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 태화강 ‘몰’을 아시나요?
혹 태화강 ‘몰’을 아시나요?
  • 이동고 기자
  • 승인 2018.08.08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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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쓰는 자연 이야기
잘피(몰)가 너무 많아 고깃배가 나아가기 힘들었다던 외황강 하구 선착장이 텅 비었다. 잘피 복원으로 해양생태계를 살려보자.
잘피(몰)가 너무 많아 고깃배가 나아가기 힘들었다던 외황강 하구 선착장이 텅 비었다. 잘피 복원으로 해양생태계를 살려보자.

혹 태화강물에 살던 ‘몰’이라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강 하구에 헤엄치며 놀다가 배고프면 한 줄기 뽑아 올려 뿌리줄기를 꼭꼭 씹어 먹으면 단맛이 났던 ‘몰’이라는 식물 말이다. 이 몰이 바로 ‘잘피’라는 식물이고 ‘진저리’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다.   


북구 양정동에 사는 팔순 할머니도 이 ‘몰’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고 장에 내놓으면 인기가 좋았다고 했다. 건너에 처용암이 보이는 처용마을 노인분도 외황강 하구에는 이 잘피가 많아 물이 빠지면 배가 나아가기도 힘들었다고 한다. 잘피는 식용도 하지만 그 풍성한 잘피(몰)를 거두어 밭에 거름으로도 썼는데 작물이 그렇게 잘될 수가 없었다고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유기질에 작물에게 긴요한 미량요소까지 있었을 것이니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바다에 살고 있는 식물하면 먼저 생각나는 것이 아마 미역이나 다시마 같은 해조류일 것이다. 해조류도 분명 광합성을 하지만 식물계에 속하지 않는다. 식물계 식물들은 잎과 줄기, 뿌리가 뚜렷하고 관다발계가 발달되어 있어 미역이나 김 같은 일반 해조류와는 구분이 된다. 바다 속에는 선태식물과 양치식물, 겉씨식물은 전혀 없고 속씨식물 중에서 외떡잎식물만 살고 있다. 이처럼 잘피는 바다 속에 살고 있는 현화식물(꽃이 피는 식물)이다. 울산에서는 1960년대까지 태화강과 외항강 하구 등에 수 백 만㎡씩 잘피가 서식했으나 공단에서 쏟아지는 폐수와 해안매립으로 점차 사라진 것이다.


잘피가 중요한 이유는 해양생태계에서 하는 역할이 뛰어나기 때문인데 크게는 두 가지다. 첫째로 잘피는 미역 뿌리가 고착만 하는 것에 반해 바다 식물 가운데 유일하게 뿌리로 영양을 흡수하기에 특히 부영양물질을 걸러내어 연안환경을 정화시키고 적조를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잘피는 환경을 정화하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 육지에서 유입되는 많은 종류의 오염물질 특히, 질소나 인과 같은 물질을 빠르게 흡수하고 제거하여 바다환경을 깨끗하게 하고 적조 같은 환경재해를 줄여준다. 지하줄기와 뿌리는 바다 바닥을 안정화시키고, 잎은 물 흐름을 느리게 만들어 바닷물을 맑게 만드는 기능도 있다. 게다가 잘피는 지구온난화의 원인물질 중 하나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능력이 뛰어나 지구 온난화를 완화시킬 수 있다. 결론적으로 잘피는 바다 수산자원을 풍성히 하고 연안생태계를 살리는 풍요로운 바다 속 원시 숲과 같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잘피 9종이 살고 있고 대부분 세계적으로도 희귀종이라고 한다. 수거머리말이라는 종은 길이가 6미터에서 10미터 정도로 자란다고 하니 그 생산력이 놀랍다. 농경지의 100배, 숲의 10배 생산력을 가지고 있다.   


둘째로 잘피는 해양생물 산란과 보육장 역할을 한다. 사람 눈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잘피에서 나오는 점액질을 먹으러 미세한 생명체들이 모여든다. 잘피 숲은 이름도 생소한 육질고리옆새우, 유령갯지렁이, 참옆새우, 뿔맞이게, 게유생, 갯지렁이 유생 등등 수많은 생명체들이 찾는 물 속 원시림이다. 이런 생명체들을 먹이로 삼는 많은 상위 포식자들이 몰려든다. 아직 잘 보전된 남부지역 잘피 밭에는 물이 빠지면 해삼이나 피조개, 바다뱀장어, 낙지 등을 손으로 잡아 올린다.  


잘피는 넓은 풀밭처럼 물속 생물들이 생활하기 좋은 장소(생육지)를 만들어주어, 많은 해양 동물들에게 중요한 서식지를 제공한다. 물고기들이 잘피 밭에서 알을 낳으면 부화된 치어들은 그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다. 잘피 밭은 어린 물고기들이 큰 물고기들의 공격을 피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돌봐주는 피난처가 되어 준다. 잘피는 생산성이 매우 높고 광합성을 통해 많은 양의 산소를 생산하므로 해양 동물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많은 먹이와 좋은 환경을 제공해 준다. 잘피는 바다 수산자원을 증가시키는 개척자 식물이자 기초식물이라 할 수 있다.


2007년 8월자 신문에 3월 달에 태화강 하구에 시험이식한 잘피가 잘 자라고 있고 넉 달 만에 두 배로 번식돼 복원에 성공했다는 기사가 있다. 경남지역 바닷가에서 채취를 해 와 3000 포기를 심었다는 것인데, 태화강 하구인 남구 여천동 명촌교 아래(옛 방사보 아래 지점)라고 한다. 기사에 따르면 이보다 앞선 지난 2005년 12월 동구 일산해수욕장 일대에 경남 남해 잘피 1만 포기를 이식한 결과 20만∼30만 포기로 늘어났다고 한다.


해당 일을 담당한 시청 항만수산과에 알아보니 잦은 인사이동으로 그 이후 내용은 잘 알지 못했다. 고래 그림자도 보기 힘든, 고래조형물 축제에 가까운 고래축제 대신 이제 고래가 번성했던 울산 앞바다 생태계를 살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면 좋겠다. 그 출발이 잘피를 복원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몰, 아니 잘피가 무성해 고깃배가 나아가기 힘들 정도로 무성했다는 외황강 하구, 슬프게도 지금은 아무런 생명체 없는 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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