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를 나는 두꺼비
바다 위를 나는 두꺼비
  • 글: 이소정 / 삽화: 남다연
  • 승인 2018.08.08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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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울산 바다 이야기

온산읍 우봉리 해안 의논암(마주돌)

저 바다 건너에는 무엇이 있을까? 바다의 끝은 육지일까? 바다일까?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상상을 해본 적이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하늘빛과 물빛이 맞닿아있는 수평선을 바라보면 저절로 어떤 그리움이 생겨날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울산 울주군 온산읍에는 그리움을 간직한 바위가 있습니다.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는 마주돌에는 아주 특별한 전설이 있습니다.


옛날 제주도에 한 쌍의 두꺼비 부부가 푸른 바다가 보이는 집에 살았습니다. 이 부부는 넓적한 얼굴에 울퉁불퉁한 피부, 축축한 손발 때문에 늘 사람들의 놀림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누가 뭐라 해도 이들 부부는 행복했습니다. 두꺼비 남편에게는 두꺼비 아내가, 두꺼비 아내에게는 두꺼비 남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당신이 점프할 때가 가장 아름다운 것 같아요.
두꺼비 아내가 수줍게 말했습니다.


당신이 잠자리나 나방 같은 곤충을 긴 혀로 날름 잡아먹을 때, 나는 매번 감탄을 숨길 수가 없소.
두꺼비 남편이 고백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들 부부의 사랑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하지만 두꺼비 부부에게도 한 가지 걱정이 있었습니다. 바로 아이가 없는 것이었지요. 두꺼비 아내는 점프를 잘하는 남편을 닮은 아이를 갖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두꺼비 남편에게는 말하지 못했습니다. 그가 속상해할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두꺼비 남편도 아내의 긴 혀를 꼭 닮은 딸을 갖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두꺼비 아내에게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걱정을 만들어 주고 싶지 않아서였습니다. 대신 두꺼비 부부는 아이가 갖고 싶을 때마다 먼 바다를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파란 하늘빛과 푸른 물빛이 만나는 그 어디쯤을 말이에요. 마치 있지도 않은 아이가 그 어디쯤 있는 것처럼 어떤 그리움에 이끌려 먼 곳을 자주 바라보았습니다.
어느 날 수평선으로 꽃비 같은 노을이 질 때, 두꺼비 남편은 아내의 눈물을 보았습니다. 아내가 왜 눈물 흘리는지 알 수 없어 두꺼비 남편은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물어보기가 두렵기도 했습니다. 그때 남편의 안절부절 못하는 표정을 본 두꺼비 아내가 그의 축축한 손을 잡고 말을 했습니다.


이 좁은 섬에 갇혀 사는 것이 싫어요. 더 넓은 곳으로 가보고 싶어요.  
넓은 곳은 육지를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내의 말에 두꺼비 남편은 고민이 됐습니다. 어떤 방법으로 육지에 가야 할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겐 물고기 지느러미도 없고, 새의 날개도 없는데 어떻게 간단 말이오.
중국내륙에서 멸구도 바람을 타고 오는데 우리는 왜 못 가겠어요?


그들 부부는 그날부터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태풍이 심하게 불기 시작했습니다. 두꺼비 부부는 서로의 얼굴을 한번 보고는 손을 꼭 잡고 육지 쪽으로 솟구치는 바람에 몸을 던졌습니다. 회오리바람은 순식간에 그들 부부를 휘감았습니다. 둘은 떨어지지 않으려고 서로를 꼭 껴안았습니다. 한참이 지나고 두꺼비 부부가 눈을 떴을 때, 그들은 하늘을 날고 있었습니다.


여보, 우리가 날고 있어요.
그래, 우리가 바다 위를 날고 있어.   
그들 부부는 신기하고 아름다운 경험을 했습니다.


두꺼비 부부가 솟구친 바람을 타고 내린 곳은 커다란 소쿠리 모양으로 생긴 우봉 마을이었습니다. 양지바른 햇빛이 늘 반짝이고, 소쿠리 모양의 지형이 파도를 막아주는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육지가 그리워 먼 바다를 건너왔지만, 두꺼비 부부는 갑자기 두려웠습니다. 바다를 날던 행복했던 순간은 어느새 사라지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한 기분만 들었습니다. 이후 두꺼비 부부는 서로 마주 보고 앉아 오래오래 의논을 했습니다. 그리고 서로를 마주 보던 그 자세 그대로 돌이 되고 말았습니다. 마치 그리운 것들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바라보던 그 순간에 있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처럼 말입니다.


지금도 소쿠리의 오른쪽 손잡이 부분인 강양 7번지에는 두꺼비 모양의 바위가 좌우에 마주 보고 있습니다. 특히 이들 바위는 육지 주변에서 볼 수 없는 화성암과 비슷한 별난 석질(石質)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치 제주돌처럼 말이지요. 이 마을 사람들은 이 바위를 두껍바위 또는 의논암이라고 부르며, 지금도 마주돌에 대한 전설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마주돌이 스스로 흔들릴 때 이 마을 처녀, 총각 중 누군가는 바람이 난다고 합니다. 바람을 타고 바다를 나는 것처럼 말이지요.


두꺼비 부부의 그리움이 너무 슬프게 끝났다고 생각하나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신기하게도 이 바위 아래에는 두꺼비 알이 여섯 개가 있다고 합니다. 마을 사람들이 이 바위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려고 했던 적이 있었는데요. 오랜 세월 동안 풍화된 탓에 결국 본래의 자리에 그대로 두기로 했다고 합니다. 마치 단란한 한 가족처럼 두꺼비 바위와 여섯 개의 알들이 떨어지지 않으려는 것처럼 말입니다.  

* 울주군 온산읍 이진리 우봉항에 있던 의논암. 온산국가산업단지 ‘강양·우봉 2지구 매립사업’으로 강양 앞바다로 옮겨놓았다.
*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울산 바다 이야기>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위탁사업으로 울산환경과학연구소에서 수행하고 있는 울산연안특별관리해역 지역역량강화사업의 일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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