일과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딸 또한 자신의 휴가를 정리하고 휴식을 취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각자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 방식이 남편은 집 밖 및 주변 정비, 나는 집안 정리, 딸은 TV 시청이었기에 우리의 욕구는 달랐고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각자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로 했다. 남편은 집 밖과 주변 정비를, 나는 집안 정리를, 딸은 TV 시청을 하고 저녁 식사시간에 다시 모이기로 했다. 그렇게 저녁을 먹고 우리의 휴가는 마무리 되었다.


이렇게 글을 써놓고 보니 과거 휴가에서 느꼈던 갈등으로 인한 불쾌감과 두려움에 대해 내가 미리 생각하여 내 마음을 대비시키고 또 각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서로 알아주고 행하게 하고 다시 만났던 것이 참 알찼던 것 같다.


알찬 휴가의 뒤에는 각자가 자신이 하고 싶은 자신의 욕구를 알고, 다른 가족들 욕구도 알아주고, 서로의 협의 하에 가질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허용해 주는 새로운 방법을 실천한 것이 원동력이었던 같다. 즉 과거의 갈등으로 인한 조심스러움과 불쾌감, 두려움을 되풀이하는 과거의 사건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만들지 않았던 것이 원동력이었다.


그리하여 앞으로도 나의 욕구를 알고 실천함에 있어서, 서로의 욕구도 알아주고 협의하여 그것을 조율하면서도 나의 욕구를 놓지 않는 주체성(主體性: 어떤 일을 할 때 나타나는 자유롭고 자주적인 성질)을 가진 사람이 될 필요가 있음을 깨닫게 된 값진 휴가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